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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평론│다발킴 / 사막으로부터 온 정령과 마법의 주술

김성호


사막으로부터 온 정령과 마법의 주술



김성호, Kim, Sung-Ho (미술평론가)

사막으로부터 왔다. 아사(餓死)했거나 강자로부터 살육을 당했을 야생 동물의 두개골, 본체로부터 토악질하듯 떨어진 나무껍질, 수액을 죄다 쏟아낸 채 메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들 말이다. 그것들의 몸 위에는 작가 다발킴이 흰색 물감과 검은 펜으로 주술을 걸어 놓은 명상의 텍스트들이 가득하다. 짐승의 껍질, 기묘한 암석과 같은 유물들뿐 아니라 먼 곳으로부터 온 낡은 액자, 오래된 지도, 구식의 저울 등과 같은 유산들도 그녀가 거는 주술과 마법에 따라 하나둘 예술품으로 태어난다.   
신성한 정령처럼 혹은 증명할 증거물처럼 우리에게 선보인 모든 것들은 ‘노마딕(nomadic)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작가 다발킴에 의해서 사막의 자연에서 ‘발견된 오브제’임과 동시에 문명의 작업실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종이 위에 펜과 잉크로 정밀하게 그려진 그녀의 기기묘묘한 초현실주의적 드로잉들을 보라! 육지를 발로 걷는 물고기, 변기 위에 올라선 산양들, 동식물과 인공물이 섞인 기묘한 생명체를 키우고 있는 붉은 화분 등 언캐니의 분위기가 가득한 그녀의 작업은 머나먼 대륙의 오랜 신화, 설화들에 뿌리를 내린 몽환시(夢幻時,dream time) 속에서 자라나고 꽃피운 예술처럼 보인다. 그것은 만물 속에 잠자던 정령을 깨우는 오늘날 애니미즘의 화려한 귀환이자 ‘붉은 사막’으로부터 가져온 비밀 가득한 이야기보따리, 즉 ‘비밀의 컬렉션’이라 할 것이다. ●


Nomadic Box 노마딕 박스, 2015

출전 / 
김성호, 「10월호 전시 리뷰」, (다발킴 전, 2017. 8.15-9. 12, 아트비트갤러리), 『서울아트가이드』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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