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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론│출품작 해설 / 재생2 와동 (야외)

김성호

출품작 해설 -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_재생2 와동 (야외)

김성호(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 예술감독)


한국 작가 김성수의 작품, <시간여행자>
Timetraveler by Sungsoo KIM of Korea 
와동분교에서 어린이들을 반기는 작품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곰돌이인데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전동모터의 힘에 의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 운동을 합니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인 셈이죠. 어린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과거로 여행을 합니다. 빙빙 도는 머리가 어지럽지만 어린이들은 신나는 놀이기구로 만들어진 작품을 타고 마냥 신이 났습니다.  



한국 작가 정혜라나의 작품, <색을 입히다>
Coloring to the Object by Hyeryena JUNG of Korea 
하얀 벽면에 색을 입히는 일은 선사 시대 동굴에서 벌어졌던 미술 행위를 되새기게 합니다. 당시의 벽화가 유희, 제의, 노동, 삶이었던 것처럼, 작가 역시 축제의 장면과도 같은 벽화를 통해 공동체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무채색의 인간 군상이 다양한 색상의 옷을 입은 채 서로 연결됩니다. 나의 옷이 누군가에게 연결되고 그 옷이 또 다른 이와 연결되면서 한 주체의 삶은 공동체의 삶으로 변화됩니다. 코로나의 비대면 시대에서 소망하는 대면을 향한 재생 의지입니다.




한국 작가 변경수의 작품, <달콤한 뚱땡이>
Sweet Fatty by Kyungsoo BYUN of Korea
와동분교 교사의 현관 위에 빨간색의 조각 하나가 올라앉았습니다. 코입이나 팔이 몸통에 하나로 붙어 있는 형상입니다. ‘달콤한 뚱땡이’라는 제목처럼 외형적으로는 화려한 색을 입은 귀염둥이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인체상 안에, 외형과는 다른, ‘불안한 인간 주체 탐구’라는 실존적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작가는, 타자로부터 고립된 주체, 내면으로 하염없이 추락하는 병적 주체와 같은 현대인의 이중적 면모를 비판적으로 제시합니다.




한국 작가 이창희의 작품, <걸어가다>
To Walk to Place by Changhee LEE of Korea 
와동분교의 교사 앞 벌겋게 퇴락한 동상들 사이에 같은 색을 지닌 조각 작품이 새로 자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몸통은 없고 다리만 있는 상태로 걸어가는 사람 형상입니다. 한자의 ‘사람인(人)’과 한글의 ‘시옷(ㅅ)’이 만난 절묘한 형상입니다. 크기를 보니, 아빠, 엄마, 아이가 가족 나들이를 나선 것처럼 보입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벌겋게 퇴락한 이승복 어린이 동상 그리고 사슴 동상과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 가족상은 비를 흠뻑 맞고 벌겋게 녹이 슬어 주변의 조각들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같은 모습으로 그들과 나누는 대화가 정겹습니다.




한국 작가 이호영의 작품, <오래된 정원-발화하는 생명>
The Old Garden – Blooming Life by Hoyoung LEE of Korea 
와동분교의 교사 앞에 아주 커다란 구조물이 설치되었습니다. 이른 바 ‘입방체형 식물 파빌리온’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체험 교육 프로그램에서 함께 했던 도민들의 창작 체험 결과물들을 함께 전시하 고 전시 기간 내내 주민의 참여와 기증으로 이루어진 화분 프로젝트 가 진행됩니다. 이 구조물 양 옆으로는 하얀 천 조각들을 드리운 구조물이 함께 전시됩니다. 그런데 설치한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된 이 작품명이 왜 ‘오래된 정원’일까요? 자연의 생성소멸과 더불어 인간과 자연에 관한 오래된 문제의식을 작가가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서 조형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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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마리아 멜레스키나의 작품, <영원한 아름다움>
Eternal Beauty by Maria MELESHKINA of Russia
와동분교 운동장 옆 뜨락에 방치되어 있던 폐타이어들을 꽃과 여러 식물을 위한 화분으로 재활용합니다. 작가는 이 타이어들을 새로운 구조물로 재배치해서 쌓고 그 안에 흙을 채우고 여러 종류의 어린 식물을 심었습니다. 세상 속에 버려진 것들을 가꾸로 재생해서 만든 리사이클링 아트로 된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불가리아 작가 루멘 미호프 디미트로프의 작품, <지퍼 자연>
Zip Nature by Rumen Mihov DIMITROV of Bulgaria
지퍼 자연이라나요? 작품은 자켓의 지퍼처럼 열리고 닫히며 다시 태어나는 자연을 시각화합니다. 겨울 동안 보이지 않던 식물이 봄이 되면 대지 밖으로 다시 새싹을 틔우는 것처럼,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연은 죽음의 상황에서도 언제나 생명을 품어 안습니다. 나무가 태워져 숯이 되었지만 숯은 또 새로운 생명을 살리는 모성의 대지로 변화합니다. 자연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우리 생명의 근원입니다.




