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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내 작품, 어찌 하오리까?

김달진

[문화人칼럼] 내 작품, 어찌 하오리까?  


많은 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이 영구 보존 관리되고, 전시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직접 미술관을 만들기도 하고 혹은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여 상설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기증받는 미술관 입장에서는 상설전시 공간을 영구적으로 묶어두어야 하는 제약이 생기고 때로는 특정 작가에게만 그런 혜택을 주느냐라는 의견을 마주 치다 보니 아무래도 작가와 반대편에 있다. 현재 공립미술관의 작가 상설전시관 현황을 살펴본다면 서울시립미술관은 천경자, 제주도립미술관은 장리석, 제주현대미술관은 김흥수, 포항시립미술관에 장두건 등이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에는 분관인 박광진미술관이 있고, 경주 솔거미술관은 박대성미술관으로 시작하였으나 솔거미술관으로 명칭을 양보하는 대신 상설관을 마련하였고,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도 작가 개인의 명칭에 대한 반대로 고비를 겪었다.


지역에 개인미술관을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친 사례로 2008년 대전(이종상), 2009년 인천(이종상), 2015년 안동(하종현), 2021년 제천(김영희)이 있다. 조건이 맞지 않다고 2008년 고흥(천경자), 2009년 양주(천경자), 2020년 예천(박서보)은 미술가가 포기했다. 2020년 종로구청은 종로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자문밖문화포럼이 주축이 되어 원로작가 및 유족과 MOU를 체결하였다. 협약 대상자는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 미술 교과서 출판과 한국적 판화의 선구자 이항성(1919-1997)과 아들 이승일, 미술 애호가 도서출판 삶과 꿈 김용원 대표였다. 종로구와 협약자들은 구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 구립 미술관 순차적 건립, 작품 100점 이상 무상 기증, 작가 자택을 활용한 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상호 협력을 약속했었다. 조각가 최종태, 박서보미술관도 함께 논의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중광(1934-2002) 미술관을 준비했으나 문체부의 미술관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였고, 김해에서는 조각가 김영원의 기증으로 미술관이 건립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4일 발표한 2024 규제혁신 추진 계획 가운데 작가들의 시름을 덜어줄 두 가지 미술 관련 개선안이 있어 주목해볼 만 하다. 첫째는 제작 후 50년 이상이 지나면 잠재적인 일반동산문화유산으로 분류되어 수출이 금지되었던 유물과 작품을 앞으로는 1946년 이후 제작된 경우 별도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문체부는 문화재청 및 미술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제작연도 규제 완화에 이어 '가격 기준'을 도입하고, '1945년 이전에 제작된 미술품'의 경우에도 일정 가격 이하인 경우 심사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안은, 지방자치단체가 공립 박물관·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받아야 했던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앞으로는 지자체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대전 제2시립미술관과 원로작가 특화 전시관도 7월 사전 건립타당성 조사인데 기본계획 수립인 인력과 방향성에 우려가 크다.


미술계에서 여러 현안이 많이 있지만, 노년에 접어든 작가들의 어려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지원정책도 젊은 작가 위주이고 전시도 초대받기 어렵다. 작가 소장 작품을 정리하고 싶어도 평가와 절차로 미술관 기증도 어렵고, 작품가가 어느 정도 공개된다고 알려진 작가의 경우 상속 문제마저 생긴다. 작품으로 상속세를 내는 물납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건은 까다롭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가들의 '내 작품 어찌하오리까?'라는 시름은 여전히 깊어만 간다. 미술관 건립이 완화되면 좀 더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 2024.4.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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