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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박물관의 한국 현대 미술품 수집의 개가

김달진


어느 대학박물관의 한국 현대 미술품 수집의 개가
- 2000년에 보는 20세기 한국미술 200선전

가나아트닷컴 총괄팀장 / 김달진

지금 고려대박물관에서는 <2000년에 보는 20세기 한국미술 200선전>이 지난 5월2일부터 6월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고려대학교 개교95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박물관 제34회 특별전이다. 작년 3월에 이 박물관에서 열린 <근대한국화의 탐색전>을 보고 가나아트의 화제의 전시에 글을 쓴 인연도 있고, 초청장을 받고 개막 이튿 날 반가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회 명칭은 새천년을 맞아 2000년, 20세기, 200선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명칭을 정하는데 고심했으며 자체 공모까지 거쳤다고 했다. 이 특별전은 현대미술 수집에 애장해 오던 본인의 작품 및 소장품을 기증해주고 수집에 큰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사은과 계속해서 현대미술품을 수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전시이다.

작년에 전시회때 가을에 근대 유화전을 열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그동안 박물관장을 맡았던 고고미술사학과 윤세영교수가 정년퇴임하고 새로 임명받은 한국사학과 최광식교수의 첫 전시이다. 전시장은 작년과 달리 2층 좌측에 있던 민족문화연구원 강의실을 최소화의 공사비로 리모델링 개조한 곳 이었다. 현대미술실의 규모는 전체 210평으로 9개의 칸과 복도, 로비로 구성되었으며 한 공간에서도 중간에 대각선으로 전시벽면을 마련해 작품을 걸어 좁고 답답하였다.

고려대는 1905년 개교한 보성전문을 전신으로, 박물관은 1934년 민속품을 수집으로 출발하여 70년대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현대미술품을 수집해 1980년에는 현대미술실을 개설하였다. 이미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근대미술60년전>에 소장품 몇점이 출품되었다. 이제 소장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등 몇 곳을 제외한다면 폭넓게 수집한 작품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작년에 홍익대박물관의 경우 <한국근현대회화전>을 통해 소장품을 선보였는데 몇몇 알려진 근대작품 이외는 홍익대와 연결된 작가의 작품이 많았다. 이번 서울대박물관의 경우 현대미술품도록Ⅰ을 발간했는데 거의 역대 서울대교수와 동문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것이 드러났다. 고려대는 미술대는 없었지만 일찍 현대 미술품수집에 관심을 기울여 지금보면 상당한 자산가치를 높여놓은 셈이다. 70년대 당시 학예직으로 근무했던 양화가 이규호씨에 따르면 최고 상한가가 60만원이었다는데 현재 가격선으로 1억원 이상이 된 작품도 그렇게 입수된 것이다.

전시회의 문제점과 앞으로 방향

전시기획에 있어, 한국화의 경우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활동한 소림 조석진, 심전 안중식 등을 제외되어 있었고 채용신의 경우는 그들보다 앞선 시대의 사람으로 ‘현대’ 작가라는 판단에 근거가 의심스러울 수가 있겠다. 그러나 그의 작품 ‘실명인의 영정’은 그의 인물초상에 분명한 원근법 음영법의 양화 표현 방법을 기준으로 1919년 작품부터 현대미술로 판단했음을 제시했다. 이 1919년 작품부터 작년에 제작한 신장식의 ‘만물상-생명력’ 1999년까지 80년간의 작품을 서양화, 한국화, 조각으로 분류하여 전시되었다. 전체적으로 서양화 조각은 작품연도 순으로 전시하였고 한국화의 경우는 제작년이 미상인 작품이 많아 생년순으로 전시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품 2점을 얻은 셈이 되었는데 변영원의 하드보드에 유채작품 ‘자화상’ 뒷면에 ‘여인’이 발견되어 양면으로 볼 수 있게 전시되었다. 또 고화흠의 ‘정물’ 뒷면도 미완성이긴 하지만 여인이 그려져 있었다. 전시된 작가 중 호랑이 그림으로 알려진 서정묵(徐正黙)과 서양화가 이정규(李正奎)가 생존작가로 나왔는데 각각 1993, 1989년 작고한 작가임을 알려주었다. 한국화가 황용하(黃庸河)는 생몰년 미상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그의 출생년은 1899년이고 작고년만 미상이다. 김창열의 ‘대한민국’은 인쇄지에 유채로 표기했는데 판화작품으로 넘버링이 표시되었는데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1988년 서울올림픽기념으로 만들었던 특별 판화세트 중 1점이며 그 바탕 이미지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이다.

