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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미술품 관리,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달진

정부 소장 미술품 특별전 98. 6.9 - 7.9 국립현대미술관

6월은 여름의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한여름처럼 덥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연초 기획전으로 발표했던 5건 중 2건과 새로 공동주최하는 전시회로 동시에 3건이 열리고 있었다. 올해의 작가-권영우전(6.5-7.5 제1전시실), 안도 타다오전(6.12-7.29 제2전시실)과 정부소장미술품 특별전(6.9-7.9 제7전시실)이 그것이다. 멀다고들 하지만 지하철 서울대공원역에서 내려 산책삼아 20분쯤 걸어도 좋고 30분 간격의 순회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올해의 작가-권영우전은 예전 1년에 몇 건씩 있었던 원로작가 초대전을 탈피하고 1995년부터 시작하여 전수천, 96년 윤정섭, 97년 황인기에 이어 네 번째로 개최되었다. 장르와 연령의 구분이 없지만 왜 그 작가가 선정되었느냐가 분명하면 좋을 듯하다. 이번 권영우전은 부채, 플리스틱 용기, 숟가락, 자동차 번호판, 옷걸이, 못 등 일상의 사물을 종이 부조로 찍어 낸 작품들이다. 이를 ꡐ순백의 향연ꡑ 이라고 하지만 관람객은 같은 기법의 많은 무제시리즈를 단조로움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국화가이면서도 일찌감치 붓과 먹을 버리고 종이에 구멍을 뚫고 찢고 긁어 내리기도 한 실험성이 강한 원로작가의 최근 경향이란 것을 알고 보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도 타다오전은 작고 건축가로 1990년에 열린 김수근전 외에 쉽게 만날 수 없는 건축 개인전이다. 일본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인데 ꡐ건축, 그 창조의 과정ꡑ 이란 부제로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간 중간 세워놓은 건축기둥은 하나의 큰 건축 구조물 속에 들어온 느낌으로 관람객을 흡입하고 있었다. 전시장 칸 사이마다 드로잉은 연결고리로 시선을 이끌어 주었다. 권영우전보다 관람객이 많았고 진지했다.

열리기까지의 과정

금년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정부소장미술품 특별전은 조달청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한 전시회이다.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되어 정부를 수립하고 문화적 토대를 갖추지 못한 채 경제성장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50년 동안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최소한의 국가예산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루어진 문화자산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전시회가 이루어지기 전인 작년, 정부재산을 총괄관리하는 조달청은 9월에 중앙행정기관 49개 관서,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 30개 기관, 정부투자기관 18개 기관, 총 97개 기관을 조사하여 3만135점, 335억원 상당의 작품목록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은 문화적, 예술적, 경제적 가치가 있는 국가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주로 구입보다는 기증의 형태로 수장되어 온 점과 업무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물품관리법과 국유재산법 어디에서도 직접 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따라서 조달청은 물자사랑운동을 전개하며 정부수립이래 미술품의 상당수가 수장된 것을 알고 정확한 보유상황 및 보존상태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필자는 일간지 보도를 보고 조달청을 방문해 자료를 입수해 작년 10월 본지에 ꡐ정부 소장 미술작품 전시회를 갖자ꡑ고 제안한 바 있고 한국일보(97. 10. 9), 내외경제신문(97. 10. 9)에서 인용해 보도하였다. 또한 필자는, 금년 4월에 조달청을 통해 정부소장미술품 특별전 개최를 입수해 《전시회 가이드》에 처음으로 지상에 소개한 바 있다.
조달청 발표후 유채화가 김형근씨는 감사원 소장의 공방의 노장들이 1967년 16회 국전 입선작품으로 분실했던 작품이라며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그 후 조달청은 상당수의 미술품이 기증의 형태로 취득됨에 따라 작가미상이나 진위여부 불분명, 그리고 물품관리의 기준이 되는 가액이 확인되지 않은 작품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12월에 주요작품에 대한 감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로 한국화 375점, 유화 284점, 서예 92점을 감정대상으로 실시하여 1억원 이상을 추가로 한국화 7점 유화 7점을 발표한 바 있다. 자세한 사항은 도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감정위원으로 한국화에 진동만 공창호 김정배, 유화에 이구열 김창실 박명자, 서예에 김선원씨가 참여했었다.

