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서문│ 서호미술관 기획전 / 소통의 미디어를 횡단하는 차세대 팝아트

김성호

소통의 미디어를 횡단하는 차세대 팝아트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I. 컨템포러리를 포월하는 ‘모어 모던 댄’ 
서호미술관은 2021년 상반기 전시를 ‘모어 모던 댄(More modern than)’이라고 하는 주제의 기획전으로 꾸민다. 얼추 ‘보다 현대적인(moderner than)’이라는 뜻으로 가능한 이 전시는 1960년대 이후 급변해 온 작금의 현대미술을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로 부르던 오늘날의 관습을 잠시 제쳐두고 20세기 이래 시작된 ‘모던 아트(modern art)’의 연장선상에서 ‘오늘날의 미술(today's art)’을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달리 말해, 이번 전시는 19세기 말 등장했던 인상주의를 필두로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던 아방가르드의 흐름을 근대 미술(modern art)이라는 의미로 종결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술을 현대 미술 혹은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이라는 용어로 규정해 왔던 관성적인 인식의 미술사를 잠시 재고한다. 왜?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클래시컬(classical)’이라는 용어에 대비되면서 등장한 모던(modern)이라는 용어는 ‘최근의 과거 또는 현재’와 관련을 지니지만, 이에 비해 ‘컨템포러리(contemporary)’라는 용어는 ‘최근의 현재 또는 지금’과 관련을 지닌다. 즉 컨템포러리는 실존론적 철학의 지평에서 ‘지금, 여기라는 동시대 혹은 현대’라는 의미를 쟁취하면서 모던을 근대의 의미로 밀어버리고 차별화한다. ‘모던’이 ‘현대’의 의미로 사용되어 오다가 ‘컨템포러리’라는 용어의 등장 이후 오늘날 ‘근대’로 규정된 지 오래지만, 이 전시는 이 ‘모던’이라는 용어를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은 ‘현대’의 의미로 재소환한다. 달리 말하면, 모던이라는 용어의 지속적인 생명의 연장을 검토하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모던 이후 등장한 포스트모던을 모던의 탈주로 보기도 하지만, 모던의 지속과 연장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것처럼, 기획전 ‘모어 모던 댄’은 모던을 ‘지속하는 현대’의 의미로 살펴본다. 더욱이 ‘보다 현대적인’이라는 의미를 표방하면서 모던을 ‘지금, 여기를 포함하는 미래적 지평으로서의 현대’라는 의미로 간주하면서 컨템포러리보다 더 넓은 범주의 현대성을 끌어안고자 한다. 즉 모던을 ‘최근의 과거-지금, 여기로서의 현재-현재와 인접한 미래’마저 함께 아우르는 넓은 진폭 속에서 ‘현재와 인접한 미래’에 방점을 찍고자 하는 셈이다. 마치 컨템포러리를 품에 안고 그것보다 더 미래의 시공간을 향해 기어가듯 서서히 넘어서는 포월(匍越)의 미학을 실천하듯이 말이다. ‘포월’은 한국의 철학자 김진석이 전통적 현상학에서 탐구되는 초월(超越)을 ‘세계-내-존재’라는 현존재로부터 사유했던 하이데거(M. Heidegger)의 철학적 개념을 한국적 사유로 변형한 용어이다. ‘포월’은 한자의 의미대로 ‘기어서 넘는’ 일련의 모든 사유와 행위를 지칭한다. 그것은 현실 극복과 이탈을 주도하는 ‘초월’과 대립한다. 그것은 현실의 과거와 단절하는 미래에 박수를 보내는 초월과 달리, 그 미래를 과거-현재의 연속선상에서 엉금엉금 느리게 기어 넘는 지난(至難)한 ‘미래를 향한 현재적 진행’의 과정 자체에 방점을 찍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세기 개념미술이나 추상미술처럼 아방가르드적 실험을 통해 미술의 자율성과 순수 미학을 표방하던 난해한 미술의 전통을 내던지고, SNS과 같은 온라인 소통 공간을 통해서 ‘무겁지 않은 주제와 이해하기 쉽고 친근한 미술’을 표방하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금에 변모하고 있는 미술 지형에서의 미래적 미술의 의미를 포월의 넉넉한 처마 밑에서 진단한다. 특히 다수의 출품작이 뉴팝(New Pop)이라 불리기도 하는 ‘네오-팝(Neo-pop)보다 더 현대적인(more modern than Neo-pop)’ 그리고 ’더 새로운(even newer) 팝적 미술’을 지향하면서 재기발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전시는 ‘모어 모던 댄’이라는 주제를 유감없이 실천한다고 평가해 볼 수 있겠다. 


