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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이명호 / 이명호와의 인터뷰

김성호

이명호와의 인터뷰 


김성호(미술평론가)


아래의 인터뷰는 2013년부터 2021년 사이에 필자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진작가 이명호와의 대화 중 주요한 몇 부분을 채록한 것이다. 

Q: ‘바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작품 제목이 최근에 ‘신기루’로 바뀌었다. 왜 그런가? 

A: 원래 프로젝트 당시 사막 위에 ‘바다’를 만든다는 상상으로 실현했던 프로젝트인데, 사막 위에 ‘신기루’와 같은 허상을 만든다는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최근에 이 프로젝트명을 신기루로 수정했다. ‘사막 위에 만들어진 가짜 바다’가 가지는 의미가 ‘신기루와 같은 허상’이라고 하겠다. ‘바다’보다 ‘신기루’라고 하는 제목이 관객에게 나의 창작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개념적 단어라고 생각한다. 또 ‘바다’는 특정화되어 있지만 ‘신기루’는 관람자의 다양한 상상을 불러오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2013. 8. 1.) 

이명호, <Mirage #4_Silk Road>, 2011, 사진, 작가 소장




Q: 2015바다미술제에 참여 작가를 수락해 주어 감사하다. 원래 수면에 드러나 있는 커다란 바위 뒤에 설치할 계획을 변동해서 작은 돌 뒤에 캔버스를 설치를 했다. 애초 계획과 달라진 점이 당신의 프로젝트 개념을 실현하는데 방해가 되었는가?  

A: 그렇지 않다. 자연은 원래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존재니까. 원래 조수 간만의 차를 통해서 캔버스와 돌이 서서히 드러나고 사라지면서 캔버스에 돌의 모습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개념을 실현시키려고 했다. 실제로 또 그러한 실현이 가능했다. 다만. 올해 왔던 태풍과 슈퍼문은 이러한 계획을 무너뜨린 엄청난 존재였다. 위대한 대자연의 힘을 간과했다. 변화무쌍한 자연 안에서 사진-행위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듯싶다. 
(2015. 9. 30.) 

이명호, <Nothing But #1>, 2018, 사진, 작가 소장




Q: 당신의 연작은 무척 흥미롭지만, 그것이 상정하는 범주화는 관객이 이해하기에 복잡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A; 내 작업을 구분하면서 사이, 너머 등의 표현을 썼는데, 쉽게 말하면, 이것이나 저것일 수 있고 이것이나 저것이 아닐 수 있는 경계의 불확실성과 애매함에 대한 시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Nothing But〉 연작은 사진 인화지 위에 올라간 잉크를 긁어내서 ‘있었던 것의 없어짐’을 실험하는 것인데, 사진을 찍기 위해 행위가 개입하는 ‘사진-이전의 작업’뿐 아니라 사진을 찍은 이후에 행위가 개입하는 ‘사진-이후의 작업’도 사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과 저것’ 그리고 ‘이전과 이후’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말하는 것이다.   
(2021. 8. 2.)



Q: 신기루 연작의 작품명에 〈Mirage_[drənæda]〉와 같은 방식으로, ‘드러내다’의 발음기호가 새로 추가되었다. 무슨 의도인지는 이해할 것 같다. ‘들어내다, 드러내다’와 같은 다른 개념을 표방하는 언어 유희적 성격도 있는 것 같다. 

A: 그렇다. 사막에서 움푹 패인 곳에 커다란 캔버스 천을 스텝들이 뒤집어쓰고 들어가 오아시스 아닌 가짜의 오아시스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연출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때, ‘실재 속에 허구를 드러내다’라고 하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환영의 시뮬라크르라고 하는 신기루 현상을 상상으로 포착한 작업이라고 하겠다.  
(2021. 8. 2) 

이명호, <Nothing But #3>, 2018, 사진, 작가 소장



Q. 내가 당신과 함께 진행했던 숭례문 프로젝트는 장비와 기자재의 오작동으로 인해 실패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수원화성의 서장대나, 방화수류정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당신은 이 연작에  〈Heritage〉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향후 계획을 말해 달라. 

A: 이미 당신과 상의한 바 있는 인도의 타지마할이나 프랑스의 에펠탑과 같은 해외의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삼아 거대한 규모의 〈Heritage〉연작을 실행하고 싶다. 
(2021. 8. 5.)

이명호, <Heritage #3_Seojangdae>, 2014, 사진, 작가 소장


Q. 우리는 당신의 연작을 범주화하는 용어들에 하이픈의 사용 유무에 대해서 논의한 바 있다. 몇 단어에만 사용하고 전체적으로 쓰지 않다가 최근에 당신은 하이픈을 적용해서 명칭을 변경했다. 의미가 무엇인가? 

A: 당신도 알지만 하이픈은 기존의 개념을 해체하고 하이픈의 앞뒤의 개념을 병치해서 따로 보거나 이어서 보도록 계획한 것이다. 지난번에 이야기했지만, 내 작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사진-전’과 ‘사진-후’라고 하는 사진의 매체적 개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다. ‘또(&)’라고 하는 말 또한 수정한 것이다. ‘그리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가 ‘또’라는 용어로 교체하거나, 언-타이틀드(Un-titled)에서 언-타이틀(Un-Title)로 영문을 수정하기도 했다.  
(2021. 08. 05.)



Q: 당신이 내게 알려준, 연작을 카테고리화한 명칭들이 복잡하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할 것 같다. 

A: 그렇다. 하지만 이 범주화 명칭들은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명칭들과 개념들은 스스로 내 작업의 향후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가를 장기적 호흡으로 준비하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계속 수정될 것이다. 새로운 성격의 프로젝트가 이 명칭 속에 들어오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새로운 명칭이 부가되거나 기존의 명칭이 수정될 수도 있을 것 같다. 
(2021. 8. 5.) 



Q: 당신의 연작에 명칭을 표기한 범주화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해 달라.
 
A: 대개 〈Tree〉, 〈Mirage〉, 〈Heritage〉, 〈Nothing But〉로 이름을 지은 연작이 있는데, 나의 연작은 이 범주화에 대응되도록 구성했다. 내 스스로 점검 차원에서 텍스트로 정의한 세 범주 혹은 네 범주가 대표적인 세 연작과 연동된다. 첫 번째 ‘재현’의 범주는 야외의 나무 뒤에 캔버스를 펼치고 사진을 촬영하는〈Tree〉연작과 연동된다.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가장 많이 소개해 온 작품이다. 두 번째 ‘재연’의 범주는 사막 바닥에 커다란 캔버스를 펼쳐서 바다와 오아시스 이미지를 만드는〈Mirage〉연작과 연동된다. 그리고 세 번째 ‘사이 혹은 너머’의 범주는 인화지에 잉크가 올라간 사진의 표면을 긁어내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이미지로 만드는 〈Nothing But〉과 연동한다. 이것으로 범주화와 연작이 모두 쌍을 이루듯이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연작 이름은 확장된 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물론 이 또한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 반면에 범주화의 텍스트는, 굳이 비공개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의 점검 차원이라는 점에서 비공개의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수정될 예정이다. 
(2021. 8. 11.) 

이명호, <Tree #18_2_1>, 2020, 사진, 작가 소장



출전/
김성호, 이명호와의 인터뷰 20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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