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미술평론계의 오늘의 상황

김달진

 미술평론계의 오늘의 상황


Ⅰ. 신춘문예 미술평론 

지난 2002년 1월 조선일보사는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작으로 장봉균씨의 「피카소작품 ‘한국에서의 학살’에 대한 편견」을 선정 발표했다. 당선자는 의외로 젊은 사람이 아니고 외교관 출신의 당시 59세인 장봉균씨 였다. 그는 라스팔마스 총영사를 마지막으로 2001년 6월 정년 퇴임했다. 장씨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외교관으로 있을 때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 손님 등을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는 미술관으로 30-40번 안내하여 보게 되었다. 이러한 계기로 피카소 미술을 심도 깊은 공부를 하게 된 동기를 밝힌 바 있다.

이번 미술평론 당선작에서 언급된 피카소의 작품인 <한국에서의 학살>은 한국동란을 다룬 정치적인 작품이며, 이것이 발표된 1951년 초의 미술여론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게르니카>(1937)에서 볼 수 있듯이 피카소는 사회적인 변동에 민감한 화가였으며, 1957년 제명되기 전까지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활동한 사회주의자였다. 이러한 그가 제작한 <한국에서의 학살>은 미국을 겨냥한 회화적인 공세인 것이었다. 그런데 진즉 당사자인 우리의 미술여론은 이 문제를 등한시 해왔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같은 스페인 화가인 고야가 제작한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을 기록한 5월3일의 처형’의 구도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사위원 유준상 씨는 장봉균 씨의 당선작이 조형의 입장에서보다 저널리즘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이번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의 응모작은 모두 17편으로 심사위원은 미술평론가인 서울시립미술관 유준상 관장이었다. 한편 동아일보사는 2002년부터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을 폐지했다. 매년 응모작이 20편 미만이고 어느 경우 수준에 못미치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리게 되는 점을 지적했다. 미술평론 현상공모는 일간지에서 동아일보, 조선일보, 미술잡지에서는 계간미술, 미술평단, 미술세계, 예술계, 아트인컬처, 미술단체에서는 구상전, 한국구상조각회 등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2002년 미술세계에서 조사한 미술평론 당선작 자료에 의하면 동아일보 20명, 조선일보 10명, 미술평단 6명, 미술세계 3명 등이 등단했다. 신춘문예 미술평론의 경우 원고지 60-70매 분량인데 성격이 크게 작가론과 시사문제를 다룬 것으로 대별된다. 평론 당선작 내용을 보니 작가론으로 이용우, 김환기, 이중섭, 박석호, 백남준, 이우환 등이 있고 시사성과 관련되어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키치, 기호, 신화, 신체, 미디어아트, 테크놀러지 등의 주제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단독 심사로 이루어지는데 심사위원의 취향에 따라 당선작이 달라진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심사를 오랫동안 오광수 씨가 맡아오다 몇 년전부터 박영택 씨가 맡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2015년부터 SeMA-하나 평론상을 제정했다. 일체의 참가자격 제한 없이, 새로운 시각과 도전적인 주제의식을 가지고 참신한 비평을 펼쳐나갈 필력 있는 평론가를 공모하는 “열린 공모상”을 내세웠다.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으로, 최우수상 1명에 상금 2천만원을 지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 상금의 미술평론상이다. 격년제로 2015, 17년 수상자를 선정했다.


Ⅱ. 미술평론가라는 직함

 몇 년전 울산에 있는 어떤 사람이 내게 전화를 한 후 우편물을 보내왔다. 그 내용은 “어떤 사람이 미술평론가가 되는 것인가” 라는 회의조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그곳 지역신문을 통해 미술평론가와 주고 받은 논쟁 글을 보내왔는데 “자칭 평론가라는 사람이 오히려 미술계를 혼돈시킨다”라는 주장이었다.

미술평론은 눈으로 보는 미술작품을 말로서 해석한다. 미술평론가의 코스는 대개 미술평론 현상모집 등에 당선되어 시작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반면 잡지 등에 미술평론가라는 명칭을 먼저 달고 나와 꾸준한 활동으로 인정을 받아가는 수도 있다. 미술비평의 영역에 평론가말고도 미술사가, 큐레이터도 있고 미술이론 전공자도 있고 구별이 어렵다. 여기에다 아무런 검증없이 뛰어들고 자칭 타칭 미술평론가라는 직함을 선호하고 남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사실 신춘문예 당선으로 미술평론가란 이름을 달고 미술판에 들어서지만 미술평론가로서 활동은 쉽지 않다. 미술전문지에서 평론에 할애하는 지면은 한정되어 있다. 또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발행하는 『미술평단』이 있지만 미술인, 일반인과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잡지사 역시 새로운 필자의 발굴보다는 검증된 필자, 잡지사와 유대관계가 좋은 필자를 선택한다. 그나마 잡지사에서 미술평론가에게 청탁하는 원고도 본격적인 평문보다는 단편의 전시 리뷰가 주종이다. 미술평론에 당선되고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잊혀진 사람도 있다. 