II. 네오-팝보다 더 현대적이고자 하는 차세대 팝아트 
‘모어 모던 댄’전의 5명의 참여 작가들(권신홍, 모어킹, 알타임 죠, 애니쿤, 조이킴)이 선보이고자 하는 ‘모어 모던 댄 네오-팝(More modern than neo-pop)’, 즉 ‘네오-팝보다 더 현대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1950년대 말 영국에서 출발하고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전성기를 누린 팝아트의 명성을 재해석하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아시아, 특히 일본과 중국의 네오-팝을 형식적으로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한 걸음 더 넘어서는 현대미술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우키요에(うきよえ, Ukiyo-e)'라는 목판화 전통을 물려받고 오타쿠(Otaku, オタク)와 같은 하위문화와 같은 B급 정서를 시각화한 일본팝(Japanese pop art)과 더불어 사회주의 리얼리즘(social realism)에 기초한 정치적인 미술인 중국팝(Chinese pop art)의 전형을 넘어서는 ‘무엇’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분명 1980년대말-1990년대 정치적 팝과 대중문화의 팝이 병치된 채 선보였던 한국팝(Korean pop art)의 후신으로서의 ‘무엇’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일본 팝의 선구자인 우시오 시노하라(Ushio Shinohara, 1932~ )와 일본 팝의 대모로 간주되는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1929~ )를 위시로, 다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 1962~ ),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1959~ ) 등의 작가가 네오-팝 작가라고 한다면, 1970년대 출생 작가들을 중심으로 2000년대 이후의 일본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치오 아오시마(Chiho Aoshima, 1974~ ), 아야 타카노(Aya Takano, 1976~ ), 아카네 코이다(Akane Koide, 1992~ ) 등의 작가를 우리는 마이크로 팝(Micro-Pop) 작가로 호칭한다. 이들은 일본팝 선배 세대들이 선보여 왔던 우키요에의 특징인 평면성을 강화한 슈퍼플랫(Superflat)을 형식적 특징으로 하고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집단적인 대중문화를 반영하면서도 롤리타 콤플렉스(Lolita complex)나 자폐적 나르시즘과 같은 신진 세대의 특유의 개인적 문화를 반영하는 매우 다양하고도 미시적인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기획전의 관점에서, 가히 ‘네오-팝보다 더 현대적인 마이크로팝아트’이라 할 만하다. 
중국의 네오-팝을 예로 들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도상과 기호를 다른 계통의 도상과 기호를 병치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정치적 포스터를 재사용하면서 서구 자본주의를 풍자한 왕광이(Wang Guangyi, 1957~ )의 정치적 팝아트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가족상을 통해 기호화된 인물의 냉소적 표정과 정서를 표현했던 장샤오강(Zhang Xiaogang, 1958~ )이나, 자신의 모습과 주변인의 모습들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 팡리준(Fang Lijun, 1963~ )의 작품 그리고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 자화상을 반복, 복제하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을 희화화시킨 웨민쥔(Yue Minjun, 1962~ )과 같은 작가의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에 기초한 네오-팝도 손꼽아 볼 만하다. 이들을 잇는 차세대 중국팝 작가로는 중국의 전통적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인물상과 서구의 대중아이콘을 혼성하는 방식으로 현대를 풍자하는 회화에 천착하는 자키 차이(Jacky Tsai, 1984~ )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비디오 설치와 라이브 공연을 통해 해체된 미장센을 선보이는 장딩(Zhang Ding, 1980~ )과 목판 인쇄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하여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쑨쉰(Sun Xun, 1980~ )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뉴미디어를 통해 팝적 도상을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한국 팝아트는 일상의 도상을 병치하는 한만영, 목판화의 전통 언어를 통해 정치적 팝을 시각화하는 손기환,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도상을 선보이는 이동기, 일상 사물의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홍경택, 만화와 동화를 혼성하는 박형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세대로 캐릭터를 생산하고 자신의 작업을 브랜드화하는 낸시랭, 강영민, 아트놈, 마리킴, 찰스장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또한 중국의 차세대 팝아트처럼 회화뿐 아니라,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의 작업을 펼쳐 나가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가히 네오-팝보다 더 현재적이고자 하는 차세대 팝아트라 할 만하다. 
서구의 네오-팝 경향의 작가라 할 만한 제프 쿤스(Jeff Koons, 1955~ ),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일상을 예술의 장으로 불러와 색다르고 환상적인 서사를 덧입혀 내고 있는 점을 상기할 때, 아시아의 차세대 팝아트 또한 이에 못지않은 다양한 미디어 실험을 통해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III. 5인의 참여 작가가 모색하는 소통의 ‘대중 미학’  
그렇다면 이번 ‘모어 모던 댄’전에 참여하는 5명의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가? 이들은 자신의 ‘대중 미학’을 탐구하기 위해 어떠한 주제에 천착하고 어떠한 조형 세계를 실험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들의 작품을 ‘더 새롭고 더 현대적인 팝아트’라고 할 수 있는가?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인가? 출품작들을 천천히 살펴보자. 


