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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술전시회 경향과 주요 사건

김달진

2007년 미술계에는 유난히 큰 사건이 많았다. 미술이 언론에 가장 많이 이슈로 올랐던 한 해였다. 미술이 대중에게 가까워졌지만 가짜 학력, 위작, 미술대전 심사비리 등, 미술계의 치부를 드러냈다.

1. 2007년도 미술전시회 통계
2007년도 국내에서 이루어진 전시는 개인전 4,868건, 단체전 4,040건, 해외미술국내전 698건으로 총 9,606건으로 조사됐다. 한국작가가 해외에서 전시한 234건을 포함하면 모두 9,840건의 전시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문예연감」 전시회 통계를 보면 2004년 7,412건, 2005년 9,049건, 2006년 9,18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2007년 역시 2006년에 비해 655건이 더 조사됐다.

본 현황분석의 전시 분류는 ① 전시 주체에 따라 개인전, 단체전 ② 전시가 열리는 장소에 따라 국내전과 한국미술 해외전 ③ 전시자의 국적에 따라 한국작가 전시와 해외미술 국내전으로 구분했다. 이를 다시 지역별, 월별, 장르별로 구분해 조사했다. 지역은 서울과 광역시, 도 단위로 구분해,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울산, 인천,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제주 등 13개 권역으로 나누었다.

전시의 장르별 구분은 개인전에만 적용했다. 단체전은 2-3개의 장르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전시가 많기 때문에 본 통계에서는 삽입하지 않기로 했다. 장르는 서양화, 한국화,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설치&영상, 서예, 판화, 디자인, 만화, 디지털, 기타로 구분했다. 2006년에는 서양화, 한국화, 회화, 조각,공예, 사진, 설치&영상, 서예, 판화, 디자인 등 10개 분야와 기타로 구분한 것에 반해 2007년에는 만화와 디지털 분야를 추가해 12개 분야로 확장시켰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업이 미술 전 장르에 일반화되고 있지만 양상을 설명하기가 힘들어, 단적으로나마 그 수치를 파악해보기 위해 포함시켰다.

세부 장르 구분을 보면, 회화는 전통적인 한국화나 서양화로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을 포함시켰다. 공예에는 도자, 유리, 섬유, 금속, 나무, 종이, 장신구 등이 해당되며, 설치&영상에는 영상, 미디어 아트,영상설치, 사운드설치, 혼합재료 설치 등이 포함됐다. 전각, 서각은 서예 분야에 기록했고, 만화, 애니메이션, 카툰, 일러스트는 만화로 포함시켰다. 기타에는 건축, 인형, 유물, 화예조형 등 장르 구분이 어렵거나 복합적인 것이 포함됐다. 하지만 개인전의 장르 구분도 요즘의 전시형태에서는 불분명한 것이사실이다. 미술가가 본인의 전공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사용하는 매체도 다양한 것이 요즘의 전시양상이기 때문이다. 미술가 자신도 어느 장르에 구분되는 것을 싫어한다. 오히려 섣부른 장르 구분이 미술가의 기록에 오기로 남을 위험도 있다.
2007년에 한 해 개인전은 총 4,868건 열렸는데, 그중 서양화는 1,163건으로 23.8%를 차지해 작년과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화는 609건으로 12.5%로 작년보다 2%가량 감소했다. 회화는
710건 14.6%로 작년보다 2% 증가했다. 조각은 364건으로 7.5%, 공예가 472건 9.6%, 사진이 503건 10.3%, 설치&영상이 210건으로 4.3%, 서예가 82건으로 1.6%, 판화는 79건 1.6%, 디자인이 15건으로 0.3%, 만화는 16건으로 0.3%, 디지털은 11건으로 0.2%, 기타는 27건 0.5%, 장르가 불분명해 조사되지 못한 전시는 607건으로 12.4%를 기록했다. 작년과 비교해볼 때 사진이 8.8%에서 10.3%로 증가했고, 서예는 2.9%에서 1.6%로 감소했다. 설치&영상은 작년과 비슷하게 4%대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사진 분야의 관심과 전시회 개최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표 2>.

