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자아실현을 이룩한 행복한 허동화 관장

김달진















(사전 허동화 박물관 운영 50주년 기념 문집 - 2) 작은 박물관의 큰 기적 - 국내 박물관장 및 박물관 관계자의 글 / 한국자수박물관 출판부 / 2018.3.5


-------------------------------------------------------------------------------------------


                                   자아 실현을 이룩한 행복한 허동화관장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서울아트가이드 편집인)

 

카톡, 카톡.....

내 카톡방에는 허동화관장이 삶의 지혜가 담긴 감사의 편지, 누가 바보일까? 평화로운 마음, 좋은 하루되세요....짧은 사연, 건강에 대한 조언, 동영상, 꽃사진 시리즈 등이 하루에 한번, 또는 2-3일에 한번 씩 자주 노크해온다. 잠깐 일을 멈추고 들여다보며 쉼이 되고 내가 잊고 있었던 어느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 나도 달진닷컴>커뮤니티>연구소블로그에 올린 것 중 박물관계와 관련된 것을 연결해 답변을 보낸다.

2018년 설 연휴에 허관장을 찾아뵈려고 전화를 드렸지만 거절하여 실례를 무릅쓰고 기습 방문을 했다. 건강하셨던 허관장은 갑자기 몸이 비대해져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더니 췌장암 말기라 시한부 인생이란 통보를 들었다. 수술은 연세도 있고 회복이 늦어 포기하고 퇴원했지만 복수가 차서 병원을 가야된다고 했다.

허관장은 병환 중이라 체중이 줄고 여위었지만 과거 한전 감사시절, 지금 진행중인 망백 기념문집, 앞으로 계획중인 메모까지 보여주시며 끝없이 말씀이 이어졌다. 여러 이야기 끝에 사모님은 카톡을 누워서도 하시고 너무 열정으로 메달려 걱정스럽다고 하셨다. 누구는 옆에서 도와주는 전담직원이 있지 않느냐? 라고 물을 정도이다. 어쩌면 귀가 어두워지고 남과 대화도 불편해지니 카톡이 허관장은 세상과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고 하나의 낙이리라. 말을 계속한다는게 힘든 일이고 무리될 것 같다는데 생각에 자리를 일어났다.

 

내가 입고 있는 양복의 대부분은 허관장의 옷이다. 특히 차이나칼라 옷은 모두 허관장이 주신 옷이다. 디자인도 다르고 상의에 주머니가 3개이기도하고, 옷의 칼러도 보라색, 진한 녹두색, 베이지색... 보통 기성복과는 차별화된다. 허관장 본인이 양복감을 선택하고 디자인을 하니 어딘가 다르고 특별하다. 몇차례 옷을 선물받아 세탁소에서 수선을 거쳐 멋진 옷을 잘 입고 있다. 그 덕분에 양복을 갈아입을 때 어느 것을 선택할까? 고르는 시간이 즐겁다. 언제인가 허관장은 오히려 내가 잘 입어주어 고맙다고까지 하셨다. 최근 많이 입어 밝은 밤색 양복 한 벌이 오른쪽 바지 무릎이 낡아 더 이상 못입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술가로서 허동화

 

허관장은 미술가이다. 양평에 아틀리에도 있으며 미술가로 활동해오며 몇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의 미술관 개인전을 세차레 관람했다. 2006년 대전 아주미술관 <숨결의 연장-허동화전>은 옛 천을 소재로 회화 60여 점과 생활도구 민속품을 이용한 오브제 10여점을 출품하였다. 전시작품을 직물회화로 명명하고 우리의 색감과 조형미를 찾아내어 색채조합과 화면 구성력을 보여주었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쓰던 중간색조의 옛 천을 한지에 붙여 독특한 꼴라쥬 세계를 펼쳤다. 천 자체만 가지고는 찢거나 오려내는 것이 쉽지않아 천 뒷면에 한지를 배접한 후 크게 색면 구성을 한 작품이다. 전시회는 아주미술관 이재흥 이사장, 이연희 관장, 국립광주박물관 이원복 관장, 도예가 이종수, 한국화가 정명희, 충남대 김진 교수, 목원대 김영순 교수 등이 참석했다. 2012년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 개인전은 <허동화, 그가 살아온 소박한 예술이야기> 그동안 해온 다양한 작품, 지인들의 에세이와 축하메세지, 다른 3명의 찬조 출품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오랫동안 작품을 해왔는데 박물관장이라는 직함에 가려져 덜 알려졌지만 여섯번 째 전시였다. 보자기와 자수를 모으는 수집가에서 어떻게 작가로 변화되어 왔는지 그 영감의 원천과 변화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폐농기구로 만든 오브제와 헌 옷감으로 꼴라쥬 한 직물화, 중간 중간 만들었던 브로치들, 그리고 최근 작업인 아크릴 작업까지 종합적인 전시였다. 부속전시도 함께 진행되는데 이상윤 작가가 찍은 3장의 사진은 군인으로서의 모습, 컬렉터로서의 모습, 작가로서의 모습을 대변하는 사진들이다. 또한 40여 년간 한국자수박물관을 운영해오면서 100회의 전시를 했는데, 그 전시 중 대부분의 포스터와 도록을 디자인한 강윤성교수의 포스터도 함께 전시되었다. 이 때 자세한 내용은 서울아트가이드 201212월호 내가 만난 미술인에 인터뷰로 실려있다.