권신홍, 2017 F/W OLD BOY! 97x97cm acrylic on canvas 2017

작가 권신홍(Gwon, Shin-Hong)은 1960년대 호크니(David Hockney, 1937~)식의 팝아트처럼 일상의 테마를 회화로 담아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그녀는 올드 보이, 올드 걸이라 칭하는 ‘동거인으로서의 노인들’이나 ‘반려자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반려견’과 같은 주변의 타자들을 화폭 안에 담는다. 작가는 시간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 초상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점, 선, 면으로 순환되는 지극히 단순화된 도상과 더불어 원색과 보색의 대비로 산뜻하게 풀어간다. ‘누구나의 미래’인 노년의 초상을 대면하면서 ‘물리적 퇴화 과정’으로 인해 느끼게 되는 세월의 무상함과 덧없음과 같은 무겁고 우울한 정서를 ‘여전히 마음만은 젊은 노년의 초상’을 통해서 재기발랄하고 유쾌하게 희석함으로써 네오-팝적 분위기를 넉넉히 담아낸다.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거나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는 노인, 뜨거운 피가 도는 젊은 심장을 지니고 있거나 코트 깃을 세운 채 잔뜩 멋을 부린 노인 등 대개 상반신을 크게 클로즈업한 이미지는 한 컷의 스냅 사진처럼 비쳐진다. 게다가 작품명 안에 담긴 올드 보이, 올드 걸과 같은 친근한 네이밍이나 패션에서 봄, 여름/가을, 겨울 상품을 의미하는 SS/FW와 같은 기표는 기나긴 시간의 진폭을 ‘한 컷의 만평’처럼 산뜻하게 건져 올린다. 한편 동백꽃으로 은유한 올드 걸의 추상화된 초상 그리고 점, 선, 면으로 기호화한 동거인 혹은 반려자의 집단 초상들은 권신홍이라고 하는 한 인간 주체가 일상 속에서 ‘내용은 무거우나 형식은 가벼운 팝아트’의 언어로 만나는 타자의 초상이라 하겠다. 