전시회가 열린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개최된 9,606건의 전시 중 서울에서 5,680건의 전시가 열려 59%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61%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는 2%가량 전시가 감소했지만, 서울지역의 전시건수가 감소한 것은 아니며, 타 지역의 전시가 점차 활성화돼 작년보다 많이 조사됐다고 볼 수 있다. 대구가 7.4%, 경기가 7%, 부산이 4.6%, 경상이 3%로 그뒤를 따르고 있다. 이중 서울과 경기를 합하면 전체의 66%를 차지해 여전히 예술활동의 무대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음을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강원도가 2006년에 24건으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으나 2007년에는 158건으로 늘어나 인천, 광주, 울산, 전라, 제주보다 더 높은 비율인 1.6%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2007년도 강원도에 박물관 등 전시공간이 새로 개관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원주고판화박물관,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영월 현대도자박물관, 영월 호야지리박물관 등이 새로 개관했다. 현대미술전시관은 아니지만 강원도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06년 9월에 개관한 강릉미술관이 강원도의 전시공간 부족문제를 일부 해결해주었고, 최근 박수근미술관의 활발한 활동과, 동강사진축제 등 굵직굵직한 행사의 개최가 강원도의 지역예술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주었으리라 판단된다.

월별 통계를 살펴보면 개인전의 경우 10월이 12.3%, 11월이 11%, 5월이 10.9%, 4월이 9.2%, 9월이 9% 순으로 조사됐다. 단체전은 10월, 11월, 5월, 12월, 9월, 8월 순으로 조사됐는데 각 대학의 졸업전시회가 단체전에 포함돼 겨울 전시의 비율이 개인전보다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시회가 가장 많이 열리는 시기는 10월, 11월, 5월이며, 가장 적게 열리는 때는 1월과 2월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1>.

2. 전시회 자료수집의 한계
전시회의 형식은 작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서 전시회를 여는 개인전, 미술관이나 화랑의 초대에 의해 작품을 출품하는 기획전, 몇몇 작가들이 전시비용을 부담해서 갖는 단체전, 공모전에서의 입상작품을 보여주는 전시, 아트페어 부스에서 보여주는 전시, 경매에 올려질 작품을 미리 선보이는 프리뷰 전시 등으로 크게 구분해볼 수 있다.
이런 전시회의 홍보를 위해 팸플릿, 도록, 초청장, 포스터, 보도자료 등을 만들기 마련인데, 일부 전시의 경우 인쇄물도 전혀 만들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아 전시 개최 여부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이러한 전시 홍보활동은 매우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며, 팸플릿 제작에 어떤 규약이나 전시 관련 인쇄물을 납본받아 수집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단체전이나 아트페어의 개인 부스별 전시형태가 생겨나면서 그 전시를 개인전으로 기록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이를 개별 팸플릿으로 만들어 배포하기 때문에 단체전이 아니라 별도의 개인전으로 잘못 분류돼 오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 화랑이나 건물 외벽의 윈도 전시, 카페 실내에서 이뤄지는 전시, 공공기관 로비나 복도 등에서 이뤄지는 전시 등, 전시 형태와 감상 방법이 점차 다변화되어 이들 전시가 어떻게 홍보되느냐에따라 전시회로 기록되기도 하고 누락되기도 한다. 이런 몇 가지 시각예술 활동의 특성상 자료수집의 한계가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2007년도 미술전시의 조사자료는 월간 『서울아트가이드』 1월호부터 12월호에 수록된 전시목록을 바탕으로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수집한 팸플릿, 도록, 엽서, 보도자료, 신문 미술기사, 잡지 미술기사, 온라인 사이트에서 조사한 자료를 추가했다.
신문 미술기사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문화일보』, 『헤럴드 경제』 등 15종의 신문을 직접 스크랩해서 참고했고, 지방신문의 경우에는 『강원일보』, 『경인일보』, 『대전일보』, 『충청일보』, 『부산신문』, 『경남일보』, 『광주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매일신문』 등 10개 신문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전시정보를 수록했다.
잡지는 미술 종합지인 『월간미술』, 『아트인컬처』, 『아트프라이스』, 『퍼블릭아트』, 『미술세계』, 『미술시대』, 『미술신문』을 비롯해 조각 전문지 『계간조각』, 공예 관련 『월간도예』, 사진 관련 『월간사진』, 『사진예술』, 『포토넷』, 건축지 『공간』, 서예잡지 『묵가』, 『서예문인화』, 『월간서예』, 디자인 잡지 『월간디자인』, 『디자인네트』, 문화재 관련지 『박물관신문』, 『문화재사랑』, 지방 문예지 『기전문화』, 『대구문화』, 『갑천문화』, 『대전예술』, 『예술에의 초대』, 『보일라』 등을 활용했다. 이밖에도 무가지 정보지 월간아트옥션(아트프라이스 발간), 아트뉴스/아트와(아트인컬처 발간), 전시 가이드(크라트 발간), 넥스아트(이미지올로기연구소 발간)도 참고했다. 기관지인 너울, 문화예술, 메세나, 문화공간 등과 미술관 소식지인 국립현대미술관소식지, SEMA(서울시립미술관), 리움뉴스레터(삼성미술관 리움), 한미사진미술관뉴스레터 등 수집 가능한 다양한 인쇄매체를 참고했다. 온라인 매체로는 네오룩닷컴(www.neolook.com)과 각 화랑, 미술관 사이트의 전시정보도 참고했다.
자료조사의 범위는 미술관, 박물관, 화랑, 문예회관 등 전시를 목적으로 건립된 시설 이외에 도서관,대학교 내 전시장, 지하철 내 전시장, 회사 사옥이나 공공기관의 로비, 백화점, 전시장의 윈도, 교회 등 종교시설 내의 전시장, 공연장, 카페 등 전시가 일어나는 모든 공간의 전시를 포함했다.

