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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김동현 / AB 가든 - ‘더불어’를 지향하는 아트 프로젝트

김성호

AB 가든 - ‘더불어’를 지향하는 아트 프로젝트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작가 김동현의 작품 〈AB 가든(AB Garden)〉은 경기문화재단의 ‘2019년 문예진흥 공모지원사업’인 ‘G-art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실현되었다. 즉 이것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평택, 시흥 등 ‘16개 시·군 지역에서 진행되는 기초 예술 분야의 예술가가 다양한 예술 주체들과 협업 파트너를 구성해서 지원하는 프로젝트형 사업’이었다. 그런 만큼 선정작 중 하나인 〈AB 가든〉은 작가 김동현의 개인 작품이지만 동시에 작가들과 큐레이터쉽을 함께 실천하고 시민의 참여를 도모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지향한다. 작가이자 기획자인 김동현과 더불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소수의 예술가들 그리고 비전문가인 다수의 시민이 함께 하는 협업 작품인 셈이다. 이 글에서 “더불어를 지향하는 아트 프로젝트”라는 부제는 이러한 차원에서 작명되었다. 






I. AB 가든이 함유하는 것들 - 조합과 협업 
〈AB 가든〉이 무엇인가? '어셈블리 보태니컬 가든(Assembly Botanical Garden)'을 약어로 표기한 이 작품(혹은 프로젝트)는 ‘조합 식물원’ 정도로 이해된다. 김동현은 이 프로젝트의 홈페이지에서 국문으로 된 작품명을 “이동식 식물원”으로 따로 언급하거나 “가상의 식물원 프로젝트”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예술가와 시민들이 협력하여 ‘예술로 내 삶이 더 즐거워졌어’라는 주제로 지속적인 지역 문화 컨텐츠로 연구 가능한 문화예술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가상의 식물원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니까 김동현의 ‘가상의 이동식 조합 식물원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공간을 지닌 실제 식물원이 아닌 ‘이동 가능한 소규모의 개념적 식물원(가상)’이자,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든 ‘협업의 식물원 프로젝트(조합)’인 것이다. 
그런데 김동현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조합 식물원(Assembly Botanical Garden)’도 아니고 ‘A 식물원(A Botanical Garden)’도 아닌, 〈AB 가든〉으로 굳이 지칭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녀의 프로젝트명이 AB 이후에 마치 CD 혹은 DE로 전개되어 나갈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가? 게다가 작가는 프로젝트명 뒤에 2019를 부기함으로써 향후에 이 프로젝트가 AB Garden 2020, 2021식으로 전개되어 갈 것 같은 기대감마저 부여한다. 
우리의 해석은 이것이다. 우리는 김동현의 작품을 통해서 ‘대규모의 식물원’과 같은 전형(典型)이 아닌 ‘이동식의 가상의 작은 정원’이지만, 여기에 ‘조합 식물원’의 이상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기획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조합 식물원’? 무엇과 무엇의 조합인가? 작가는 그것이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든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을 좀 더 풀어 보면, 기획자, 예술가, 협업 예술가, 시민으로 분화된다. 살펴보자! 김동현의 ‘이동식 식물원’은 ‘태양광 패널을 어깨에 짊어진 인물’을 형상화한 작가 하석준의 조각 작품과 협업한 것이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스마트팜 신디사이저 워크숍(smart farm synth workshop)’에는 작가 고사리, 전희경, 허우중이 강사로 협업했고 워크숍의 실제 참여자는 시민과 어린이 신청자였다. 아울러 아카이브로 남길 영상 촬영에는 최윤석이 협업했다. 
우리의 또 다른 해석이 있다. 이것을 위해 〈AB 가든〉이라는 약어로 된 언어적 표기로 되돌아간다. 특히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스마트팜 신디사이저 워크숍에서 ‘스마트팜(smart farm)’이란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여기서 '스마트'가 “깔끔한, 맵시 있는, 똑똑한, 영리한” 정도로 번역되는 것을 유념해 보자. 그것은 마치 스마트폰(smart phone)처럼 “휴대 전화에 여러 컴퓨터의 지원 기능을 갖춘 지능형 단말기”라는 개념 풀이와 연동된다. 즉 우리는 김동현이 작명한 ‘스마트팜’을 ‘똑똑한 농원’ 혹은 ‘스마트 농원’으로 부를 만하다. 어떠한가? 팜(farm)과 가든(garden)이란 용어가 식물원(Botanical Garden)이란 단어보다 더 친밀해 보이지 않는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흥미롭게도 김동현이 작명한 이름들은 이처럼 과학기술적 용어들과 연동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흔히 대문자로 스마트(SMART)는 ‘자기 감시 분석 및 보고 기술(Self-Monitoring Analysis & Reporting Technology)’의 약자로 풀이된다. 앞서 우리가 ‘조합 식물원’이라 번역했던 ‘어셈블리 보태니컬 가든’에서 어셈블리는 또 어떠한가? 이것은 “어셈블러에 의한 기호언어로 쓰인 프로그램을 기계어로 쓰인 프로그램으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AB 가든〉을 안내하는 포스터에 사용된 블록 혹은 입방체 이미지들 옆에 적혀 있는 ‘앱스트랙트(ABstract)’라는 영어 표기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추상적인, 관념적인”과 같은 형용사와 “추상화”와 같은 명사를 지칭하는 이 앱스트랙트라는 용어를 마치 〈AB 가든〉처럼 대문자(AB)와 소문자(stract)로 구분해서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다. ‘스트랙트(stract)’를 이니셜로 내세운 대문자 ‘스트랙트(STRACT)’가 “대화형 전략 정보 시스템(strategic interactive information system)”으로 해설된다는 것을 말이다.  
무엇과 무엇 사이의 대화를 위한 시스템인가?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김동현의 여러 예술 주체(기획자, 예술가, 협업 예술가, 시민) 외에도 그녀의 작품이 ‘인간, 예술, 자연, 과학’ 사이 그리고 ‘시각과 청각’ 또는 ‘주체와 타자’ 그리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다음 장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식물 신디사이저(Plant  synth)〉(2018)