건국이래 첫 전시회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정부미술품관리자문위원회에서 선정한 111점을 대상으로 추진, 일정기간 대여형식으로 인계받아 전시회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종은 65점으로 ꡐ아름다운 성찬ꡑ 이란 부제로 26개 기관에서 출품한 채색수묵화 19명 26점, 유화 27명 33점, 서예 6명 6점과 역대 대통령 휘호 9점이 전시되었다. 전시회에 대한 예산은 조달청이 도록을 제작했고 미술관이 보험료 운송비 등을 부담했다.

지난 6월9일 개막식에는 김종필 국무총리서리, 강영훈 대한민국정부수립50주년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한승헌 감사원장서리, 이종찬 안기부장, 김정길 행정자치부장관, 김성훈 농림부장관, 이중재-김명범의원, 강정훈 조달청장 등 내빈이 참석했다. 그동안의 기획전에 비하면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다.
정부기관 소장품이 1972년 한국근대미술60년전에 몇 점이 빛을 본적은 있지만 건국이래 처음 갖는 전시회로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각 기관에 걸려 직원이나 한정된 방문객에게 보여지거나 창고에 쌓였던 작품을 모아 국민들에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비록 늦은감이 있지만 정부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을 일반에 공개한 점은 알고보면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간 미술문화와 미술품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무감각을 일깨우며 동시에 정부 소장품 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소장의 미술품도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재화로써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과 문화적 공감대를 확장시켜내고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되새겨 보려는 의미의 출발점인 셈이다.

전시회에는, 작년 조사한 97개 기관중 실제 출품협조 기관은 26개 기관에 불과하다. 국회, 국무총리비서실, 감사원, 법무부, 대검찰청, 철도청 등이 포함되어있지만 교육관련 기관이 많다. 즉 중앙공무원교육원, 서울시교육청, 광주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전남대, 제주대, 광주교육대, 청주교육대, 전주교육대로 9개기관 35%가 되는 셈이다.

힘이 센 기관은 출품거부

그러나 청와대 등 ꡐ힘이 센ꡑ 기관이나 ꡐ높은 분ꡑ이 계신 자리의 작품 등은 출품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품은 청와대에서 구입했고 또 각 기관에 구입을 권장했었다. 구입비용은 물론 기관장의 사재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관람기회를 박탈하는 힘이 센 기관의 처사는 무지 아니면 횡포라 할 만한것이다. 아무튼 ꡐ힘없는ꡑ 지역의 기관이 출품해 그곳 출신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기까지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해야 할 정도였다.

전시회는 채색수묵화, 서예, 대통령 휘호, 유화로 이어졌다. 작가의 면모를 보면 300여년전 조선시대 허목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50대의 이강소까지 있으며 오지호 4점, 허백련 박상옥 민경갑은 각 3점씩이 전시되었다. 작품연대를 보면 연대미상도 20여점이 되고 60년대까지의 것이 16점, 70년대 8점, 80년대 10점, 90년대 6점이었다. 어느 기관은 근대시기의 좋은 작품을 제쳐놓고 96년 최근작을 내놓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 작가의 수작이기보다는 명성에 의한 작품도 눈에 거슬렀다.

그나마 작년 조달청 발표시 최고 가격 5억원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상범의 「추경산수」(92×319cm)가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서울역 그릴에서 철도전문대학을 거쳐 지금은 부곡 철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청전 이상범 탄생100주년기념전 때 출품을 의뢰했으나 실패했고 기존의 이상범화집 도판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본지에서도 작년 졸고에 도판 사용을 위해 촬영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었다. 그러나 보존상태가 불량해 먹과 채색이 날라갔고 습기로 심하게 얼룩져 원작의 깊은 맛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새로한 표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작품들도 긁히고 바래고 얼룩지고 갈라지거나 부분이 떨어져나가 훼손이 아주 심각하였다. 허술한 보관, 보존 환경, 파손을 막기위해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인지 산적한 문제점들이 아직 많다.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이대로 방치하고 있을 것인지 답답해졌다.

