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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수원문화재단 / 작지만 실험성 가득한 지역 미술 직거래 장터 - 수문장아트페어

김성호

작지만 실험성 가득한 지역 미술 직거래 장터 - 수문장아트페어  



김성호(Sung-Ho KIM, 미술평론가)




I. 프롤로그   
코로나19의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몰고 온 세계 경제 침체기가 여전하다. 미국이 코로나19발 양적 완화를 접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서 달러 강세가 연출되면서, 각국의 달러 이동이 극심해졌고, 대부분의 자신 시장이 폭락했다. 둘러보라. 국내에서도 2021년 ‘영끌’과 ‘공황 매도’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시장을 달구었던 상승 폭은 정점을 찍고 올해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는 중이다. 미술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오랜 미술시장의 침체기를 딛고 2021년 반짝 상승세를 누린 미술시장 역시 2022년부터 급속한 침체기를 건너는 중이다. 거품이 가득한 미술시장의 급성장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열악한 경제와 침체된 미술시장 그리고 복잡다기한 미술 현장의 상황 속에서 올해 수원에서 ‘2022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수문장아트페어’로 명명된 ‘로컬 문화콘텐츠 직거래 장터’가 옛 이은아트 건물에서 10월 20일부터 4일간 개최되었다. 침체와 혼란의 상황 속에서 개최된 지역의 작디작은 아트페어인 ‘수문장 아트페어’가 지니는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 찬찬히 들여다보자. 




II. 2022년, 혼돈의 미술 현장과 미술시장  
3년이 넘도록 여전히 어른거리는 코로나19의 그림자 속에서 2022년 세계 각국은 ‘위드 코로나’를 천명하면서 방역 완화를 시도하기에 이르렀고 얼어붙었던 국내외 문화 예술계 또한 조금씩 온기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여전히 어려워도 미술계에서 각종 전시가 봇물 터지듯 다시 열리고 미술인들은 전시 개막일에 모여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일상처럼 자리 잡는 중이다. 간혹 이슈를 몰고 온 거대 사건들이 우리로 하여금 미술 현장과 미술시장에서의 ‘좋은 날’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기억하고 있는가? 2021년 4월 사회공헌이라는 취지에 따라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 2만1,693점과 국립현대미술관 1,488점으로 밝혀지면서 가히 ‘세계의 기증’이라고 호명되고 있다. 이런 기증에 답하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2022년 7월부터 《한국미술명작》, 《이중섭》과 같은 이름의 한국 미술전과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과 같은 이름의 해외 미술전으로 나눠 여러 차례 개최했다. 특히 《한국미술명작》은 여러 차례 전시 연장으로 코로나 시국에도 10개월 남짓 동안 25만 명의 관람, 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이건희 컬렉션은 여러 특별전과 지역 순회를 거치면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중이다. 

미술 시장은 어떠한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가 세계 메이저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5년간 공동 개최를 합의한 후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빅이벤트인 소위 '키아프리즈'(KIAF+FRIEZE)‘가 올해 가을에 열렸지만, 결과는 ‘열매 없는 껍데기’라는 평가가 대세다. 폐막 직후에는 약 7만 명의 방문객과 '큰 손 컬렉터‘를 포함한 8천 명의 해외 관계자를 맞이하며 대박을 터트렸다는 입소문이 떠돌았다. 주최 측이 판매액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대략 프리즈는 6천억 원, 키아프는 7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금액을 벌어들였다는 후문을 남기면서 키아프의 실상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는 평가를 낳았다. 프리즈의 성과는 뉴욕이나 LA에서의 성과를 웃도는 것이었지만, 키아프는 역대 최고였다는 지난해 650억 원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프리즈의 국내 성공으로 인해 해외 화랑의 국내 지점 개설이 늘어나는 등 오히려 국내 화랑이 떠안은 경쟁에 대한 부담이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올해 화랑협회와 서울옥션, 케이옥션 사이에 불거진 갈등은 미술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1차 시장을 담당하는 화랑들과 2차 시장을 견인하는 옥션사들이 2007년 시장 질서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 위해 맺은 ‘신사협정’이 깨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MZ 세대 수집가들의 등장 이후 옥션사들이 경개 개최 횟수를 늘리면서 상호 공존은 좌초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랑협회는, 옥션사가 특정 작가의 작품가를 올려놓거나 신작을 경매에 올리는 등 미술시장을 교란한다고 비판하면서, 자체 경매를 개최해서 거대 옥션사에 저항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둘 사이의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보는 미술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1차 시장을 지키려는 화랑협회의 자구책 모색은 이해가 되나, 2차 경매사의 문제를 풀겠다고 스스로 경매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부정론이 팽배하다. 화랑 역시 옥션사를 탓하기 전에 새로운 경영에 나서야 하며, 옥션사는 정도를 지키며 2차 시장에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할 것이다. 




