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나의 일은 크게 미술정보 제공과 우리 현대미술 사료를 정리해 남기는 두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미술정보 제공은 월간 <서울아트가이드>와 격월간 <아트맵-서울전시가이드>를 발행해 무료 배포하며 달진닷컴(www.daljin.com)을 통해 실현해 가고 있다. 현대미술 사료를 남기는 일은 1년 동안 미술 전시 기록 등을 정리해 <문예연감>, <한국미술연감(월간미술 발행)>에 제공한다. 미술자료 수집 36여년!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녀 내 오른쪽 어깨는 처져 있다. 처음 미술자료 수집을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직업이 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천직이 되었으니, 여전히 힘이 들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미술자료 수집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과 차별화 될수 있었던 것은, 이 일과 관련된 글과 자료를 연속적으로 발표하고 저서를 냈다는 점이다.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술판 현장의 흐름을 짚어 내고 우리 현대미술의 기초 사료를 기록자로서 정리해 나간 것이다. 이제는 필요한 사람에게 미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은 내 일생중 가장 바쁜 해였다10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개관 반응은 신문, 라디오 방송, TV 밤 9시 뉴스까지 보도되고 언론에서 너무 뜨거웠다. 한 개인이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자료 수집을 해서 미술연구소를 만들고, 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하여 관심이 컸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우리 미술계에서 자료의 중요성과 미술자료관이 절실히 필요했음을 말해주는 반증으로 생각한다. 9월에 미술서적 온라인 쇼핑몰 daljinbook.com 오픈, 3월 격월간 아트맵 발간, 해외 아트투어로 중국 베이징을 5, 6, 8월 3회, 미국을 9, 12월 2회, 일본은 2월, 싱가폴은 10월을 다녀와 일곱 차례였다. 7월 김달진미술연구소는 지하 60평에서 2종 박물관인 김달진미술자료관 등록에 따른 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길 건너 2층 사무실로 이전했다.

박물관 개관 후 한계에 다다른 것같다. 김달진미술연구소와 박물관의 재원은 오직 서울아트가이드의 광고비에 의존한다. 이 광고비를 받아 서울아트가이드 제작비, 원고료, 발송료, 나를 포함한 9명 직원의 급료, 두 공간의 임대료, 운영비까지 해결해야 한다. 한 달 버티기가 힘들다는 중소기업사장의 고충을 나는 이해한다. 내 업무는 연구소 소장, 박물관 관장, 서울아트가이드 편집인 일에 전시장 출장 자료수집, 외부 원고 기고 및 특강, 때로는 광고료 미납자에게 독촉 전화까지에 이른다.

최근에 미술계의 이중섭 진위 문제, 박수근 ‘빨래터’ 시비, 미술품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미술품 양도세 과세문제 등은 가장 중요한 기초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허약함이 드러나고 있다. 창작 지원도 중요하지만 미술문화 인프라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까지는 좋아서, 열심히 하다보니 자료박물관까지 개관했지만, 가장 큰 과제인 공간 확보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어렵다. 더구나 충북 옥천에 장소가 없어 13년을 방치해 놓은 미술자료를 서울로 올려와야 한다. 현재 비가 새는 지하 박물관을 벗어나야 하고 나의 마지막 꿈은 접근성이 좋은 인사동 주변에 미술정보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 곳에 미술자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미술자료박물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미술자료실, 일반인과 소통할 수 있는 북카페, 한국미술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홍보창구 역할을 하는 복합공간 기능을 갖추는 것이다. 또한 더 늦어지기 전에 소장한 미술자료들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큰 일 또한 남아있다. 그리고 흩어져 있는 중요한 미술자료들이 손상되거나 폐기전에 수집 캠페인을 벌이겠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미술정보센터에 기부하고 발전시키고 싶다. 보다 정확한 대한민국미술사의 기록과 보존을 위한 공간을, 서울시나 국가, 기업인, 독지가에게 호소한다.


- 월간 미술세계 2009년 1월호 <특집> 2009년, 나는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