양화 중 P 라는 생소한 작가가 제법 중요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의문에 그것은 어떤 사연(?)에 의한 배려임을 알게 되었다. 한 박물관의 작품소장은 나름대로의 방향과 성격을 가지고 진행해야 되는데 문제점으로 여겨졌다. 특히 젊은 작가의 경우 앞으로 많이 변화될 수 있고 후일 평가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참고로 전시작가 중 50세가 되지 않은 작가의 면모를 보면 양화에 신장식, 조각에 김일영, 황현수, 한국화에 김대열, 김진관, 차대영, 김성은, 문봉선, 왕형열, 박순철, 이준희 11명이었으며 이준희 경우는 32세이다.

주요 미술사적인 소장품으로 서양화 - 이종우의 ‘응시’, 구본웅의 ‘청년의 초상’, 조병덕의 ‘저녁준비’ 박영선의 ‘아뜨리에’, 손응성의 ‘회도사자서’, 김환기의 ‘월광’, 변종하의 ‘나목’, 이규상의 ‘작품 A', 장욱진의 ’나무가 있는 풍경‘, ’임완규의 ’집 72-5‘ 조각 - 권진규의 ’자각상‘과 ’비구니‘, 송영수의 ’순교자‘ 한국화 - 김규진의 ’묵죽도10곡병풍‘, 김은호의 ’순종어진‘허백련의 ’산수도‘, 노수현의 ’신록도‘, 이응로의 ’등나무‘, 천경자의 ’전설‘, 서세옥의 ’군무도‘ 등을 눈여겨 볼만 하다.

전시작 200점은 서양화 87점, 조각 26점, 한국화 87점으로 상대적으로 서양화가 빈약하고 연대로는 70년대 이후가 반이상이다. 부족한 전시공간에 200선이란 작품수에 맞춘게 아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체적으로 소장품들이 근 현대 한국미술사의 주요 작가들의 대표적 작품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는 유수한 컬렉션(전시회 전단)이라고 했지만 부족하다. 현대작품에 사실 구상계열의 작품은 많지만 우리 미술사적인 60, 70년대의 단색조 추상작품은 드물고 80년대 민중미술 작품은 거의 없다. 전시회를 보고 남은 의문점은 현대미술품이 1천점이라고 했는데 이 정도라면 나머지 소장품이 궁금해졌다. 이번 전시회의 도록(판매가 3만원)은 총론을 이구열, 각 부문 작품해설은 서양화 김현숙, 한국화 조정육, 조각 김이순 맡아 외부 인력에 의존하고 있었다. 미술평론가로 내세운 김이순은 미술계에서 생소한 인물이다. 특히 도록에 김순이로 오자가 발생해 스틱커를 부쳤다. 도판 중 제발문이 있는 경우는 그 원문과 해제를 함께 실어 작품 감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고려대 박물관측은 앞으로 더욱 작품수집의 공공성을 기하는 등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대학박물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사학의 명문을 내세운 기증 또는 1점 구입비가 5백만원 이하의 상황에서는 계속 좋은 작품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또한 현대 작품의 수집과 훌륭한 소장품들을 잘 연구하고 미술사적으로 기획 전시 관리하는 학예원의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 월간미술 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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