3. 연이은 블록버스터 전시와 백남준 전시
블록버스터 전시가 어느 해보다 많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르네 마그리트(2006년 12월-2007년 4월), 클로드 모네(6-9월), 반 고흐(11월-2008년 3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2006년 12월-2007년 3월), 오르세미술관 한국전(4-9월),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11월-2008년 2월), 덕수궁미술관의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소장품전(6-9월), 국립중앙박물관의 루브르박물관(2006년 10월-2007년 3월), 삼성미술관 리움의 앤디 워홀 팩토리(3-6월) 전시는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전시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고 앞세워 홍보했다. 하지만 일부 전시는 제목에서 표방하는 대표작가의 작품이 극히 일부 포함되거나 그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태작이 다수 포함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블록버스터 전시는 해외 유수 미술관이 소장하는 대표작들을 일부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긴 하다. 하지만 전시 기획 의도, 전시 주제의 부실함, 공공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이런 블록버스터 전시의 대관 공간으로 전락, 비싼 보험료와 높은 관람료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미술관들이 아직 수십억 원의 초기비용을 투입할 수 없기에 기획사나 언론사의 진행 계획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미술관의 공익적 성격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미술관 내부의 학예 인력이 외부 기획사의 지휘를 받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2007년은 백남준 타계 1주기를 기념하는 전시가 곳곳에서 열렸다. 갤러리쌈지(1. 29-3. 18), 국립현대미술관(3. 23-5. 6), 경기문화재단 전시실(7. 3-8. 25), 울산 현대예술관(7. 10-7. 30), KBS신관특별전시장(7. 27-12. 30), 의정부 예술의전당(8. 4-9. 2), 대구 수성아트피아(9. 4-10. 12), 부산 조현화랑(10. 4-11. 18) 등에서 백남준의 작품, 기록사진, 관련 텍스트, 영상 등 다양한 자료와 플럭서스를 함께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됐다.

4. 해외미술 국내전, 한국미술 해외전
해외작가의 국내전시는 698건으로 개인전, 단체전, 국내작가와의 교류전 등이 모두 포함된 건수다.
작년에 670건에 비해 30여 건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전시로는 마리노 마리니전(2. 14-4. 22, 덕수궁미술관/2. 22-3. 21, 선화랑), 막스 베크만전(3.12-6. 22, 서울대학교미술관), 앤디 워홀전(3. 15-6. 10, 삼성미술관리움), 루이스 부르주아전(4. 20-6.29, 국제갤러리), 안토니 타피에스전(5. 3-5. 24, 가나아트센터), 게오르그 바젤리츠전(5. 11-7. 15, 국립현대미술관), 베르나르 브네전(5. 18-7. 22, 국립현대미술관), 레베카 호른전(5. 18-8. 19, 로댕갤러리), 데이비드 내쉬전(10. 26-11. 26, 국제갤러리) 등이 있었다. 또한 올해에도 블록버스터형 전시는 빠지지 않았는데, 모네전(6. 6-9. 26, 서울시립미술관), 오르세미술관전(4. 21-9. 2, 예술의전당 미술관),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6. 26-9. 30, 덕수궁미술관),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11. 27-2008. 2.27, 예술의전당 미술관), 모딜리아니와 잔느전(12. 27-2008. 3. 16, 아람미술관), 유럽현대미술의 위대한 유산전(12. 30-2008. 2. 24, 성남아트센터미술관) 등이 방학 시즌을 노려 개최됐다.