Ⅲ. 미술평론계의 오늘의 얼굴

2018년 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은 70명(『미술평단』 128호 회원주소록 참조)이다. 한국미술협회 평론 학술분과위원회에는 회원이 본부 44명, 지회 지부 35명으로 79명으로 게시되어 있다. 이 숫자가 많은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을 꼽아보면 그 수는 훨씬 줄어든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1965년 발족되어 1972년부터 협회로 활동하고 있는데 1987년에는 민중미술을 지원하던 김윤수, 성완경, 원동석, 유홍준, 윤범모 5명을 제명시키는 내분이 있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은 김이순이고 1년에 한 두차례 정기 학술세미나가 있으며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작가상을 시상하고, 계간으로 『미술평단』을 발간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체질개선을 위하여 홍익대출신 회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뀌어야 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온지 꽤 지났지만 묵살되고 있다. 부록으로 실려있는 회원명부를 보면 현직을 떠났는데 수정되지 않았거나 도로명 주소로 바뀌지 않은 회원주소가 상당수다.

1989년 4월 서울대출신 중심으로 미술비평연구회(회장 이영욱)가 창립되어 미학, 미술사, 미술평론, 연구자들이 활동하며 『상품미학과 문화이론』 (1991, 눈빛), 『모더니티의 다섯얼굴』 (1993, 시각과 언어), 『문화변동과 미술비평의 대응』(1994, 시각과 언어) 등을 펴내고 1994년 활동이 중단되었다. 지역에서는 1999년 창립한 대구미술비평연구회(회장 장미진)가 활발하여 2015년 창립 17년을 맞아 자료집 총람을 발간하고 특별 전시도 가졌다. 현재 연구회 공동대표는 김태곤, 양준호이며 회원들은 꾸준히 연구활동으로 대구미술비평연구회 평론집을 발간해오고 있다.

미술평론가는 그 나름의 특별한 역할이 있다. 미술평론가는 학자처럼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하되 미술가와 대중을 잇는 교량의 역할로서 언제나 미술현장에 있어야 하는 존재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미술평론가는 창작의 현장이나 소통과 유통의 현장에 앞장서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평론가의 생활반경은 그리 넓지 않다. 즉 미술판 현장에서 미술평론을 쓰는 것 만으로 생계를 잇기는 어렵고 다른 길을 겸하게 된다. 일간지에서 평론가의 글은 봉쇄되어 있는 실정이고 본격적인 논문이나 비평을 받아 줄 잡지 지면도 한정되어 있다. 

예전에는 미술평론가가 전시기획을 많이 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재는 큐레이터가 전시기획을 맡고 평문이나 서문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사, 예술학, 미학 전공자들은 평론가보다는 큐레이터를 지망한다. 미술평론가의 입지는 좁아지고 비평계는 특별한 쟁점 없이 담론의 형성도 부진하며 오히려 침체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제 우리의 미술평론계는 “미술비평의 부재” “주례사 평문” “지나친 서구 성향이 짙다”라는 오명을 씻고 비약해야 된다. 이러한 현상황은 미술평문이 “그들만의 언어”로 전락한데는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일반인에게 배타성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지원하기 위해 “우수 미술비평 및 비평 매체 지원 사업(안)”을 위한 간담회, 의견수렴이 2018.4.12.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디자인과 김연주 주무관이 참석하고 예경센터 시각지원팀 심지언 팀장 사회로 미술잡지 편집인, 온라인매체 운영자 등 20명이 참석했다. 그 결과로 5월 16일 “시각예술비평가-매체 매칭 지원사업 공모”가 발표되었다.

사업개요

○ 목적

- 시각예술 분야 비평원고료 현실화 문화 정착을 통한 비평인력 전문화
- 우수 비평문 양산 및 신진비평인력 활동기회 제공

○ 사업구성 및 진행일정

- 매체형: 
     온/오프라인 시각예술전문매체 및 플랫폼-시각예술 비평 및 기획연재 필자매칭(지면제공)
- 필자형: 
     시각예술 비평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 개인 및 그룹-시각예술 비평 및 기획연재 매체매칭(원고제공)
- 필자에게는 원고료, 매체에는 원고 편집료·게재료 지원

이제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갈 미술비평에 미술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있어야 한다. 이 시대 좋은 작가를 찾기보다, 잘 팔리는 작가의 미술 시장 논리에 끌려가지말고 의식있는 담론 형성, 올바른 소신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의 미술을 냉정하고 엄격하게 진단하고 비평할 용기있는 미술평론가의 출현을 기대한다. 

주) 이 글은 졸고 『미술세계』 2002년 3월호 「신춘문예 미술평론 단상」 글에 현재 상황을 추가하였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