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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2022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 / 공존: 호모 심비우스의 지혜

김성호

서문
공존: 호모 심비우스의 지혜
(Coexistence: Wisdom of Homo Symbious)

김성호(2022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 전시감독)



I. 프롤로그
‘2021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잇는 2022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는 ‘전시’를 중심으로 ‘강연’, ‘아티스트 워크숍’, ‘아티스트 토크’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올해 프로젝트의 주제는 ‘공존: 호모 심비우스의 지혜(Coexistence: Wisdom of Homo Symbious)’이다. 여기서 ‘호모 심비우스’는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공생(symbiosis)이라는 단어에서 착안해서 만든 용어로, ‘공생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즉 ‘호모 심비우스’는 “동료 인간들은 물론 다른 생물 종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간”을 지칭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배타적 속성이 강한 인간만이 한 종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종이지만 호모 심비우스라는 인간의 이상적 정체성을 지닌 채,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생을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참여 작가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어떠한 작품으로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II. 참여 작가와 출품작 
이 프로젝트의 전시 프로그램은 24개국 8팀 77인이 참여하는 국제전으로 꾸려진다. 24개국 70인이 참여하는 그룹 야투와 더불어 손정은, 이진, 이탈, 김순임, 이명호, 김유정, 강현덕 작가가 ‘공존과 공생에 관한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을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커뮤니티 아트, 미디어 아트와 같은 다양한 시각 언어로 선보인다. 전시는 자연을 정복하는 인간의 탐욕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자연환경과의 공존 방식을 모색하고 전망하는 순차적인 내러티브로 구성된다.   
손정은은 생존을 위해 생명의 사체를 먹는 인간의 탐욕이 일그러진 채 투영된 풍경을 전시장 초입에 설치 미술로 선보인다. 유리병 속 기괴한 모습의 자연 생명체, 조립형 가구와 식탁 위에 놓인 화려한 조화(造花)와 사체 이미지는 현대인의 일상에 스며든 생명의 소비와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손정은은 전시 초입부터 인간과 공생하는 자연의 진정한 의미를 그로테스크와 비루함으로부터 길어 올린다.  

손정은, <강요> 박제한 식재료, 조립된 가구, 이케아 오브제, 인조 식물 등, 가변 설치, 2022 


이진은 도시의 일상 공간 속에 공생하는 자연을 주목한다. 변두리 도시의 주택과 거리에 심은 가로수뿐만 아니라, 바람을 타고 온 씨앗이 자리를 잡고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이 공생하는 우리 주변의 풍경을 담담한 시선으로 기록한 디지털 판화와 회화를 선보인다. 관객은 인공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가꾸어진 것들과 자생하는 자연이 어우러진 이야기 있는 풍경 속으로 산책하듯이 거닐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진, <기억을 하다_더듬거리다01> tent, print, 2022 
  

이탈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 Magritte)의 작품인 '이미지의 배반(La Trahison des images)'을 차용한 제목의 키네틱 아트를 통해서 꽃, 솔방울, 과일과 같은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1:1.6의 황금비율(피보나치수열)의 의미를 추적한다. 이탈은 자연을 모방한 예술이 부패하지 않는 재료를 통해 자연에 위협을 미치기까지 하는 오늘날 현상을 ‘이미지의 배반’으로 간주하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파괴가 아닌 자연과의 공생에 있음을 피력한다. 

이탈, <이미지의 배반 The Treachery of Imagesa> 2022 




그룹 야투는 1981년 창립한 자연미술가 단체로 3개의 모니터 속에 1980-90년대의 야투의 초창기 자연미술과, 2000년대 국내외 자연미술 작품, 그리고 야투의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연미술 아카이브전을 펼친다. 아울러 2017년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명 ‘자연미술 큐브’전을 일부 선보인다. 일정 규격의 큐브 속에 자연 재료와 내용을 담은 국내외 작가 70인은 12cm 크기의 70 큐브들을 통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 메시지를 전한다.  

그룹 야투, <야투 자연미술 아카이브전 : 자연미술큐브&자연미술영상> 자연미술큐브, 모니터, 2017-2021, 2022 
 

김순임은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포장지에 겹겹이 싸인 식자재를 먹고 난 후 남은 식물의 씨앗, 줄기 및 뿌리를 작업실 화분에 조심스럽게 발아시켜 몇 달 동안 키워온 과정을 전시장에서 지속하는 인공 정원 프로젝트이다. 농부들이 키운 농산물을 일정한 규격의 상품으로 유통, 소비하는 대형 마트의 공간은 그런 면에서 소멸할 생명을 품은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김순임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커뮤니티 아트 혹은 개념적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과 자연 공생의 의미를 되묻는다.  


