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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작가수요일 / 투명한 VR과 반투명한 VR 사이

김성호

투명한 VR과 반투명한 VR 사이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작가수요일’은 대학에서 필름과 비디오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아트 & 테크를 전공한 후 미술 현장에서 바로 활동하기보다 국제영화제의 트레일러를 제작하고 미디어아트 관련 전시의 감독을 맡는 등 테크놀로지아트의 제작자 및 기획자로 주로 활동해 왔다. 특히 관객의 체험을 극대화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을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을 의뢰받고 제작하는 등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동시에 강의에도 매진해 온 전천후 작가라 할 것이다. 


I. 스토리텔링의 심리 치유 VR 
그가 이름을 ‘작가수요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미디어아티스트로 전환한 것은 거의 최근의 일이다. 구체적으로 2018년 광주미디어아트 예술리서치를 통해 광주의 미디어아트 프로그램과 전시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과 더불어 2019년 광주 미디어아트 레지던시 지원에 선정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순수하게 미디어아트 자체의 예술적 성과를 작가주의 입장에서 실험하고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광주에서의 레지던시 경험은 이전의 작가 생활과 대비하여 비로소 본격적인 순수 작업에만 매진하는 시간을 가능하게 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수요일’이라는 작가명에서도 드러나듯이, 그의 작업은 대중적 관심과 별리되지 않는 친근함을 모토로 한다. 따라서 그는 대중 또는 관객과 작품 사이의 괴리를 한층 가속화시켰던 엘리트미술을 지양하고 친대중적 미술 경향을 지향한다. 많은 부분 VR과 미디어영상 작업을 기초로 하고 그것의 소통 부분에 집중하는 작업 경향을 드러낸다. 
〈이상정원〉, 〈VR 따스한 겨울〉, 〈VR 바람의 대화 죽녹원〉 그리고 최근의 〈VR 마음의 숲, 그리고 여행〉에 이르기까지의 작업은 주로 자연을 테마로 하고 관객의 V R체험의 몰입도를 강화하는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일련의 스토리텔링에 기초한 가상체험 몰입 콘텐츠였던 셈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이야기체 구조를 시리즈별로 점진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에도 천착해 왔다. 
무엇보다 작가수요일의 이러한 콘텐츠는 현실 너머의 가상공간에서만 특유하게 체험할 수 있는 ‘초현실적인 환상’을 제공하는 첨단 그래픽 이미지의 공간과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둔 것이다. 즉 현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유사 현실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 왔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죽녹원이나 제주에 가본 적 없는 관객에게는 죽녹원과 제주도의 환경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VR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으로 유사 현실적 경험을 강화한다. 즉 대나무 숲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관객을 안내하고 대나무 숲 사이로 밀려드는 바람 소리와 햇볕을 실제로 받는 듯한 VR 경험을 제공하거나 푸른 바다가 시야를 탁 틔운 제주도의 풍광을 마치 실제로 산책하듯이 거닐게 하는 VR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작가수요일의 작업은 대개 관객에게 심리 치료의 효과를 제공한다. 즉 현대인에게 각박한 일상으로부터 탈주하는 ‘자연 속에서의 가상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힐링의 효과를 경험하게 만든다. 작가수요일이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들, 즉 〈Psychotherapy VR〉, 〈치유의 숲, 곶자왈〉, 〈심리 치유 VR -바람의 대화, 죽녹원〉, 〈심리 치유 VR - 따스한 겨울〉 그리고 〈심리 치유 VR - 제주의 향기, 애월〉에서처럼 작품명에서 드러내는 ‘치유’라는 단어는 그가 얼마나 ‘관객을 위한 힐링과 치유’에 천착해 왔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국제상상포럼