모어킹, Paint A.I.O series

작가 모어킹(Moreking) 또한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팝아트의 조형 언어로 산뜻하게 시각화한다. 그의 A.I.O 연작은 “All Is O”이란 주제를 탐구한다. “모든 것이 곧 무(無)”라는 이러한 주제 의식은 마치 반야심경(般若心經)이 전하는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즉 “질적인 세계와 공(空)의 세계가 다르지 않다”는 가르침을 우리로 하여금 곱씹게 만든다. 또는 ‘있음 자체를 순수한 무로 간주’한 헤겔(G. W. F. Hegel)의 철학을 엿보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작가 모어킹은 ‘무, 유한함, 무한함, 죽음, 생명, 고통’과 같은 현상학적 문제의식을 구, 원기둥, 원뿔의 형상처럼 단순하고 상징적인 광대 캐릭터에 담아서 ‘아무 것도 아닌 무언가’를 선보이는 OOZZ 연작과 더불어 해골과 통통한 살을 통해서 ‘유한한 모든 것’을 탐구하려는 OOLL 연작을 통해서 자신의 OO 연작 전체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 OO 연작은 “인간 존재라는 것이 무한대(∞, universe)이자 곧 무(nothing)”라고 하는 ‘다른 듯 같은 의미’를 전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수용하려는 젊은 세대의 명쾌하고도 간명한 사유를 드러낸다. 일견 그의 작업이 창출하는 캐릭터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같은 일본의 네오-팝 작가들이 선보였던 일련의 캐릭터가 지니는 속성과 공유하면서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해체하는 흘러내리는 형상이나 표현주의적 추상의 언어를 혼성하면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타임죠

작가 알타임 죠(Artime Joe)는 그래피티와 월페인팅의 언어로 차세대의 팝아트를 실천한다. 대개는 검은 외곽선을 지닌 만화 캐릭터와 그래픽 디자인 이미지들로 구성된 그의 월페인팅은 
미키 마우스, 아기공룡 둘리, 주먹대장, 닌자 거북이와 같은 만화 속 익숙한 캐릭터들과 더불어 자신이 만든 특유의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덩큐슛을 하는 농구 선수, 한복을 입은 어린 신랑과 신부와 같은 일반적인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대중문화 속 익숙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조합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화면을 구축하는 그의 작업은 팝아트, 네오-팝의 전형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조형 세계를 모색해 가는 중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다수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를 통해서 자신의 그래피티 작업을 천착해 나가면서도 전 세계를 두루 여행하면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작업이 지엽적인 대중문화에 국한될 수 있다는 한계를 훌쩍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니쿤

작가 애니쿤(Anikoon) 한성진은 로봇을 그리고 만든다. 어린 시절 그가 만화와 여타 장난감을 통해서 접했던 로봇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상상 속에서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장난감 로봇, 컵과 같은 일상의 사물들이 화면 안에 들어와 자신의 대변자로 살아가기도 한다. 대중문화의 세계와 그의 상상 속에서 허상처럼 자라난 그것은 현실계에 대한 모방이나 재현이기보다 일상 사물에 상상적 재현을 통해서 화폭 안에 자리한다. 그가 미국여행 중 엔틱상점에서 놓여 있던 목마와 양철 장난감, 구겨진 인형들을 구입해서 모방의 대상으로 삼을 때에도 그는  어린 시절 끝없이 자유로웠던 상상 속 세계를 소환한다. “작품들은 무언가 꾸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그려내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순수함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작가 애니쿤이 언급하고 있듯이, 그의 작업은 미리 구상된 에스키스를 옮기는 방식을 지양하고 직관적으로 빈 캔버스 위에 유희하듯이 진행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생각과 계획을 접어둔 채 빈 캔버스를 대면하면서 상상으로 창출해 내는 그의 로봇은 다분히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다. 



조이킴, Dream Believers / 꿈의 대화 (2018)

작가 조이킴(Jongmin Shin Hong)은 자신이 몸담은 세계를 시각 언어로 반추하고 사유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펼친다. 그것은 그가 언급하는 “시대정신의 구현”과도 같이 세계를 대면한 한 예술가가 그림일기를 그리고 쓰듯 자유로운 발화(發話) 행위이지만 비판적 메시지로 가득한 무엇이 된다. 그것은 당장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침묵의 일기이지만 비언어로 써내려간 내러티브 강한 저항의 성명서(聲明書)이기도 하다. 그는 최신의 유행 제품을 소유하는 욕망에 가득한 하이프비스트(Hypebeast)라는 신인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최근에 한국 주식 시장에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창출되면서 몰아닥친 주식 투자 광풍을 고발하듯이 표현하기도 한다. 작금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전하는 뉴스를 종교라는 명분으로 사익을 추구했던 십자군 전쟁의 폐해와 겹쳐서 살펴보기도 하고 최근의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의료진들의 방역 투쟁을 실감나게 전하기도 한다. 소소한 일상을 화제로 삼았던 팝아트, 네오-팝처럼 그가 표현주의적 팝아트의 언어를 통해서 바라본 세상의 모든 것은 ‘사소한 것’조차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단서가 된다. 


