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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겨울방학 추천전시

김달진

겨울방학 추천전시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미술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색깔의 넥타이를 고를까? 하고 망설인다. 거리에나서면 마주치는 자동차, 간판, 건물 등이 모두 선, 칼러, 디자인 등 미술의 기본적인 요소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은 어렵다'라고 말한다. 어렵다는 것은 추상화같은 작품을 보고 그 속에 담긴 내용을 읽어 내려 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미술작품을 볼 때 꼭 이해해야만 한다는 선입견이 미술작품 앞에 벽을 쌓게 한다. 미술 감상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평소 음반을 사서 자주 듣는 음악은 이해하기 보다 귀에 들리는 소리로 감성을 느낀다. 미술도 마찬가지여서 전시회를 찾아가 그림을 자주 봐야 마음이 열린다.

해마다 방학이면 외국의 유물이나 서양의 명화들을 들여와 보여주는 블로버스터 전시가 자리를 잡아 관람객 동원에 성공하기도 한다. 이런 전시는 언론사, 미술관,기획사 등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유치하지만 때로는 내건 전시회 명칭에 내용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다. 겨울방학은 여름처럼 야외로 나가기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문화나들이 하기 좋은 시기이다. 얼마전 용산에 신축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이 44일만에 100만 관람객이 화제를 모았다. 세계 6위라는 박물관의 위용이 관람객을 모으고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인파가 이룬 숫자인데 지속적인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 것을 찾아보는 전시로 <옛 종가를 찾아서>가 2월12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경북 안동시 진성이씨 대종가가 2000년과 2005년에 기증한 2,500여점에서 고른 고문서, 전적류, 생활용품 등으로 꾸몄다. 진성이씨는 퇴계 이황을 배출한 명가이다. 전시는 사랑방과 사대부, 안방과 부녀자, 제사와 의례생활로 구성하였다. 그 중 1593년 노비문서는 노비의 매매에서 인증서 취득에 이르는 절차가 잘 나타나 있으며, 1600년에 간행된 진성이씨 족보, 퇴계선생 문집, 송간일기 1577-1612 외에도 성주단지 등 민속신앙까지 살펴 볼 수 있다. 또한 600년 동안 이어지는 문중인 60여명이 참여한 성대한 제사를 담은 영상물도 눈여겨 볼만하며 평일 저녁 8시까지 입장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의 오랜 친구, 개>특별전은 2006년 병술년 개띠해를 맞아 사람과 함께 살아온 개의 상징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토기, 청동거울, 부적판, 민화, 그림 등에 나온 개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여러 박물관에서 대여해온 유물 들이다. 소규모 전시지만 윷점보기, 관객이 참여하는 영상물도 있었으며 관람 후 박물관 둘레의 야외 텃밭, 돌하루방, 장승 등도 둘러보며 우리의 옛 모습도 느껴 볼 만하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 내일부터 2월12일까지 열리는 <울림전>은 다양한 현대미술의 흐름속에서 장르와는 상관없이 소재 또는 이미지가 반복되는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출품작가 11명은 우리 현대미술에서 자기 작품세계를 평가받은 작가로 물감이나 먹과 같은 근본적인 재료부터 일상적인 생활용품, 자연에서 취해진 물질, 공업용 재료 등에 이르기까지 가기 다른 매체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여기에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일관된 논리, 노동력,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남서울분관은 미술인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지하철 2, 4호선 사당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가 100m 거리에 있으며 사적 245호인 1905년 준공된 구 벨기에영사관으로 우리은행 소유 건물을 2004년 서울시가 무상임대하여 공공미술관으로 꾸며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잊혀지고 페허되는 건물을 잘 살린 모범 사례이며 몇 개의 작은 방인 전시공간, 나무계단과 마루바닥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준다.

예술의 전당에서 28일부터 내년 2월12일까지 개최하는 <세화견문록>은 시즌에 맞춘 전시이다. 세화는 민화의 일종으로 정초에 주고받는 그림을 뜻하는 것으로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잡귀를 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가 16명이 참여해 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회화, 설치, 영상, 디자인, 사진, 판화 70여 점이 출품된다. 우리 전통의 멋을 현대미술가들이 새로운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색다른 현대미술을 한눈에 볼 좋은 기회이다. 구성연씨의 매화 꽃가지를 찍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매화꽃이 아닌 팝콘이 달려있는 사진이나 데비한 씨의 전통 음식재료인 쪽파 한 단을 머리에 얹고 있거나 마늘로 보석목걸이를 연출한 여성의 얼굴에서 우리는 미술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건축가가 전시디자인에 참여해 공간을 작품의 제작의도가 살아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것을 기대한다.

내년 1월2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과학 + 예술 10년 후 시리즈인 <로봇과 예술의 만남>은 미술과 과학의 만남을 시도하며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전시이다. 미술을 가까이하는 삶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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