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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오전 5시 신하 만나' '미국 대통령도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코드 중 하나는 ‘문화’였다. 이번에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皇帝之寶) 등 인장 9점을 들고 온 오바마 대통령은 국새 반환식에 앞서 경복궁을 찾았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 가운데 고궁을 둘러본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이날 오후 2시5분쯤 경복궁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근정전(勤政展)부터 시작해 사정전(思政殿), 경회루(慶會樓) 등을 천천히 관람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박상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가 함께 걸으며 경복궁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뒷짐을 진 채 천장을 올려보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박 교수의 설명을 경청했다.


 박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궁궐(경복궁)은 600년 조선왕조를 지나면서 여러 변화를 겪은 산증인”이라고 설명했다. “근정전은 일반 관람객은 들어갈 수 없는데 이번에 특별히 배려했다”고도 했다.


 근정전에는 임금이 앉는 어좌(御座) 옆에 작은 탁자가 있고 그 위에 빨간색 상자가 놓여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선이 이곳에 닿자 박 교수는 “어보(御寶 )가 들어 있던 상자”라고 알려줬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동행한 미국 기자들에게 이번에 반환하는 어보를 설명하기도 했다.


 “어보는 한국전의 혼란 속에서 미국에 불법적으로 온 것인데 어떤 나이 많은 미국 할머니의 양심적인 행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한국인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임금이 앉는 곳 뒤편에 걸려 있는 일월곤륜도(日月崑崙圖)를 설명하면서 박 교수가 태양(日)이 왕과 남자를 상징한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달은 여성(陰)을 뜻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박 교수는 오바마가 동양철학에 대한 이해도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임금의 집무실로 쓰이던 사정전을 둘러보면서 박 교수가 “조선시대 임금은 편하고 좋은 자리만은 아니었다. 오전 5시부터 신하를 접견해야 할 정도로 근면하게 일하고, 행동으로 여러 가지 덕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자리도 바로 그렇다”면서 웃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회루를 지날 땐 “서울이 대단히 긴 역사를 가졌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당초 경복궁 관람 중 가질 예정이었던 인장 반환 행사는 이날 오후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청와대 세종전실에서 열렸다.


 황제지보 외에도 순종이 고종에게 태황제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1907년에 제작한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 조선왕실에서 관리 임명에 사용하던 유서지보(諭書之寶) 등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교수는 1994년 3월 미 하버드대에서 문화인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버드 로스쿨을 다닌 시기와 겹친다. 박 교수는 “그 인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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