II. ‘더불어’를 지향하는 AB 가든 프로젝트 - 공생과 상호 작용 
〈AB 가든〉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더 정확히 말해 김동희의 어떤 작품과 연계되고 연장되는가? 그것은 작가의 언급대로 그녀의 이전의 작품 〈식물 신디사이저(Plant  synth)〉(2018)를 계승하고 발전한다: “Assembly Botanic GARDEN은 김동현 작가의 작품 plant synth의 수경 재배 신디 화분을 만드는 시민 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 즉 작은 ‘수경 재배 신디 화분을 함께 만드는 시민 워크숍 프로그램’인 〈AB 가든〉은 자신의 이전 작품인 〈식물 신디사이저〉를 연장하는 가운데서 나온 것이다. 
2018년작 〈식물 신디사이저〉는 일명 ‘수경 재배 타워’ 안에서 배양되고 있는 식물을 관객이 접촉할 때, 센서가 관객의 주파수를 측정하여 각기 다른 음향을 들려주도록 만든 작품이다. 식물에 의해서 인간의 주파수가 포착되고 분석된 셈이다. 자연과 인간이 과학과 예술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시각과 청각이 소통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주체와 대상의 역전인가? 일견, 이 작품은 메를로퐁티(M. Merleau-Ponty)가 인용하는, “풍경이 내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라는 세잔의 언급을 되뇌게 한다. 마치 주체와 대상의 역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이러한 언급은 실상 우리에게 주체와 객체라는 것이 애초부터 상호 교환되는 역동적 관계임을 알려 준다. 메를로퐁티 역시 “하나의 신체라는 것은 어떤 특정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신체는 일차적으로 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의 일부이다.”라는 언급을 통해서 주체와 객체가 혹은 인간과 자연이 상호적 작용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피력한다. 
김동현은 이 작품을 통해서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을까? 그녀는 말한다. “이것은 자연과 사람과의 공생 관계를 순간적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식물을 만져도 소리는 늘 다르게 나는데 이것은 사람의 주파수가 늘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파수와 자연의 주파수가 맞부딪히면서 창출하는 상호 작용의 반응은 언제나 다르다. 이것은 메를로퐁티의 방식으로 말해 주체와 대상이 늘 뒤섞이는 상호 작용의 존재이며, 김동현의 언급을 빌려 말하면 ‘공생(symbiosis)’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동현이 작품을 통해서 도모하는 세계관은 생물학 용어인 ‘편리공생(commensalism)’, 즉 한쪽만 이득을 얻고 다른 한쪽은 이득도 손해도 없는 공생이기보다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mutualism)’을 지향한다. 이러한 지향점은 인간이 대상화시켰던 ‘자연을 주체가 되게 만드는 역전의 방식’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연을 생태계의 주인공으로 초대하여 ‘인간과의 공생’을 부단히 실천하는 일에 집중한다.   
김동현이 음악 용어인 〈대위법(counterpoint)〉을 연작의 이름으로 삼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위법이 “독립성이 강한 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 기법”을 지칭하고 있듯이, 그녀는 ‘인공 vs 자연’, ‘인간 vs 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대비되었던 ‘인간과 자연’을 공생의 동반자로 ‘동시에, 함께’ 초대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동현은 독립성이 강한 인간과 자연을 ‘인공/자연, 인간/환경’처럼 빗금(/)의 의미 안에 넉넉히 포섭한다.  
작가 김동현은 〈식물 신디사이저〉(2018)을 연장하는 〈AB 가든〉(2019)을 통해서 이 빗금 안에 또 어떠한 것들을 초대하는가? 이전에 언급했듯이 작가는 ‘주체와 대상’ 그리고 ‘인간, 예술, 자연, 과학’ 사이 또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초대하고 상호 연결한다. ‘다양한 다름’ 사이의 대화, 혹은 공생과 상호 작용을 이끄는 이러한 조형 태도는 김동현의 작업을 ‘작품 AB 가든’으로부터 ‘AB 가든 프로젝트’로 변주하면서 넉넉하게 이끈다. 즉 〈AB 가든〉으로부터 《AB 가든》 프로젝트로의 변모란 일련의 네트워크와 협업으로 어떠한 리듬과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과 연계한다. 
실제로 《AB 가든》 프로젝트는 2019년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의 일정으로 ‘시흥월곶예술공판장’에서 이루어졌다. 일상의 공간을 예술의 공간으로 변화시킨 이 장소에서 작가 김동현은 자신이 설계한 ‘수경 재배 신디 화분’을 만드는 시민 워크숍을 두 차례 진행했다. 이 워크숍은, ‘신디 화분’을 아주 작은 블록에 담아 만드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시민들이 만든 개별 작품들이 작가 김동현이 만든 거대한 ‘태양광을 이용한 온실 형태의 야외 설치 구조물’ 속으로 들어와 이 구조물의 벽돌이 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발상은 매우 단순하다. 작가의 말대로 “다양한 블록(Block)들이 모여서 리듬과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린이와 함께 온 시민들이 각자 만든 ‘블록 속 수경 재배 신디 화분’을 작가 김동현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여러 개 모아서 커다란 ‘식물원 블록’을 구성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작은 개별체의 ‘블록’은 나약하지만 복수가 된 ‘블록들’은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을 의미하는 창발성(Emergent Properties)으로 인해 그 힘이 막강하다. 20세기 초반 창발론자인 브로드(C. D. Broad)에 따르면, ‘창발성’이란 ‘하위 층위의 개별 요소에서는 특성이 별반 없던 것이 집단을 이루면서 상위 층위의 전체 구조에서 폭발적으로 어떠한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을 지칭한다. 이때 개별 요소들로 구성된 복잡한 전체 구조는 ‘개별 요소들의 합 이상의 존재’로 드러나는 것이다. 마치 개미나, 꿀벌이 개체 수준에서 보이지 않던 역동성을 집단성으로 확장되면서 드러내는 현상을 상상하면 되겠다. 개미탑을 쌓거나 벽을 허물 수도 있는 집단의 힘, 그것은 개체 단위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집단을 구성하면서 발생한다. 
작가 김동현의 구축한 설계에 따라 시민들이 일련의 전기적 장치(스피커, 파워서플라이, 모터선)를 연결하여 식물을 만질 때 소리가 나게 만든 ‘신디 화분’을 만들고, 그것을 복수로 설치하여 구성한 작품 〈AB 가든〉은 다양한 리듬과 움직임을 통섭한다. 거대한 하나의 ‘식물 신디사이저’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작품 〈AB 가든〉으로부터 통섭의 완결체로 성장한 김동현의 《AB 가든》 프로젝트는 식물들을 단지 기름과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게 하지 않는다. 인간의 각기 다른 주파수에 반응하면서 인간과 소통하는 대화 주체로서의 식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나약한 식물을 이제 돌보기의 대상이 아닌 공생의 주체뿐 아니라 모든 것들의 대화와 상호 작용을 이끄는 주체로서의 식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김동현의 《AB 가든》 프로젝트를 우리는 가히 ‘더불어’를 지향하는 소통과 상호 작용의 작업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겠다. 