III. 수문장아트페어 - 어려운 현실 속 개최된 ‘지역의 소규모 미술 직거래 장터’ 
중앙의 미술 현장과 미술시장이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 부닥쳐 있을 때, 수원의 한 유휴 공간에서 소규모 미술 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수문장아트페어’는 이름처럼 “지역의 문화 창작자가 주체가 되는 문화 직거래 장터”를 표방한다. 상업적 유통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와 다양한 부대행사가 어우러진 콘텐츠와 작품 판매가 어우러진 소통의 장에 집중한다. 지역 출신의 작가를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감상과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두 마리 토끼 잡기라는 이상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수문장아트페어가 지니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지역 콘텐츠의 판로를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초석을 다지는 일을 실험적으로 펼쳐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청년 예술가와 기획 그룹과의 매칭을 통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콘텐츠를 구축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법론을 실험적으로 도모해 보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MZ 세대의 작품 소장가들을 타깃으로 잡고 미래의 수원 미술의 확산을 도모하려는 시도는 현시대의 트렌드를 명쾌하게 읽고 응용하려는 기획자들의 젊은 패기가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문장아트페어는 제도 안에 안착한 작품의 판매를 돕는 갤러리스트와 같은 유통 매개자의 입장보다는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도모하는 문화, 예술 매개자의 입장을 지향한다. 그런 면에서 수문장아트페어는 국내외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불안할 때 등장했던 대안공간과 대안적 미술 활동의 위상을 넘볼 만큼, 선구적인 실험을 시도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주지하듯이, 제도권에 대한 대안적 모색이란 언제나 그 토대가 불안하고 위태할 때 그 틈바귀 속에서 잉태한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킨 미국의 기술 낙관주의 세계관이 베트남 전쟁에서의 야만적인 군사적 기술 진보로 이어질 때, 뉴욕의 그린 스트리트 98번지와 112번지, 그리고 다음 해 애플 스트리트 98번지에서 대안공간이 등장했다. 당시 사회구조의 불안함 속에서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던 미술관의 냉혹한 보수주의와 정상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던 갤러리의 저열한 상업주의에 반기하면서 젊은 미술인들이 ‘미술가들을 위한 미술가들에 의한 비영리 대안공간과 대안적 미술 활동을 출범시킨 것이다. 

제도권에 대항한 영국의 대안적 예술 활동의 출발도 유사하다. 마거릿 대처 총리의 긴축 재정으로 문화 예술계가 폭격을 맞고 있을 때, 1988년 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골드스미스대학 출신의 젊은 작가들 16인과 함께 허름한 선창가 공장 지대인 도클랜드(Docklands)에서 기획한 전시 프리즈(Freeze)가 일약 대성공을 거두면서 대안적 예술 활동은 yBa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미술관과 갤러리가 아닌 공장 지대의 창고에서 기획한 젊은 작가들의 자생적 콘텐츠 기획이 이러한 대성공을 낳으리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나? 데미안 허스트를 인터뷰했던 비평가 매투 슬로토버가 이후 1991년 동명의 미술 잡지 프리즈를 발행하였고 이후 2003년 잡지 발행인들이 프리즈 아트페어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이런 역사에 근거할 때, 오늘날의 프리즈 아트페어는 데미안 허스트로부터 유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재)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와, (주)아트블랑켓이 기획 운영한 수문장아트페어가 젊은 기획자 그룹과 참여 작가들을 만나게 한 결과물이 1988년 당시 영국의 프리즈전의 성공적 결과물과 차원이 다르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한국에서도 프리즈전 개최와 유사한 시기 IMF의 혼란과 경제적 지각구조의 불안한 틈새에서 제도권에 대항한 대안공간과 대안적 미술 활동이 싹을 틔웠듯이, 오늘날의 경제적 위기와 불안한 미술 시장에서 출발한 수문장아트페어의 역사적 평가는 시간이 흐른 뒤에 가늠해 볼 일이다.

미디어 아트, 드로잉, 공공미술, 실용 예술,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6팀의 기획 그룹(스튜디오 엠버스 703, 올드스킨, 오브갤러리, 완보갤러리, 테이블 유머, 테이블에어 브랜드)과 29명의 참여 예술가가 합심해서 만들어낸 전시 및 아트페어는 회화를 중심으로 한 채, 사진, 판화, 드로잉, 디자인, 일러스트, 입체, 조각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콘텐츠 구성과 형식도 다양해서 NFT 오픈마켓, 음악 앨범 커버와 포스터 제작, 작품의 3D 및 렌더링 이미지, 콜라보 아트 상품 등을 아우른다.  
여기에 덧붙여  참여 예술가 29인의 활동을 소개하는 ‘참여 예술가 포트폴리오룸’,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실현하는 ‘융복합 공연 <SOTC>’, 미술시장 이해를 도모하는 ‘아트테크(Art-Tech) 특강’, 그리고 지역 예술가의 작업 맥락을 해석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도슨트 전문가가 안내하는 ‘도슨트 투어’, 모든 참여자가 함께하는 ‘교류 프로그램’과 같은 풍부한 부대행사는 이 행사가 복합적 콘텐츠 페어임을 상기하게 만든다. 덧붙여 실제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값진 판매 성과는 향후의 콘텐츠 페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IV. 에필로그
글을 맺자. 혼돈의 글로벌 사회, 침체된 미술시장을 목도하면서 기획된 수문장아트페어는 기획자와 예술가의 협업, 지역의 문화 콘텐츠의 자생적 생산과 소비, 지역 예술의 새로운 유통 판로 모색을 견인하는 문화 직거래 장터이다. 소기의 성과가 현재는 작은 걸음일 테지만, 훗날 수원의 젊은 미술인들의 활발한 예술 생산과 매개 활동을 촉발하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훌륭한 견인차가 되길 기대한다. ●







출전/
김성호, 「작지만 실험성 가득한 지역 미술 직거래 장터 - 수문장아트페어」 , 『수문장아트페어』, 수원문화재단, 2022
(2022 문화도시 조성 사업 - 로컬문화콘텐츠 직거래 장터- 수문장 아트페어 2022. 10. 20~23, 수원 행궁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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