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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수원시립미술관 / 수원 행궁동 일대의 ‘비영리 미술 공간’의 역사와 활동의 의미

김성호


수원 행궁동 일대의 ‘비영리 미술 공간’의 역사와 활동의 의미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I. 프롤로그 
이 글은 수원 행궁동을 중심으로 전개된 ‘비영리 미술 공간’의 역사에 관해 고찰하고 이 공간들이 지역 미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먼저 이 글은 국내 비영리 미술 공간의 역사와 더불어 수원의 비영리 미술 공간의 활동과 현황을 살펴보고 이어서 수원의 비영리 미술 공간 활동이 지향했던 ‘지역 예술 활성화와 예술가 지원’, ‘공공미술 속성의 커뮤니티 아트의 확산’, ‘다차원의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 예술의 확산과 국제화’가 무엇이었는지 순차적으로 살펴보고 그 의미를 논증한다.  





II. 비영리 미술 공간의 등장과 국내 현황   
이 글에서 언급하는 비영리 미술 공간은 영리를 도모하는 상업적 미술 공간인 갤러리의 대척점에 선 채, 공공성 기제를 일정 부분 수렴하고, 문화 예술 진흥을 지향하는 일련의 미술 공간을 통칭한다. 즉 미술관, 아트센터를 중심으로 대안미술공간, 아트스페이스, 다원예술공간, 미술전시관, 아트하우스 등 다양한 이름을 한 대안공간을 주로 거론한다. 기실 이러한 공간뿐 아니라 ‘화이트큐브'(white cube)’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허름한 창고형 공간, 컨테이너, 재래시장이나 일상의 공간 속에 침투한 게릴라적 임시 전시 공간, 애초부터 벽과 천장이 없는 야외의 특정 장소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상업 공간인 갤러리에 반대편에 있지만, 공공의 목적을 명확히 한 채 소장품을 기본으로 한 미술관과는 차별화된 다양한 이름의 대안공간을 ‘비영리 미술 공간’으로 정의한다. 
대안공간은 소장품 수집이라는 의무에서 자유롭기에 수집, 연구, 교육, 전시 등의 미술관 역할에서 많은 부분 연구나 전시에 집중하면서, 제도권으로부터 이탈한 다양한 비제도권에서의 예술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대개 실험적 미술 전시에 집중해 왔다. 
주지하듯, 제도권에 대한 문화적 대안은 언제나 그 주류의 구조가 불안하고 위태할 때 그 틈바귀 속에서 잉태한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킨 미국의 기술 낙관주의 세계관이 베트남 전쟁에서의 야만적인 군사적 기술 진보로 이어질 때, 미국의 젊은이들은 반전 평화의 기치 속에서 탈문명의 대안인 비틀즈와 히피 문화에 빠져들었다. 같은 해 뉴욕의 그린 스트리트 98번지와 112번지, 그리고 다음 해 애플 스트리트 98번지에서는 당시 사회 구조의 불안함 속에서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던 미술관의 냉혹한 보수주의와 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던 갤러리의 저열한 상업주의에 반기하면서 젊은 미술인들이 ‘미술가들을 위한 미술가들에 의한’ ‘비영리 대안공간’을 출범시킨다.
지극히 미국적 산물인 대안공간은 한국에서는 IMF의 혼란과 경제적 지각 구조의 불안한 틈새에서 싹을 틔웠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촉발된 세계화, 전지구화에 대한 국내 각계의 요청과 이에 대한 10년 동안의 가속화가 귀결시킨 IMF는 이미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있던 국내 미술계의 국제화 지향의 허상을 좌초시키기에 족했다. 작가들의 생존적 타개책이 무엇보다 급선무가 되어 버린 것이다.
1999년 2월 국내 최초로 대안공간을 표방하며 출발한 ‘루프’를 위시해서 ‘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부산의 ‘섬’ 등 잇따른 대안공간들의 생성은 그 당시 순기능을 감당하지 못하는 미술관과 갤러리 시스템에 대한 ‘제 3지대’의 대안으로 모색된 것이다. 제도에 반기하는 순전히 국내 자생적인 대안공간이 표방된 셈이다. 미술계의 장기적인 침체를 극복해 보고자 하는 미술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실인 대안공간은 2000년에 정부가 지원하고 나선 ‘인사미술공간’의 생성에 힘입어 미디어아트 센터를 표방한 ‘일주아트 하우스’나 이듬해 대안공간으로 재출범했던 ‘갤러리 보다’와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쌈지스페이스’ 등의 다양한 전시 공간들의 생성을 촉발했다. 이후 현재까지 대안공간의 이름을 실제로 달거나 그 취지를 내세우며 생성되거나 또 이내 소멸된 공간은 수도 없이 많다.