김순임, <홈플러스농장 2022> 플라스틱 포장재에 겹겹이 쌓여,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식자재의 씨앗, 뿌리, 줄기 등 생명 확장 가능한 부분, 음식폐기물을 미생물로 분해한 퇴비, 배양토, 플라스틱 포장재 화분, 식기, 가변 설치, 2 022



이명호는 ‘사진행위프로젝트’라고 명명한 야외에서의 사진 퍼포먼스를 기록한 아카이브 영상을 커다란 캔버스에 투사하여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이야기한다. 관객에게는, 이러한 미디어 가변 설치와 더불어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하여 나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나무(tree) 연작이나 사막을 배경으로 눕혀 놓은 커다란 캔버스 천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신기루(mirage) 연작과 같은 사진 작품이 어떻게 실제로 ‘존재와 부재가 맞물린 개념’ 속에서 제작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이명호, <작업 전경: 나무… #3, 작업 전경: 나무… #13> 300 x 300 x 300cm, 미디어 가변 설치, 2022 


김유정은 일상의 공간에 잠입한 채 스멀스멀 자신의 몸체를 키워나가는 틸란드시아(Tillandsia)라는 식물을 작품 속에 도입한다. 실제로 살아있는 이 생명체가, 전시장 바닥에 쌓인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가전제품과 일상의 오브제들을 뒤덮으면서 작품 안에 들어와 새로운 생명체로 변신한다. 그것은 분명 식물성의 존재이지만 인간의 물질 욕망에 대한 대체제로 들어와 동물성의 무엇으로 변신한다. 때론 기괴하고 때론 사뿐한 모습으로. 

김유정, <소리 없는 산> 수집한 가전제품들, 틸란드시아 식물, 철사, 원형 단열재, 가변설치, 2022 

강현덕은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이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야기된 인류세의 시대에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공생에 대해서 성찰한다. 화분 속 화초와 반려 식물, 작물과 같은 인간과 공생하는 자연의 이미지들이 표현된 회화 작품들과 함께 투과체의 격자 모양으로 된 거대한 구조물 안에 자리한 씨앗과 여러 사물은 인간과 인간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성찰을 견인한다. 기다란 전시 공간에 자리한 여백의 공간은 이제 있음과 없음, 관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잇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사색하는 하나의 장이 된다.     

강현덕, <아름다운 것들의 소멸시효> 장지에 채색, 80 x 145cm, 2022 


III. 프로젝트 구성과 의미
2022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인류세의 시대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 그리고 공생을 모색한다. 호모 심비우스의 원저자인 최재천 교수와 기획자의 강연 프로그램 외에도, 아티스트 워크숍, 아티스트 토크가 함께하는 에코아트 프로젝트이자 토탈 비주얼 프로젝트라고 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생태적 환경과의 공존과 공생을 모색하는 시각적 결과물을 내놓는 일뿐만 아니라 이러한 결과물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을 소개하는 과정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여기서 아티스트 워크숍은 매우 주요한 과정 중 하나가 된다. ‘작품 설치 이전에 현장을 전시감독과 함께 탐방하고 주제 연구와 더불어 주제에 부합하는 감독의 초청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집담회’로 마련된 ‘프레 워크숍’. ‘이미 협의해서 결정했던 작품 설치 공간에 대한 참여 작가의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작품 설치를 하고 주제의 효과적인 시각화’를 공동 연구하는 ‘메인 워크숍’, 그리고 ‘개막 이후 전시의 결과에 대한 사후 평가회’인 ‘포스트 워크숍’을 통해서 오늘날 전 세계적 환경 위기의 상황을 대면한 참여 작가들의 예술적 발언을 모색하고 곱씹는다. 
아울러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방향으로 진행되는 ‘아티스트 토크’는 이러한 참여 작가들의 내밀한 예술적 발언을 관객과 함께한다. 먼저 ‘개막식 이후 전시감독이 안내하는 전시장 투어에서 자기 출품작을 작가 스스로 해설하고 소개하는 인터뷰’, ‘관객 앞에서 기획자와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소개하는 좌담회’, 그리고 ‘전시 감독이 설치 이전에 작가들에게 앙케트 설문지를 작성하고 이번 프로젝트에 부합하는 참여 작가들의 답변을 견인하고 그 내용을 카탈로그에 게재’하는 방식의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객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속 가능성을 검토하는 생태 관련 전시 주제에 대한 참여 작가들의 해석, 그리고 그것에 관한 시각적 발언에 관한 세밀한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포스트 팬데믹 상황에 도래한 오늘날, ‘환경 보존’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문제의식이 대두된 국제적 이슈를 예술 전시를 통해서 성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생태에 관한 소중한 문제의식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삶에 활력을 주고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출전/
김성호, 「공존: 호모 심비우스의 지혜」, 『2022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 전주문화재단, 2022, pp. 14~15.
(2022그린르네상스프로젝트, 2022. 9. 1~10. 9, 팔복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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