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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에 대한 질의 답변서

김달진

                                                                                          질의 답변서 2016.10.15

 

1. 아카이브에 헌신하시게 된 배경은 어떤 것인지요?

아카이브란 게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에 여성잡지에 서양의 유명한 다빈치의 모나리자, 르느와르, 피카소 그림이 칼라로 실려진 명화 한 장을 뜯어 모으던 것에서 시작된 일이 45년 여간 지속되다보니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서 근무를 했었고, 2001년 김달진미술연구소를 만들고, 2002년 서울아트가이드라는 미술잡지를 창간하고,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하고, 2010년 한국미술정보센터 개관, 2013년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각 과정 속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의 손길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2. 사회에 아카이브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기록의 존재여부로 선사시대와 역사시대가 나뉘게 되지 않았습니까. 아카이브는 그 자체로 역사이고 인류의 문화유산입니다. 이것들을 통해 과거의 시행착오를 후대가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195211월에 덕수궁에서 벨기에현대미술전이 열렸습니다. 한국전쟁 중이던 당시 미술전시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면 얼른 납득하기가 어렵죠. 당시 백이의현대미술전이라고 불렸던 이 전시를 통해 미술의 가치가 단순히 예술로 존재가 아닌, 사회정치적인 활동이며 문화교류사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당시 만들어졌던 팸플릿을 통해 저도 이 전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백이의는 벨기에의 한문표시이죠

 

3. 현재 가장 역점을 두어 진행하고 계시는 일은 어떤 게 있는지?

저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소장된 아카이브를 연구하고 전시로 꾸며내고 학술적인 단행본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방대한 자료를 분류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많은 아날로그 자료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디지털로 전환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디지털시대에 맞추어 이용자들에게 알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4. 예술 아카이브와 관련하여 가장 어려운 장애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일지?

체계적인 아트아카이브는 201311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연구센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7명의 아트아키비스트가 활동 중입니다. 이들은 학예와 문헌정보 모두에 일정부분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립미술관에서는 자료실이 만들어 지거나 있어도 체계적인 운영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안타까운 예로 2010년 국가차원의 국립예술자료원이 생겼다가 4년 만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통합된 사례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 부분이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정책적인 지원은 가시적인 성과가 빠르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보존공간의 문제,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관리 상용화가 시급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5. 아키비스트가 갖추어야 할 능력과 태도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이 분야에서 많은 실수를 겪어온 사람으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장성과 소통의 중요성입니다. 기록이라고 하면 자리에 앉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장에서 벗어나 있으면 어떤 기록을 관리할 것인지 쉽게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이론과 현장의 균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타 분야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아트아카이브의 경우는 문헌정보학과나 기록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미술사나 미술이론을 전공아면 이상적입니다. 미술의 장르, 다양한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먼저 분류에서 어려움에 부디칩니다.

 

6. 공공기록을 중심으로 하는 기록공동체(기록인대회를 주관하고 여기 참여하는 저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어떤게 있으신지?

제가 이곳에 초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술기록이라는 것도 결국 사회의 공공기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적사적기록의 영역이 사회변화로 인해 많은 부분 흐려졌습니다. 일반대중들도 이제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사적 아카이빙을 하고 있고, 때로는 그것이 사회전체의 기억으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한 예로 사회적으로 안타까운 사건이 있을 때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블로그나 SNS페이지에 사람들이 방문해 그 사람의 이전 기록들을 찾아보고, 그를 추모함을 통해 사적 기록이 공적 기록으로 변환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록전문가로서 기록인들은 이전과는 다른 전문성과 대중성을 분명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상충되면서도 동시에 가져가야하는 가치입니다. 이는 실상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이기도 해서 이러한 지점을 저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제가 조언을 할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록이라는 것이 후대에 계승되어야할 가치 있는 그 무엇이라면 그 답은 사회변화가 일어나는 현장 속에 있고, 그 가운데 일어나는 소통 속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이러한 위기의식과 함께 기대감을 가지고 만나는 자리가 많았으면 합니다.

 

7. 우리나라의 아카이브 발전을 위해 아트아카이브협회가 기록학회, 협회 등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문화유산기관으로서 아카이브, 뮤지엄,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인류의 문화자산을 후대에 계승한다.”라는 같은 미션을 가지고 있지만, 기록학회와 아트아카이브협회는 다루는 대상, 매체, 물질 등이 크게 다릅니다. 각자의 노선을 달리기에 너무 바쁜 나머지 아직까지 서로에 대한 이해는 매우 적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 위한 각 기관과 모임이 겪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공유하는 것부터 진행되어야 함께 진행할 연구 또는 사업을 구상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하지 못 했습니다. 앞으로 더 관심을 가지고 발표되는 연구자료를 찾아보는 등 제 나름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8.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하는 아키비스트들에게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아키비스트는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매력적인 전문직업이죠. 미술에서 전시기획자인 큐레이터가 각광받았지만 아키비스트가 필요로 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먼저 아카이브 대상을 한정하지 말고 다양한 대상을 접하면서 오감으로 체험이 필요합니다. 책상 앞에서 일하는 게 아니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사람을 만나 구술사 채록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루하고 드러나는 일이 아니지만 이 일을 좋아해야 됩니다. 개인적으로 부지런함과 끈질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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