III. 수원 행궁동의 비영리 미술 공간의 등장과 전개 
국내 대안공간의 등장이 IMF의 혼란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예술가들의 자생적인 노력으로 출발했던 것처럼, 수원에서의 비영리 미술 공간의 등장 또한 문화 예술 활동의 전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예술인들의 자생적인 노력의 결과로 잉태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수원 행궁동 일대는 1976년대 화성 복원 공사,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2003년 화성행궁의 완전 복원과 문화재 보호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통의 복원과 보존을 위한 각종 건축 규제로 인해 옛것만이 남은 채 원주민의 이주와 주민 불편을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05년 수원 행궁동에 ‘대안공간 눈’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미술 공간이 등장한다. 이전까지는 몇몇 갤러리(2000년 갤러리 쿠이, 2005년 수아아트스페이스)가 미미한 활동을 하고 있었고, 1999년 12월 29일 송죽동에 개관한 수원미술전시관이 수원 미술인을 위한 본격적인 ‘비영리 미술 전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안공간 눈의 등장은 미술인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기에 족했다. 국내 대안공간의 등장이 1999년이었던 것을 상기할 때, 수원에서의 대안공간의 등장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물론 2000년대 이전에도 수원에 전시 공간은 있었다. 1957년 (구)수원문화원이 개관한 이래, 수원역 광장, 남문 거리, 백화점, 문화원 등이 수원미술협회 전시의 단골 무대가 되었고, 1960년대에는 이에 추가하여 국제다방 등이 전시 공간이 되었고 1970년 이후에는 크로바백화점(1975-1990), 삼원백화점(1977-1981), 소라백화점(1979-1980) 등 상업 공간 내 전시 공간을 활용했다.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선화랑, 정화랑과 더불어 1994년 구상 회화에 집중한 갤러리 울, 1995년 신진 작가 지원에 힘쓴 연화랑 등 1980-90년대의 수원의 전시 공간은 대개 작품을 판매하기 위한 상설 화랑이나 전시 공간을 대여하는 대관 화랑이 다수를 이루었다. 물론 당시에 장안미술관이나 슈룹아트넷의 경우처럼 작가들이 연합해서 전시를 펼치기 위한 전시 공간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2000년 수원미술전시관, 2005년 대안공간 눈 등으로 대별되는  수원에서의 비영리 미술 공간의 등장은 2000년대부터였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대안공간 눈은 개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영리 공간 지원에 힘입어, 신진 작가 발굴 및 여러 전시를 개최하여 청년 작가들의 활동뿐 아니라 중진, 원로 등 다수의 작가를 골고루 지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 2009년 ‘행궁동 레지던시’와 ‘행궁마을 커뮤니티아트센터’를 운영하고, 2010년 이래 행궁동의 〈도시 재생을 위한 벽화 골목 조성〉, 〈국제 레지던시〉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전국 대안공간 평가에 있어 수위를 차지하고 2011년에는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2014년에는 대안공간 10주년을 맞이해서 ‘예술공간 봄’을 새롭게 개관하기도 했지만, 2019년 예술공간 봄만 남겨 두고 대안공간 눈은 폐관하게 되었다. 대안공간 눈은 폐관하기까지 15년 동안 2,5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유념할 것은, 이러한 폐관의 계기는 대안공간 운영의 재정상 어려움이 야기된 측면이 있지만, 2019년 당시에 이미 수원미술인들의 숙원인 수원시립미술관이 2015년 개관해서 수원 미술 활동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문화 예술 지도가 이미 성숙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는 예술공간봄과 마을기업 행궁솜씨에서 행궁동 벽화 골목의 복원 및 관리 등 이전까지 대안공간 눈이 주축이 되어 추진했던 유의미한 활동들을 계승, 지속하는 중이다. 
‘대안공간 눈’을 잇는 ‘후발 비영리 미술 공간들’로는 2012년 작가 장혜홍이 섬유 예술과 현대예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2013년 작가 이해균이 수원시 최초 사립미술관을 표방하면서 개관하여 지역의 현대 미술 소개에 집중하는 ‘해움미술관’, 2015년 실험미술의 전초 기지로 개관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2019년 폐관한 ‘실험공간 UZ’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수원 미술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2015년 개관하고, 그 부속 기관인 ‘아트스페이스 광교’가 2019년 개관함으로써 수원에는 비영리 미술 공간들이 순차적으로 생겨나면서 풍성한 미술 현장을 만들고 있다.