IV. 에필로그 
5인의 참여 작가들은 팝아트와 네오-팝을 계승하는 자신들의 조형 언어들을 통해서 차세대의 팝아트를 실천한다. 이들이 작업은 1980-1990년대 일본과 중국에서 붐을 일으켰던 네오-팝의 흐름을 계승하면서도 같은 시기 한국에서 실천되었던 네오-팝으로서의 ‘코리언 팝’의 흐름 또한 계승한다. 때로는 정치적이고 때로는 대중문화를 지향하는 가운데 문명 비판적인 시각을 방기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5인의 참여 작가들은 현재 20-30대로, 198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로 지칭될 수 있겠다. ‘Y세대’, ‘구글세대’로 지칭되기도 하는 이들 세대는 공동체주의보다 개인주의를 표방하는 새로운 미디어 세대이다. 특히 한국의 작금의 과열된 경쟁 상황에서 ‘불공정이 아닌 공정’을 최상의 사회 이념으로 내세우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소통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보다 활성화된다. 가히 ‘미디어를 횡단하는 차세대’라 할 만하다. 특히 이 세대는 훗날의 성공을 위해서 현재를 인내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YOLO) 세대이기도 하다.
이 세대의 예술가들은 대개 SNS의 공간에서 자신을 이미지화하여 홍보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작품의 소통과 판매를 도모하는 전략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상과 명예만을 원하지 않으며 실질적 이익을 함께 도모한다. 이들이 점차 비율을 넓혀가며 점유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란 따라서 이전의 대중과 다른 지점에 노정한다. 따라서 이들이 지향하는 ‘대중미학’은 ‘대중을 위한 예술, 대중에 의한 예술, 대중의 예술’의 개념을 공통적으로 함유하면서도 ‘고급예술과 대중문화’ 그리고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린 지 오래다. 키치(Kitsch)는 더 이상 저속함이나 거짓의 대상이 아니며 B급 문화는 더 이상 주변이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대별되는 차세대 팝아트 작가들은 팝아트와 네오팝을 계승하면서 ‘모어 모던 댄’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이 글은 5인의 팝적 조형 작업을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해설하기, 공동체 속에서 개인주의의 언어를 중심에 두고 세계와 대면하기, 타자의 것을 이질화시키지 않고 공유하기 등의 내용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서두에 문제 제기한 ‘모어 모던 댄’의 개념을 이들이 모두 성취한다고 섣부르게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의 작업이 이전과는 다른 ‘더 새롭고 더 현대적인 팝아트’라고 주장할 수 있다면, 그것은 회화나 조각의 영역에 고착화되지 않고 영상과 같은 다매체의 장으로 횡단하는 작업 혹에서 SNS와 같은 온라인 소통의 장을 적극적으로 작품 발표의 장으로 삼아 세계의 모든 이들과 네트워크화하고 있다는 점으로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팝아트란 모두 대중의 일상 영역으로부터 전유되었던 것인 만큼, 이들이 펼치는 대중의 일상 영역은 보다 더 변화하고 진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로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평가와 판단의 몫은 순전히 관객의 것이니 전시 이후의 관람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작금의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서 서호미술관의 이 같은 기획전이 보다 유의미하게 빛나길 기대한다. ●


출전/
김성호, 「소통의 미디어를 횡단하는 차세대 팝아트」, 『모어모던덴(More Modern Than)』, 카탈로그, 2021
(모어모던댄 전, 2021.06.18 ~ 08.30, 서호미술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