II. 현실에 개입하는 ‘또 다른 익숙한 현실’ 
작가수요일이 구사하는 VR은 현실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모방하는 디지털 가상현실에 기초한다. 즉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의 개념으로부터 유발되는 VR이라는 ‘현실처럼 구성된 가상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유희와 놀이의 측면(디지털 영상 게임 및 테마파크의 시뮬레이션 장치)과 다르게 우리에게 인터랙션과 커뮤니케이션을 미리 가상 체험케 하고 그것이 현실계에서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비행기 조종 시뮬레이션이나 의학 임상 시험, 아파트 모델 하우스 가상 체험의 경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런 면에서 그가 창출하는 VR은 우리의 ‘현실’에 깊이 잠입해 있는 ‘또 다른 현실’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VR의 기본 개념은 그의 전시 공간 도처에 편재한다. 그런 면에서 현실이라는 이것(이곳)은 이제 우리의 유용성을 위한 테크놀로지로 인식되는 것을 넘어서 이제 가상현실이라는 그것(그곳)을 우리의 ‘신체화된 사건’으로 수렴하면서 그곳에 거주한다. VR이라는 그것(그곳)은 잠재적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미 실재라는 정의가 가능하다.
이처럼, 그의 작업에 나타난 VR이 지니는 미학은 ‘유사 현실 속에 제공하는 판타지’와 연동된다. 이러한 경향은 일련의 VR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영상 작품들이 마치 하나의 비디오 게임처럼 ‘현실을 탈주하는 공상적 공간과 초현실적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관객의 신체적 경험에서의 평정심을 제공한다. 그의 VR이 ‘현실에 개입하는 ‘또 다른 익숙한 현실’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가하는 ‘심리적 치유와 위무(慰撫)’는 덤이다.  


인천꿈다락토요일예술학교_VR미술관



III. 새로운 신체와 반투명한 VR 체험
작가수요일의 최근 작업 〈VR 마음의 숲, 그리고 여행〉을 살펴보자. 그가 전시 공간에 마련한 식물 화분들과 호박 넝쿨, 목마가 있는 공간을 둘러보자. 그곳에는 스펙터클한 디자인 이미지가 벽면에 투사되고 있고, 방 한쪽에 친근한 로봇 아루스(Arus)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옆에는 푹신한 흔들의자가 매달려 있다. 동화 속 내러티브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그곳에 감정 이입하는 우리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들을 떠올리고, 현재의 고민을 덜어내고 희망을 나눈다. 
사뿐하게 매달려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고글(goggles)을 낀 관객에게 열리는 세상은 무엇인가? 거기에는 우리가 산책하러 다녔던 뒷산 혹자에게는 자주 다니는 인근 야산의 친근한 자연 풍광이 있다. 관객은 그가 구사하는 VR을 통해 현실과 닮아 있는 가상의 세계로 잠입한다. 그가 구축하는 ‘아주 익숙하지만, 또 다른 현실’인 가상의 세계 말이다. 
생각해 보자. 가상이 현실로 현실화하는 과정 자체가 VR이고 관객이 그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VR 체험이라고 할 때, 그곳에는 우리의 신체가 자리한다. 그곳은 익숙하지만 또 다른 현실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베르그송(H. Bergson)과 들뢰즈(G. Deleuze)가 언급하는 잠재성(virtualité)이 웅크리고 끊임없이 운동하는 '사건의 장'인 것이다. 작가 수요일이 만드는 사건들은 특별한 것이 없다. 우리가 늘 보아 왔던 자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작가수요일이 만드는 ‘시뮬라크르들이 벌이는 무수히 사건들의 장’이 전혀 낯설지 않은 또 다른 현실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코 잠재성의 공간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익히 보아왔던 자연이라는 점에서 작가수요일이 구사하는 VR은 매우 투명하다.
작가수요일의 작업에서 관건이 있다면, 이러한 그의 VR에 나타난 투명성을 ‘어떠한 양태로 현실화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일반적인 VR의 불투명성’과 혼재하는 방식의 조형 언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즉 반(半)투명한 VR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요청된다. 우리의 신체가 VR을 경험하는 ‘사건의 순간’은 단순히 힐링과 치유의 숲으로 들어가는 투명한 체험만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가 기억, 지각, 정념을 통해 나아가 직관을 통해 ‘모호한 무엇’을 대면하면서 새로운 신체로 변화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유념할 것은 ‘새로운 신체’로 VR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관객은 예술적 미디어아트가 선보여 온 ‘탈주체적 신체’에 대한 경험을 작가수요일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출전/
김성호.  「투명한 VR과 반투명한 VR 사이」, 작가수요일(최석영) 작가론, 광주문화재단 레지던시 비평 매칭, 자료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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