III. 수원 행궁동 비영리 미술 공간의 전시, 커뮤니티 아트 그리고 네트워크 
수원의 ‘대안공간 눈’과 ‘후발 비영리 미술 공간들’에 대한 평가는 무엇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지역 예술가 지원, 실험 미술 창작 및 전시 활성화 지원, 커뮤니티 아트 그리고 네트워크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표적 특성이다.  
첫째, ‘지역 예술가의 창작 및 전시 활성화 지원’에 관한 것이다. 
대안공간 눈은 2004년 조각가 이윤숙이 살던 구옥을 개조해 비영리 전시 공간을 표방하면서 실험미술 소그룹 ‘슈룹(SHUROOP)’의 《백두대간 히말라야 프로젝트》전을 개최하면서 시작되었던 만큼, 애초 출발은 수원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발표의 공간을 표방했던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실험미술의 발표 장이자, 청년 예술가의 전시 활성화 지원을 표방한 셈이다. 이후 대안공간 눈은 지역의 실험미술과 청년 미술뿐만 아니라 수원 외 예술가들과의 교류의 장을 만드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공간은 1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원의 신진, 중진, 원로를 아우르는 모든 계층의 예술가의 활동과 더불어 수원 내외의 예술 교류를 지원하는 다양하고도 무수한 전시를 통해서 수원 예술의 발전을 이끄는데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후발 비영리 전시 공간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섬유 예술에 특화된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해외 미술계와 교류를 도모했던 복합문화공간 행궁재의 전시 지원이나 지역의 현대 미술 소개에 집중하는 해움미술관의 노력도 수원에서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 발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특히 비교적 후발 주자였던 '실험공간 UZ'는 작은 공간의 특성상, 다수의 예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실험미술에 천착하는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행궁동의 실험미술 발표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둘째, ‘커뮤니티 아트라 불리는 공공미술의 활성화’에 관한 것이다. 
대안공간 눈은 창작의 주체인 예술가뿐만 아니라 전시 수혜자인 시민 관객을 함께 예술 창작에 견인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7년부터 행궁길에 마련했던 〈빈집 미술관〉, 〈간판에 날개를 달자〉, 〈골목집 프로젝트〉, 〈옥상 개방 프로젝트〉 등 예술가와 지역민이 협업하는 〈행궁동 역사 문화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이나, 2013년 골목집을 ‘골목 체험 센터’로 꾸미고 ‘골목도서관’을 운영한 일 그리고 지역민이 예술가로 나섰던 〈내가 바로 우리 동네 예술가〉, 〈어르신 솜씨 발굴 프로그램〉과 같은 일이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미술민주주의(Artistic democracy)라 불리는 ‘모든 사람에 의한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by everybody)’을 지향한다. 미술민주주의는 단순히 관람자의 소외 양상을 극복하려는 것이 아닌 관람자를 창작자로 전환하는 방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전문가인 미술가가 작품을 생산하고 비전문가인 지역 주민이 창작을 간접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비전문가인 지역 주민이 예술가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대안공간 눈이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프로젝트 - 행궁동 사람들〉이라는 거시적 테마로 진행했던 다수의 프로그램은 가히 ‘미술민주주의’를 실천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국내 대안공간이 주로 실험미술에 관한 창작과 발표를 독려하는 일에 집중했다고 할 때 대안공간 눈은 이러한 작업을 초기에 많이 실행했지만, 많은 부분은 행궁동 사람들의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골목과 사람들 마음에 예술을 통해 생기를 불어넣는, ‘커뮤니티 아트’라 불리는 체험 예술 활성화에 집중해 왔다고 하겠다. 이러한 지향점은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에 확실한 구별을 짓기보다 모두를 예술가로 만드는 일에 흔쾌히 나서면서 모두에게 예술적 성취를 가능하게 만든다. 2011년 ‘마을기업 행궁솜씨’를 창업해 마을의 자원을 통해 작가들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금을 마을에 재투자하여 행궁동을 예술 마을로 발전시키려 했던 실험도 이러한 관점에서 읽힌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들썩들썩 골목난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골목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나 지역의 어른, 삼일상고 학생, 교사, 학부모와 함께하는 마을 교육 공동체를 진행했던 실험 역시 이러한 지향점을 명확히 한 프로젝트였다.   
이처럼 대안공간 눈은 2018년 12월 말까지 2,500여 명의 예술가,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플랫폼으로 자리하면서 ‘커뮤니티 아트라 불리는 공공미술의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셋째, ‘다차원적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 예술의 확산과 국제화’에 관한 것이다. 
대안공간 눈은 후발 대안공간의 자연스러운 생성에 여러모로 기여했다. 지역의 선후배로 연결된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대안공간 설립을 통해 지역에서의 예술 활동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한 결과라 하겠다. 실제로 2017년에는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 운영한 수원의 네 곳의 전시 공간인 ‘대안공간 눈’, ‘실험공간 UZ’,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해움미술관’이 이러한 네트워크를 하나의 공동 프로젝트로 실현한 바 있다. 7월 한 달간 총 32명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동시대 미술에 관해 토론하고 동행할 방법을 모색한 ‘수원 아트스페이스 프로젝트(Suwon Art Space Project)’라는 제명의 프로젝트가 그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수원 지역 전시 공간의 긴밀한 소통과 지역 간 동시대 예술을 발굴하고 조망하려는 취지’ 속에서 ‘연대-Solidarity’를 주제로 내세우고 몇 년간 활발한 후속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실험공간 UZ는 이러한 프로젝트 외에도 연대, 공유, 동행의 정신으로 〈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를 전국 각지에서 행하고 그 결과 보고전을 개최했는데, 2019년에 마무리하기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전국 단위의 실험미술을 펼치는 수원의 전시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유념할 것이 있다. 국내 거점 대안공간의 네트워크는 대부분 후발 대안공간과의 협력과 연계 사업을 통한 대안공간과의 네트워크와 더불어 미술인과 비미술인의 네트워크에 주력해 왔다는 점이 그것이다. 대개는 대안공간과의 네트워크와 미술 전문가와 비미술 전문가의 네트워크였던 셈이다. 예를 들어 국내의 대안공간들은 2005년 ‘비영리 전시 공간 협의회’라는 이름의 네트워크를 결성해서, “전시 및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예술창작 증진 활동, 아카데미 및 워크숍, 출판 등의 학술 사업, 지역문화 활성화를 통한 예술 향수권 확대, 대안공간 활동의 자료 및 지표화와 정책 연구”를 목표로 활동을 펼쳐 왔다. 그렇지만 국내 대안공간들의 사명감 있는 네트워크 결성은 자기들끼리의 연대이자 미술인이든 비미술이든 전문가들의 연대에 집중해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비판을 불러왔다. 게다가 지역 문화 활성화라는 지향점과는 달리, 이들의 네트워크가 순전히 정부나 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한목소리로 요청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비판과 달리, 대안공간 눈을 위시한 수원의 다양한 후발 대안공간과 비영리 전시 공간의 지향점은 미술인과 비미술인, 전문가와 비전문가, 예술가와 지역 주민 등 다차원적인 네트워크에 집중했다. 이러한 지향점은 ‘비영리 전시 공간 협의회’ 활동과 일정 부분 차별화된 점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대안공간 눈’의 신진작가, 신직기획자를 위한 다양한 전시 지원, 평론가 매칭,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국제 협업 아트프로젝트〉, 〈화성문화제-수원천공공예술프로젝트〉 등이나 ‘해움미술관’의 지역 미술인 집중 조명을 위한 기획자와 평론가 매칭, 그리고 ‘실험공간 UZ’의 한반도 분단 현실에 발언했던 다양한 예술 네트워크, ‘복합문화공간 행궁재’의 섬유 미술 발전을 위한 해외 네트워크도 주목할 만한 활동이라고 하겠다. 


