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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말하다 (18)‘청년’이란 이름의 거울에 비친 대한민국

김달진




2017 겨울 | 박물관을 말하다(18)‘청년’이란 이름의 거울에 비친 대한민국
<청년의 초상> 展을 보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9월 2일부터 11월 13일까지 특별전 <청년의 초상>을 개최했다.
이는 역사 속에서 변천되어 온 청년의 모습을 미술 작품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접해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장)

역사 속 청년의 의미를 재조명하다
지난 40여 년간 미술 자료를 수집해 작은 사립박물관을 운영하는 필자에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순수미술전은 결코 지나치면 안 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주었다. 특별전 <청년의 초상>은 1884년 갑신정변의 주역이었던 인물들의 사진에서 2016년 현대미술가 권오상의 작품까지,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청년에 관련된 미술 작품과 관련 아카이브 자료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전시는 ‘청년의 초상’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초상’이었다. 오늘날 문화·예술뿐 아니라 사회·정치 모든 면에서 청년은 뜨겁게 호명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청년의 범위를 설정하는 단면적인 기준 중 하나인 나이조차 정부·기관·대중의 인식이 제각각이다.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아도 1950~1960년대에는 19세, 1970~1980년대는 20대, 현재는 40대 초반까지로, 평균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주최한 <청년작가전>은 35세 미만의 유망작가를 초대한 전시였다. 앞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인식 변화 역시 동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청년’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일으키고자 한 것은 분명 시의적절한 시도였다.

전시가 남긴 네 가지 과제 그리고 대안
전시를 보고 나서 느낀 아쉬움은 네 가지다. 첫 번째는 다루고자 한 대상이 한 번의 전시로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거대하다는 것이다. 전시는 다섯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개항기·일제강점기, 해방 공간·한국전쟁, 민주화 혁명과 경제 성장, 대중문화와 글로벌화, 파편화와 개별화 시대를 연대기적으로 조망하도록 짜였다. 전시 서문에서는 이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청년의 모습을 역사 속에서 살펴보는 일은 우리 근현대사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됨은 물론 오늘날 청년의 문제를 깊이 있게 보는 시각도 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100여 년에 가까운 시간과 세대별 청년이 가지는 문화적 다양성을 한 번의 전시에 녹여내기란 무리였다. 모호한 거대 담론으로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조형성과 미적인 감각, 나아가 작가의 삶이 소외된 느낌이 들었다. 1, 2부에 걸쳐 나눠 전시하거나 5개의 섹션을 시기별로 나누어 개별 전시로 꾸몄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두 번째는 발언의 대상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립박물관의 특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번 전시의 대상을 ‘오늘날의 청년’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취업, 결혼, 출산, 거주 등의 문제를 구성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미술뿐 아니라 음악만 하더라도 세대별로 공감할 수 있는 폭에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공감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청년의 윗세대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구성이었다면 더 나았으리라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분명 이러한 전시 구성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전보다 성숙했다.

세 번째는 전시 공간과 작품 설치에 대한 것이다. 작품의 수와 조각, 영상, 회화 등 유형에 비해 전시 공간이 무척 작았고, 작품 설치도 주제에 집중한 나머지 조형적 비례가 맞지 않았다. 예를 들면 3부의 주제인 ‘저항, 그리고 청년문화’에서 김재홍의 <하늘>(지름 244cm)과 박불똥의 <경찰의 보호(감시) 아래 서울 강서구 목동 주민들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다>(43x69cm)는 작품의 크기 차이가 극명함에도 바로 옆에 설치돼 시각적으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행정적인 문제로 전시 공간이 좁았다면 작품의 수를 줄이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네 번째는 전시에 따른 부대행사가 없었다는 점과 도록의 부족함을 꼽고 싶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수많은 교육, 학술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기획전시와 관련된 부대행사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전시에 발맞춰 발행한 도록은 자체 기획자의 글 없이 외부 필자에 의존했으며 필요한 사람이 쉽게 구할 수 없게 비매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한 지 5년이 되었다. 청년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만큼 박물관에 대한 인식도 양방향 소통과 연구, 관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상 이번 ‘미술 전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고자 한 박물관의 새로운 시도였을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대한민국 건국일을 둘러싼 논쟁은 나라를 분열시킬 뿐 유익한 논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벌어지고 있는 문제가 아닌 이념적인 다툼으로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온전히 자유로워지고, 이번 전시와 같이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후대에 바른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계승시키는 매개와 논쟁의 장으로서 박물관의 소명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 계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야기> 18호 201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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