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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공모전의 양상과 단면(5) 공모전은 필요하다

김달진

5. 공모전은 필요하다

 우리 현대미술사에서 《국전》은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고 국민적 관심사였다. 《국전》이 신문에 발표되고 대통령상 수상작가의 인터뷰가 실리고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은 학생 단체관람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국전》의 폐해가 드러나고 시대적 흐름에 부응할 수 없다는 여론에 따라 민간주도의 《미술대전》으로 바뀌었다. 《미술대전》이 《국전》의 맥을 이었지만 무게감이나 권위를 비교할 수 없이 추락했다. 2000년대 들어서서 언제부터 《미술대전》의 수상작발표가 신문에서 사라졌다. 공모전의 전시장소도 경복궁,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던 것이 과천으로 이전한 후에는 제7전시실에서 열리다가 그곳에서 밀려나 최근에는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서 짧은 기간 열린다. 《국전》이 폐지된지 30여년이 지났지만 그 주역들은 상당수 한국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대한민국국전작가회(회장 이한우)가 창립되어 50여명의 활동하고 있다.
 미술에서의 작품 평가는 스포츠처럼 객관적인 기록이나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수치로 평가할 수가 없고 주관적이므로 수상이나 전시회 경력을 앞세우는 것이다. 소설가, 시인 등을 꿈꾸는 문학 지망생들이 해마다 새해 아침 발표되는 신춘문예에 도전하듯 미술계에서도 공모전을 통한 화려한 등단을 기대한다. 공모전의 매력은 입상을 통해 작품을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매체에 보도되므로 파급효과가 높고 평생 중요한 경력으로 꼬리표가 되어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다. 공모전은 화가지망생이나 소외된 지방작가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권위있는 공모전에 도전하기에 실력이 아직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그 아래 수준의 공모전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작가라는 한 줄의 경력을 얻기위함인데 작가만을 탓할 수 없다. 그리고 수상이 작가 작품 전체의 보증수표나 되는 듯 여기는 무분별한 애호가, 이 선호를 부추기는 화상(畵商), 이를 인정하는 보도매체, 사회현상이 문제로 떠오른다. 이런 현상으로 1975년 양지화랑의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가 초대전》이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77년 《역대국전수상작품전》, 1996년 《대상수상작가전》 등이 생겨났다.  공모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나 무용론이 있어도 매년 새로 만들어지고 몇 년 후에 없어지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 기업쪽에서 메세나 차원이나 이미지 제고를 위하여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만들기도 하고 공모전을 신설했다. 송은문화재단이 2001년 《송은미술대상전》, 2006년 포스코 청암재단이 2006년 《포스코스틸아트어워드》, 2009년 안국약품(주)이 《갤러리 AG 공모전》, 송암문화재단 OCi미술관이 2010년 《OCi YOUNG CREATIVES》, 이랜드 문화재단이 2010년부터 《이랜드 스페이스 작가공모》, 종근당이 2012년 《종근당예술지상프로젝트》, (주)듀오가 2012년 《에트로미술대상전》, 동화약품이 2012년 《가송예술상공모전》, 2013년 한국은행이 《한국은행신진작가공모》를 시작했다. 특징이라면 상금이 많다거나 기업과 연관된 분야 작품을 공모하기도 한다. 오늘 날의 공모전은 뚜렷한 성격도 없이 제한된 출품작 중 심사위원의 성향, 힘 있는 심사위원의 독주에 의해 내용이 결정되는 수가 많다. 공모전에 대해 요즘 젊은 작가들은 부정적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제도일 뿐더러 그 운영의 면에서 ‘학맥과 인맥에 의한 불공정한 심사’ 라는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된 것을 지적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작가들이 수상경력에 얽매이면서 창조성을 잃게 되고 결국은 젊은 작가를 단명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공모전은 미술작가 이름을 얻는 지름길이지만 부정적인 요소도 결코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공모전을 둘러싼 각종비리로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미술의 새로운 매체, 양식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현실과 제도는 스스로를 함몰시켰다. 1990년대 중반이후 신인작가들이 성장하는데 공모전을 거치지 않아도 개인전,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프로그램, 기획전 초대, 아트페어 참여 등으로 등단의 문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공모전의 올바른 위상을 위해 심사위원의 양심과 안목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이는 제도의 문제보다는 심사위원이 사제지간 인맥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작품으로 평가하는 체질개선이 필요했다. 실력 있고 예술성 있는 작가가 소외당하지 않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 이름만 거창한 대형 공모전보다 장르와 표현양식이 분명한 성격의 등용문, 미래의 미술문화까지 제시할 수 있는 공모전의 출현이 절실하다. 
 공모전! 남에게 심사를 받아야 하니 열심히 그려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고, 새로운 창작의욕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남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위한 좋은 성적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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