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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의 새로운 흐름: 아트아카이브의 이해

김달진

‘기록물’을 의미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국내 시각예술분야에서 점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히는 아트아카이브의 정의, 앞으로의 방향


아트아카이브란 무엇인가
 아카이브(Archive)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에 기원을 두며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영구보존자료를 선별하고 수집해 보존하는 장소 ‘기관’을 지칭하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영구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아 선별된 ‘보존자료’를 말한다. 국내에서 아카이브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인문사회학자들 중심으로 공공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요구하면서부터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의 자료가 제대로 이관되지 않고 폐기되는 문제점과 함께 기록물 관리, 기록관, 자료관, 아카이브 같은 용어가 대두하고 자료를 보존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여러 대학 및 대학원에 기록관리학과가 생겨났고 아키비스트(Archivist)라는 직종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특히 아카이브는 기록물이 생산되고 활용된 맥락을 온전하게 보존해 특정한 활동이 이루어진 경위와 내력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소장품 성격이 유일성과 원본성이 중요시되며 증거와 정보적 가치가 높다. 이 점이 도서, 인쇄물 중심의 도서관 도는 자료실과 아카이브가 크게 구별되는 지점이다.
 일반적으로 아트아카이브는 개인 및 미술 관련 조직이 수행하는 미술 활동의 과정에서 생산되어 관리하는 기록으로서 미술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예술․학문적 자료다. 한 작가의 작품 제작과 미술관, 미술잡지, 미술시장 등 미술계의 다채로운 활동 내역과 그 역사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그것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러한 아트아카이브의 활동은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평가하고 분류하며, 보존에 힘쓰고, 그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의 활동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트아카이브가 수집하는 대상은 예술의 특정 활동에서 생산된 기록물 가운데 역사적이고 증거적 가치를 지닌 유일한 자료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미술관․박물관의 소장품과 같은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된다.


점점 다양하고 활발해지는 아트아카이브展
 국민화가로 우리에게 유명한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많은 화제 속에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4개 층에서 3월 16일가지 열린다. 그동안 열린 박수근 전시 중 가장 많은 작품 120여 점이 전시되었고 관련 아카이브 전시가 4층 작은 전시장에 함께 열린다. 아카이브전에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출품한 그동안 발간된 화집, 팸플릿, 단행본 외에 입장권, 기사를 비롯해 유족이 출품한 사진, 편지, 일기 등이 진열장에 전시되어 작품뿐만 아니라 아카이브를 통해 박수근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지난 2월 11일 디지털정보실을 개관하며 국립현대미술관 기관 아카이브, 근대미술 아카이브, 사진가 구본창의 18개 기획전 등 다양한 아카이브전을 마련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아카이브 주요 사례를 꼽아보면 작년 전문가들이 올해의 전시로 선정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아카이브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건축가 정기용(1945~2011) 작고 후 유족들이 모형, 도면, 드로잉, 책 등 고인이 남긴 자료 2만여 건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해 이루어진 전시였다. 이 전시는 현대미술에서 건축 아카이브 특별전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장르융합시대에 좋은 사례가 됐다. 2012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 ‘외국미술 국내전시 60년전’에 나온 白耳義現代美術展(백이의현대미술전/백이의는 벨기에의 한자 표기) 팸플릿을 통해 1952년 11월 한국전쟁 속에서도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린 것을 확인하는 단서가 됐다.


문화적 경쟁력, 아트아카이브에서 찾다
 아트아카이브는 20세기 이후 미술문화와 관련한 기록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그 유용성이 인식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에서 먼저 독립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도서관이나 미술관․박물관이 수행하지 못하는 영역에 아트아카이브가 존재해야 함을 인식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1999년에 호암미술관의 부설로 한국미술기록보존소가 서울 송현동에서 개관되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2005년 용인으로 이전되고 전문 인력이 퇴사하는 등 부침을 겪다가 운영이 부진해졌다. 2001년 개소한 김달진미술연구소가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하고 운영하는 부설인 한국미술정보센터가 활동하며 2010년 국가기관인 국립예술자료원이 설립됐다. 이어 작년에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연구센터를 개관하였고 별도의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도 창립됐다.
 이제 아트아카이브는 국가의 유산이고 공공의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자 문화적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기록문화에 대한 필요와 가치를 강조하며 아카이브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이나 최근 화두인 ‘미술한류’도 새로운 아카이브 시스템과 정확한 정보 제공에서 출발해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바른 아트아카이브 구축은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인 동시에 우리의 오리지널리티 확보와 위작 시비를 줄일 수 있는 당면과제이다. 이러한 아트아카이브의 활동은 단순히 자료를 보존한다는 일차적 역할에서 나아가 한 나라의 미술문화를 온전히 보전하는 것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고취할 수 있으며, 또한 지금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로 기록되는 정보들을 유용한 문화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 계간 메세나 2014년 봄호 vol.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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