이 전시회 준비과정이 짧았던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로 인해 해당기관과 사전 섭외가 충분치 못하고 도록, 전시장에 미비점이 나타났다. 도록에서 장우성씨 출생년도가 1912년인데 1909년, 장두건씨 호가 초헌(草軒)인데 초간(草幹)으로 동아대교수 역임인데 부산대교수 역임으로, 서예가 손재형씨 호도 소전(素筌)인데 소전(素箋)으로 각각 오기되었다. 전시작품 명제표에 장우성 「귀목」에 1909년생으로, 박노수 「산, 운무」는 낙관에 1972년이 표시되어있는데 연도미상으로, 민경갑 「장미」도 1971년인데 연도미상으로 적어놓고 있었다. 잘못되는 실수들을 ꡐ적은 예산 때문에,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ꡑ라는 변명으로 더이상 전시회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최소한 1년 이상의 체계적 준비기간, 기획에 대한 명료한 책임, 인쇄물 등에서 정확하고 깔끔한 전시 관행의 선례를 세울 시점이다.

구입, 관리, 운영의 전문화, 일원화 절실

이번 일에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작품의 구입은 전문기관이 전담하여야 한다. 일괄적인 구매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기관장의 취향으로 결정되면 곤란하다. 영국의 브리티시카운실이나 독일의 IFA 처럼 작품을 일괄구입해 수장고에 보관하고 필요한 부처에 미술품을 대여하여 전시부터 수집 보관에 이르기까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소장작품 관리에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조달청은 그동안 누락된 기관이나 미진했던 기관에 대한 조사를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미술품 증감현황을 통보받고 재물조사, 물자감사에 준한다. 훼손으로 처방이 필요한 작품은 대책을 마련하여 연차적으로 보존처리를 해 나간다.

셋째, 소장품 전시회를 확대하는 운동을 벌인다. 이를테면 이번 전시회에 미참가했던 기관, 부처별, 문화관광부 산하기관, 전국은행연합회 주관 각 은행을 생각할 수 있다. 국민에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회 외에 쉬운 방안으로 소장품들을 모은 도록을 발간한다. 이는 국가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에 용이하며 정보차원으로도 필요하다. 지난 2월 한국관광공사는 롯데화랑에서 소장회화전을 가졌다. 공사 초창기때 직영한 반도호텔에서 보관하였거나 창사이래 소장해온 21명의 39점을 선보였다. 유럽에서는 뛰어난 미술작품으로 외국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데 공익기관인 한국관광공사가 관광산업의 작은 출발점으로 의의를 남겼다. 전시작품 중에서는 김기창 「군마도」, 배렴 「강촌」「계사소진」, 박상옥 「서울전망」, 이세득 「춤추는 여인」, 김훈 「무제」등이 눈에 들어왔다. 반도호텔 소장으로 한국근대미술60년전에 전시되었던 장운상의 「첼로키는 여인」, 장리석 「소한」, 김흥수 「나물캐는 여인들」은 행방도 궁금했다.

넷째, 1960년대까지의 근대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시켜 국가 예술품에 대한 연구와 보존관리를 맡기는 일이다. 이를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국립현대미술관에 일괄 등재하고 관리, 운영권을 갖는다. 그 대신 해당 작품의 원래 소유 기관에는 다른 작품을 대여해 주는 안이다. 그러나 현재 힘이 센 각 기관의 태도를 볼 때 쉽지 않은 일이리라.

기관 이기주의 개혁 요망

ꡒ…기관이기주의도 엿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10년 이후의 국내 우수 미술작품을 소장. 전시하게 되어 있고, 그전의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맡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에 화가 정선의 작품 「도산서원」(1921년 *주 : 오기인 듯)이 보관되어 있는가 하면, 김만혁(*주 : 오기로 김만형)의 작품 「수국」(1945년) 및 김환기의 작품「돌」(1950년) 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채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서 두 기관사이에 미술작품의 관리전환을 하라는 조치가 내려지기도 하였다…ꡓ
이 내용은 한승헌 감사원장서리가 지난 5월25일자 주간 《도서신문》에 기고한 ꡐ감사의 창에 비친 문화행정ꡑ 이란 칼럼의 한 부분이다. 확인 결과 관리이관이 아니라 양 기관이 대여형식으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안중식 「백악춘효도」(1915년)가 있으며 소장하고 있던 박고석 「범일동풍경」(1953년)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넘어 왔다. 문화부 산하기관 사이에도 매끄럽지 못하니 타 부처와는 오죽하랴. 행정개혁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소장 미술품 특별전은 반가운 일이었고 이제 시작인 셈이다. 그동안 자료조사, 작품감정, 보존환경, 전시회등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정부는 미술품 관리의 획기적인 개선 방안을 세워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미술은 만인의 것이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후손에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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