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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미술 전문가의 다르면서도 같은 답변

김성호

미술 전문가의 다르면서도 같은 답변

김성호(미술평론가) 

미술 애호가: 비전공자인 누구는 미술가로 전업한다는데 미술가가 되는 길이 무엇인가요? 

전문가 A: 비전공자가요? 나, 참! 안 되죠. 창작이 장난인가요? 요즘 취미로 미술을 하는 ◎◎◎들이 미술 현장에 들어와서 물을 흐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하는 기성 작가들이 이런 분들 때문에 욕을 먹는다니까요, ◇◇ 같은 거대 단체가 이런 분들을 무분별하게 회원으로 받아 주면서 면허증을 남발하는 꼴이라니! 그분한테 꼭 전해 주세요. 미술가가 되고 싶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식적인 절차를 밟으시라고.   

전문가 B: 왜 안 되겠어요. 미술가에게 자격증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닌데요. 누구는 “취미로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요즘 작가 행세를 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그런 말에 신경 쓰지 마세요. 미술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미술가죠. 오늘날은 예전처럼 국전이나 각종 공모전을 통해서 미술가에 입문하는 식의 경직된 제도를 따르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작가 D와 작가 B를 보세요. 그들이 미술 전공을 했나요? 그런데도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중진으로 잘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전공한 어떤 미술가는 쓰레기 같은 작품밖에 못 만들면서 미술 애호가들이 미술가로 진입하는 것을 무작정 반대만 하고 있다니까요. 무시하고 원하시는 창작 활동을 ‘지금, 그냥’ 하세요.  




미술 애호가: 그럼, 좋은 작품이 뭔가요? 현대미술은 아무리 봐도 어떤 작품이 좋고 어떤 작품이 나쁜지 잘 모르겠어요. 

전문가 A: 진정성과 독창성이 있어야지요. 남의 작품 표절이나 하고, 모방에 모방을 거듭만 하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줄 모르니 추상미술을 함부로 흉내 냅니다. 추상을 아무나 하나요? 많은 실험과 시대를 읽는 지혜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작가는 미술사나 미학 관련 책을 보면서 좋은 작품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공부해야만 됩니다.   

전문가 B: 에이! 어떤 작품이 좋고 나쁘다는 기준이 특별히 있겠어요? 그냥 보고 좋으면 그만이지요. 요즘은 상대주의적 해석이나 주관주의 해석이 팽배한 시대이고 미적 가치도 감상자마다 다르게 인식되니까 ‘내가 봐서 좋으면 좋은 작품’이죠, 뭐! 그래서 요즘 ‘수용론’이 화두랍니다. 추상도 그래요. 미술사 속 작품들과 아무리 형식이 비슷해도 그 안에 각자 다른 미학을 담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전시 관람 후 많은 사람과 작품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그게 관객으로서 참다운 미술 공부죠.   

미술 애호가: 선생님은 요즘 작품 심사나 평가, 이런 일 많이 하시잖아요? 어떤 평가 기준으로 심사나 평가에 임하시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전문가 A: 한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얼마나 차별화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봐요. 미술 현장 이곳저곳에 본 듯한 너무 흔한 미술 형식은 나쁜 평가를 받기 쉽죠. 그런 면에서 명화나 미술사 원전에 빨대를 꽂은 패러디 위주의 작업은 저의 평가 대상에서 제외 일 순위예요. 실험에 대한 고민이 없는 작품들이죠.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옥석을 가려내는 일에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기에 감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전문가 B: 네, 아무리 수용론이 드세도 작품에는 미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겠죠. 좋은 작품과 아닌 작품을 분별하고 평가하는 일은 어렵지만 지속해야만 되죠. 세계와 대면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발언을 던지는 것이 미술가라고 할 때, 저는 그들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집중해서 살펴봅니다. 패러디 작품들처럼, 비록 유사한 조형의 형식일지라도 그 안에 깊이 담겨 있는 심오한 내용과 차별화된 미학이 있다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미술 애호가: 그러면, 차별화된 형식이든, 내용이든 어떻게 분별하시나요?  

전문가 A & B: 척 보면 알죠.  



* 이 글은 팩션(faction)이다. 



출전 /

김성호, 「미술 전문가의 다르면서도 같은 답변」, 『서울아트가이드』, 섹션-한국 미술 현장, 8월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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