한국 작가 박장근의 작품, <꿈꾸는 산맥3>
Dreaming Mountain Range3 by Jangkeun PARK of Korea
와동분교 운동장 옆 뜨락의 끝자락에는 색색의 커다란 조각이 자리 잡았습니다. 거대한 산맥을 형상화한 것인데, 어떻게 보면 사람이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형상을 닮아 있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의 색조는 사시사철 변하는 한국의 산하를 담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이러한 큰 설치적 조각을 이해할 수 있는 조각이 함께 설치되어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작품은 야외 공간에 커다란 벽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와동분교의 넓은 야외 전시 공간을 포근히 감싸주는 예술 산맥이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작가 다이드레 오마호니의 작품, <The PLOT II >
The PLOT II by Deirdre O’MAHONY of Ireland
와동분교 운동장 옆 뜨락 한 편에 메밀밭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이미 감자 재배와 관련한 작물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작가에게 있어, 작물은 식량 안보와 기후 위기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내는 예술 소재입니다. 아일랜드에서는 감자로, 홍천에서는 메밀로 동시에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미생물과 곤충들 그리고 자연을 이롭게 하는 생태적인 과정예술의 위상을 지닌 채, 두 곳뿐 아니라 오늘날 문명화된 모든 나라에 사는 현대인에게 생태, 자연, 환경의 주요성을 일깨우게 합니다.




한국 작가 김순임의 작품, <바다 무지개>
Sea Rainbow by Soonim KIM of Korea 
와동분교 운동장 옆 야외 공간에 이른바 ‘반원기둥형 식물 파빌리온’으로 마련된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는데요. 이곳에 작가는 식물이 아닌 해양 생물을 전시합니다. 해양 생물이라고요? 그것은 바다의 생물이 아니라 작가가 해변에서 채취한 해양 쓰레기입니다. 그것은 사실 육지 문명인인 인간이 버린 것이라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육지의 산물이라고 해야겠네요. ‘인간-육지-바다-육지-식물 파빌리온’으로 이어진 쓰레기의 여정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폐해를 여실하게 들여다봅니다. 무지개빛으로 표현된 이 작품은 아름답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겠네요. ‘버려진 것들의 부활’이 함유한 자기반성의 비판적 문제의식을 통렬하게 선보이는 까닭입니다.




독일 작가 사라 미콜라이와 스리랑카 작가 이수루 쿠마라싱에 의 작품, <경청의 메아리: 함께 하기>
Echoes of Listening: Being With by Sara MIKOLAI of Germany & Isuru KUMARASINGHE of Sri Lanka
‘반원기둥형 식물 파빌리온’인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야생화들이 심겨진 흙 둔덕 사이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서 새들과 곤충의 소리를 들어봅니다. 중간마다 배치된 의자에 앉아 있으니 자연 미물들의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야생화들이 어우러진 꽃밭을 거닐면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가들이 만든 텍스트도 살펴보고, 그들의 비디오 영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합니다. 무심히 지나치려는 우리를 붙잡으 며 자연이 소곤대면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으로 정겹습니다. 