III. 에필로그  
우리가 ‘조합과 협업 그리고 공생과 상호 작용’의 작업으로 해설한  《AB 가든》 프로젝트를 작가 김동현은 스스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그녀는 이 작업이 지니는 의의를 다음처럼 정리한다: “시민이 자연스럽게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융복합 프로젝트”,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 문화 예술을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 발전시킬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문화 예술 프로젝트”, “자연 동력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과 시민들이 공생하는 그 자체를 예술가의 언어로 다양한 지역의 문화 예술을 접목할 수 있는 사례 제시.” 
‘시민과 예술 사이의 상호 작용과 융복합’이라 축약해 볼 수 있는 이 프로젝트의 향후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모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해설한 예술과 자연 그리고 과학 사이에서 끊임없는 대화와 상호 작용을 도모하는 방향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충분한 기대는 가능하다. 예측 불가능성을 견지한 창발성의 위력처럼 이 프로젝트의 향후 행보가 커다란 힘으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작업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김동현식(式) 커뮤니티 아트’의 한 유형을 창출하면서 말이다. ●

김성호, 「AB 가든 - ‘더불어’를 지향하는 아트 프로젝트」, 『경기문화재단 ‘2019년 문예진흥 공모지원사업 : G-art 프로젝트』 자료집, 김동현 작가 비평 매칭,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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