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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평│낙원의 이편展 / ‘낙원의 이편’에서의 예술적 사유

김성호

‘낙원의 이편’에서의 예술적 사유 

김성호(미술평론가) 





안양문화예술재단의 기획전, 《낙원의 이편(The Side of Paradise)》은 안양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의 도코로자와(所沢)시와의 교류전이다. 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거나 출생한 일본 작가 5인을 초대한 이 전시는 한국 작가 11인과 함께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명 ‘낙원의 이편’이란 무엇인가? 이 전시명은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장편 소설 제목을 차용했다. 주인공 에이머리 블레인의 자전적 성장기를 그린 이 소설은 끝내 찾지 못하는 낙원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드러낸다. 기획자가 밝히고 있듯이, “낙원의 이편(the side)이란 낙원을 동경하고 꿈꾸지만, 결코 도달하지 못한 중도(中途)의 세계이다.” ‘낙원의 이편’은, 동명이 소설이 그러했듯이, 낙원에 이르지 못하고 좌초(坐礁)하는 공간이다. 즉 이곳은 불교에서 생사의 고통과 괴로움이 가득한 곳으로 지칭되는 이 땅의 현실계, 즉 차안(此岸)이자, 사바세계(娑婆世界)이다.  
반면, ‘낙원의 저편(the other side)’은 낙원이 실현된(되는) 공간이다. 천국, 극락정토, 무릉도원, 유토피아의 공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계, 상상계인 낙원은 정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아무도 가보지 못했는가? 전시는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발화한다. 그런 면에서 이 전시는 현실계라는 ‘낙원의 이편’에서 이상계인 ‘낙원의 저편’을 바라보면서 작동시키는 ‘답이 없는 질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전시는 ‘영원히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낙원을 예술을 통해서 차안에서 실현’하려고 했던 예술적 사유의 흔적들이고 파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전시는 현대미술의 조형 언어로 관련된 주제를 탐구하는 한국 작가들의 주제전과 함께 일본 작가들의 특별전으로 묶인 이중적 구조’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이 전시는 양국의 연합전인 동시에, 낙원을 탐구하는 주제전과 일본 작가 특별전으로 구성된 액자형 전시라 할 만하다.
전시를 보자.  <섹션 1_공존의 시선>은 자연과 환경, 문명과 역사, 전통과 현대 등 낙원을 추상하는 공존의 상황들을 되짚어 보는 현재적 해석을 펼쳐 보인다. 오용길의 현대적 산수화, 전동화의 사유적 풍경이나, 민정기의 도시 풍경 그리고 이이남의 영상으로 된 ‘민화-병풍’은 ‘전통을 계승하는 오늘날 이 땅’에서 낙원의 가능성을 펼친다. 


[1층 섹션 1: 공존의 시선]


반면, <섹션 2_회상의 영토>는 낙원의 상실을 화두로 잠시 낙원이었을지도 모를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고 소환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유근택의 현대 산수, 노충현의 빈 동물원 풍경, 정재호의 폐허가 된 공단 풍경, 안보미의 옛 모습을 덧입히는 현대 도시 풍경은, 실낙원이라는 오늘날 상실의 맥락을 곱씹으면서 잠시 동안 번성했던 과거를 소환하여 낙원의 의미를 성찰한다.  


[1층 섹션 2:_회상의 영토]



<섹션 3_피안에의 응시>는 낙원의 이편에서 저편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윤석남의 대규모 설치작 ‘녹색방’은 마치 이 땅의 어머니가 생을 마치고 맞이하는 피안의 정토처럼 신비롭고 엄숙하다. 김근중의 추상적 꽃그림은 원시향(原始鄕)과 같은 피안의 원(原)과거로, 유정혜의 대규모의 섬유 설치작은 죽음 이후의 영원한 피안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1층 섹션 3: 피안에의 응시]


한편 2층의 특별전인 <섹션 4, 도코로자와에서 온 이야기>는 토야 시게오 등 5인의 일본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주제전인 아닌 이 특별전에서도 주제와 관련한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2층 섹션 41: 도코로자와에서 온 이야기]


전시의 기획자 장동광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와 같은 예술적 행위를 현실 속에서 모색하는 일련의 ‘낙원의 가능성 찾기’였던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이러한 예술가들의 예술 행위를 되짚어 보고 낙원의 가능성에 대해서 성찰한다. 낙원의 이편인 현실계는 끝내 낙원이 될 수 없는가? 그런 면에서 내적 깨달음으로 진속일여(眞俗一如)를 설파한 원효대사의 가르침이나, 현실계에서 낙원을 찾는 푸코의 철학적 개념인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는 이 전시에서 하나의 화두로 자리한다.●


출전/
김성호, 「‘낙원의 이편’에서의 예술적 사유 」,『Art in Culture』, 전시 리뷰, 2019. 1월호, 
(낙원의 이편전, 2018, 10. 18-11. 30, 안양박물관 특별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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