레바논 작가 지아드 모우카젤의 작품, <회상>
Recollecting by Ziad MOUKARZEL of Lebanon
와동분교 운동장 옆 야외 공간에 마련한 ‘반원기둥형 식물 파빌리온’인 비닐하우스 안에 옥수수가 심겨져 있고, 주변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소음처럼 들리는 그것은 정치 사회적 붕괴를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이 맞닥뜨린 사건 전후의 복잡다기한 상황 속에서 녹음된 실제 현장의 소리입니다. 또한 신디사이저로 가공하여 만들어낸, 침울, 불안의 분위기를 가득 띠고 있는 혼성의 가짜 소리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문명의 혼돈의 소리가 겹쳐진 비닐하우스 안의 풍경입니다. 세상이 혼돈에 빠져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자연이 늘 변함없었던 것처럼, 비닐하우스 속 옥수수는 변함없는 성장을 지속합니다. 




한국 작가 신재은의 작품, <A의 작업장>
A’s Workshop by Jaeeun SHIN of Korea
여기는 ‘반원기둥형 식물 파빌리온’인 비닐하우스입니다. 작가는 이곳에 문명의 각종 폐기물을 잔뜩 넣어 쌓았습니다. 철근이 드러난 채 해체된 콘크리트 블록, 깨어진 형광등과 유리병의 파편들이 위험천만해 보이는 공간 사이에서 놀랍도록 네 잎 클로버가 실제로 자라고 있습니다. 또한 콘크리트 파편들의 표면 위에 있는 큐알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니 AR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네잎 클로버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작가는 천혜의 자연보다 인간과 가까운 자연에서 네 잎 클로버가 잘 자란다는 가설을 작품으로 옮겼습니다. 네 잎 클로버란 세 잎 클로버의 기형적 산물이지만,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행운의 상징으로 간주됩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만은 행운이 멀리 있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한국 작가 정태규의 작품, <작물의 반영>
Reflection of Crops by Taekyu JEONG of Korea
와동분교 운동장에 ‘건축형 카페 파빌리온’이 설치되었습니다. 건축물과 내부 인테리어 공간까지 디자인한 작가는 이 건축물 안에 한국형 패스트푸드라 할 만한 국수를 판매하고, 한국형 슬로우프드라 할 만한 꿀, 식혜 등의 매장을 갖추고, 커피숍과 아트숍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이 안에 지역의 기관과 지역민이 협업하는 다양한 컨텐츠가 준비됩니다. 특히 작가는 건축물 외관에 비닐하우스용 골조로 사용되고 버려진 파이프를 모아서 예술 작품으로 재생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표현주의적 추상 회화의 옷을 입혀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외관을 리드미컬하게 변화시키고 재생했습니다. 이 파빌리온은 연못에 이은 또 다른 휴식 공간이자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그리고 건축물이자 미술 작품으로 와동분교 운동장에 상징처럼 자리할 예정입니다.




중국 작가 첸웬링의 작품, <조롱하는 자>
The Illusor by CHEN Wenling of China
와동분교 운동장에 설치된 ‘건축형 카페 파빌리온’ 앞에 커다란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그 연못 안에는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명상하고 있는 소년의 형상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이 작품은 연못의 찰랑이는 물 위에 자리한 까닭에 수면의 풍경을 고스란히 작품
표면에 반영합니다. 작품의 이미지 또한 물 위에 자리하면서 작품과 환경이 대화를 나눕니다. 작품명 일루저는 라틴어로 ‘조롱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말더듬 증세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는 명상하듯이 그림 그리는 일과 흙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일로 친구들의 조롱과 놀림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명상하는 소년’은 ‘조롱하는 자’를 자기 방식으로 대면하고 대화하는 주체 가 됩니다. 마치 환경과 대화를 나누는 반영체의 작품처럼 말입니다.




한국 작가 노동식의 작품, <민들레 - 바람을 타고......,>
Dandelion – Riding the Wind...... by Dongsik ROE of Korea
와동분교의 교문 쪽에 자리한 수풀 속에 하얀 민들레 홀씨가 금방 날아갈 태세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년이 홀씨를 붙잡고 있지만 소년 또한 부는 바람에 몸을 싣고 민들레 홀씨와 함께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하얀 민들레와 소년은 숲 속에서 관람객에게 손짓합니다. 함께 하늘 여행을 하자고 말입니다. 조명 장치가 된 이 작품은 밤에는 환하게 불을 밝혀 이러한 하늘 여행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출전/
김성호, 「출품작 해설 - 재생2 와동(야외)」,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_따스한 재생』, 전시카탈로그, 강원문화재단, 2021, pp. 15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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