 

2013년 허동화 관장의 미수(88)기념 및 다섯 번째 작품집인 <꽃밭에서 이렇게 좋은 날> 출판기념회가 914일 강남구 논현동 청담 1막에서 6시부터 열렸다. 행사장에는 최근작품 몇점이 놓여 있었고 참석자는 권영필, 김정옥, 김종규, 지건길, 이배용, 이석우, 이인범, 전보삼,

천진기 씨등 80여 명으로 많은 문화 예술인이 함께했다.

2016년 허동화 브로치특별전이 세계장신구박물관에서 열렸으며 '남정네 가슴에도 브로치를 달아주자' '아트를 가슴에 달자'를 주장하였다. 2017년 환기미술관 <허동화 : 충만> 전은 조형작가로의 개성과 다양성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그가 수집품으로부터 응용한 아쌍블라쥬 작품과 색천과 종이를 이용한 꼴라쥬와 금속오브제, 자연과 인공재료를 매치시켜 제작한 브로치시리즈를 비롯하여 순수회화 작품까지를 망라하여 3층에는 설치작품들을 전시했다.

 

미술평론가로 작품 발표를 해왔던 국립현대미술관 이경성(1919-2009) 관장을 만나면 서로 격려하며 작품에 대한 촌평을 나누고 피카소 이야기를 꺼내며 담소하기도 하였다. 우리도 평가를 받고 언제 2인전도 열어야할텐데... 그 유쾌한 농담은 실현되지 못했다.

내가 2012년 인터뷰할 때 작품 창작을 시작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옛 여인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예술작품화한 자수나 보자기에서 큰 충격과 영감을 얻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고 했다.

 

한국자수박물관과 규방문화의 세계화

 

허관장이 지난 1960년대부터 우리의 전통 복식과 보자기들을 수집하여 1976년 개관하였다. 박물관은 수집해온 소장품들을 처음 삼각지에 위치한 자택에서 보여주다가 1976년 을지로에서 한국자수박물관을 개관했고 1990년 지금의 논현동에 건물을 지어 박물관과 아내의 치과병원을 겸하게 되었다. 현재 병풍류, 불교자수, 보자기, 장신구 등 3,000여 점을 소장하고 지금까지 상설전과 기획전을 열어 왔다. 그 소장품 중에 보물 제653호 자수사계분청도와 보물 제654호 이십오조가사 같은 보물급 문화재도 있다.

허관장의 수집은 우리 생활주변에서 무관심하고 잊혀지고 사라지는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가치부여로 살려냈다. 수집을 시작한 50여 년 전에는 남들이 거들떠 보지않고 인멸되거나 해외로 유출되던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규방문화재의 수집 보존 공개전시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201611월 제공해준 리스트에 의하면 해외전시 55, 국내전시 59회 총 114회이다.

사립박물관으로서는 기록적인 수치이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해외전시를 하여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해 왔다. 또한 그동안 출판이 23종이며 한국 전통 규방문화 발전을 위한 자료집을 꾸준히 발간해 왔다. 우리의 전통 중 규방문화를 체계화하여 온 세계에 알려 문화국가로서의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기여해왔다. 특히 국내보다 외국에서 많은 전시를 통해 우리 보자기 미학을 통해 외교사절 역할로 환영을 받았다.

 

1997년 사모님인 사전치과 박영숙 원장은 다듬잇돌 471점을 비롯하여 돌화로, 자개 반짇그릇, 인두, 가위, 가위 등 가정에서 쓰던 전통용구, 유물 6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바있다. 말년에 한국자수박물관의 소장품도 고심과 논의 끝에 서울시에 기증하는 걸로 알고 있다. 처음 이야기 나눈 조건들로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의 인생 발자취를 따라가면 컬렉터로 시작하여 존재 자체가 보자기와 자수, 박물관의 아이콘이 되었다. 한국자수박물관장, 한국박물관협회장을 역임하며 박물관계 어른이다. 또한 소장품을 가지고 저작자로 1979년 출판문화상 저작상, 2003년 한국미술저작상을 수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가로 한층 진화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남다른 베스트 드레서로도 멋진 인상을 남긴 행복한 인생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