IV. 에필로그 
‘대안공간 눈’은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 사업 공모》 우수상 수상, 《창조관광벤쳐기업》 선정, 2011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을 통해서 ‘도시 재생’과 ‘예술을 통한 마을 만들기’와 관계한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 예술 단체, 마을 활동가의 방문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대안공간 눈이 2019년 공식적으로 폐관된 이래 행궁동을 중심으로 전개된 비영리 미술 공간 활동이 일정 부분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후발 비영리 미술 공간이 일부 문을 닫기도 했지만, 다수는 여전히 남아서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행궁동 예술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던 대안공간 눈처럼 전방위적 네트워크와 전천후의 활동을 이어 나가기보다 저마다의 특성화된 전략에 집중하다 보니 수원의 비영리 미술 공간 전체의 문화예술 활동이 실제와 달리 마치 퇴색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진행되었던 예술공간봄의 행궁동 벽화 복원 프로젝트나, 수원 예술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슈룹 국제 예술제 2022〉 활동도 이어질 예정인 만큼, 수원의 비영리 전시 공간의 활동은 현재까지도 수면 위아래서 동시에 작동 중이라고 평할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자. 수원의 비영리 미술 공간이 수원 예술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시립미술관 건립’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건립 이후 시립미술관의 성공적 안착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만큼, 오늘날 행궁동 일대의 예술 섹터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제 몫은 이러한 수원의 비영리 미술 공간들의 자생적인 노력과 더불어 수원 예술인들의 열망 속에서 2015년 출범한 ‘수원시립미술관’에 남겨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차원에서 수원시립미술관은 그간 수원의 비영리 미술 공간들의 활약을 수렴하고, 수원 예술의 정립과 연구, 시민을 위한 공공미술, 시민의 주체적 예술 참여, 지역 미술의 국제화 등 ‘수원 예술의 새로운 거점’으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할 것이다. ●


출전/
김성호, 「수원 행궁동 일대의 ‘비영리 미술 공간’의 역사와 활동의 의미」, 『행궁유람 행행행』, 전시 카탈로그, 2022.
(행궁유람 행행행, 수원시립미술관 기획전, 2022. 04. 26~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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