작년 사진 분야의 성장은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월에 스테판 칼루자(박여숙화랑), 마이크볼프(마이클슐츠갤러리), 세계보도사진 50주년전(서울갤러리), 베르나르 포콩(공근혜갤러리), 바네사 비크로프트(가나아트센터), 3월에는 세계명작사진전(김영섭사진화랑), 로버트 카파(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4월에는 수잔 앤드류스(갤러리온), 6월엔 제7회 가나포토페스티벌(가나아트센터), 히모 리사나(갤러리선컨템포러리), 나탈리아 에덴몬트(박여숙화랑), 7월에는 빌 베클리(박여숙화랑제주), 국제현대사진전(삼성미술관리움), 8월에는 2007 동강사진축제(강원 동강사진박물관일대), 10월에는 노구치 리카(몽인아트센터), 12월에는 노부요시 아라키(금산갤러리) 등 100여 건의 사진 관련 전시가 이어졌다.
비엔날레는 4월에 제4회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10월에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2007 포천아시아비엔날레, 200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이 진행됐다. 또한 10월에 시티 넷 아시아전(서울시립미술관), 제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4월과 11월에 열렸던 헤이리 아시아 청년작가 프로젝트 등도 주목을 받았었다.
한국미술이 해외에서 전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기관이나 단체가 기획하는 전시, 국제전이나 공모전에출품하는 전시, 개인전, 아트페어 출품 등이 있다. 2007년 한국미술 해외전은 234건으로 조사됐다. 전시 국가별로 보면 일본 48건 20%, 중국 46건 19.9%, 미국 43건 18.6%, 프랑스 28건 11.8% 순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의 순이었는데 올해에는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순으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2월에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돼 14개 화랑, 작가 39명의 작품을 소개했던 『2007 아르코아트페어』가 중요한 이슈가 됐다. 6월에는 『2007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려 한국관에서는 아시아 남성의 왜소한 체구에 대한 콤플렉스를 오브제추얼스 시리즈로 작업하는 이형구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때 이우환은 베니스 팔룸보 포사티궁에서 ‘울림’을 제목으로 회화 ‘조응’ 시리즈와 설치조각 등을 전시했다. 6월에 개최됐던 바젤아트페어에는 국제갤러리와 pkm갤러리가 참여했으며 바젤의 바이엘러갤러리에서는 김창열, 김환기, 노상균, 박서보, 백남준, 서세옥, 신성희, 이우환 등의 작품을 선보이는 『움직이는 시』가 열렸다. 9월에는 터키에서 제10회 이스탄불 비엔날레가 열려 김소라, 김홍석, 이불, 이주요, 임민욱, 장영혜 등이 출품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민중의 고동:한국의 리얼리즘 1945-2005전』이10월에 니이가타현립 반다이지마미술관과 12월에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에서 열렸다. 한편 11월에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아시안 컨템포러리 아트페어(ACAF)에 한국의 20여 개 화랑이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5. 뜨거운 미술시장과 투자
2007년 미술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하반기 후반 들어 주춤했지만 전체적으로는 5개 경매회사의 경매 낙찰총액은 1,943억 7천 220만 원으로 최종 집계돼 2006년에 비해 239% 늘어났고, 미술품 경매가격지수는 2006년 평균 181에서 올해 275를 기록해 51.9% 상승세를 나타내 뜨거운 활황을 보였다. 5월 서울옥션에서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됐고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현대미술품경매에서는 이우환의 1978년작 <점으로부터>가 194만 4,000달러(약 18억 원)에 낙찰돼 국내외 경매에서 생존작가의 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술품 경매의 호조와 더불어 미술품 경매회사도 증가했다. 6월 전주에 A옥션, 8월 대구 MBC가 설립한 M옥션과 부산 건설업체 힐 코리아가 대형 화랑 마켓인 아르바자르를 열었다. 9월에 가구 수입판매업체인 엠포리아가 만든 D옥션이 첫 경매를 실시했다. 경매 역시 해외작가들의 작품이 많아지고 서울옥션 아트쇼에는 뉴욕 소더비ㆍ중국 폴리ㆍ일본 신화 등이 참여했으며, K옥션은 일본 마이니치와 협력경매를 열기도 했다. 한국화랑협회에서 실시한 5월 KIAF는 175억 원, 10월 화랑미술제는 28억원을 팔아 지난해의 두 배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미술작품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돈으로 바뀌었고,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려 경매는 시장을 왜곡하고 몇몇 작가는 시장의 스타작가가 돼버렸다.

또한 ‘투자’ 개념이 전시장을 점령했다. 미술작품이 감상 대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이 될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일반 미술 전시까지 ‘아트페어’화했다. 인사동의 대표적 갤러리인 노화랑이 4월에 연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시는 유명 작가들의 소품을 100만 원 균일가에 판 전시로, 전시장 문을 열기도 전에 작품이 미리 팔리는 등 대박이 났다. 경기도 양평군의 마나스아트센터에서는 9월에 ‘관객을 찾아가는 조각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이 조각 작품을 살 수 있는 전시를 했다. 12월 서울 인데코갤러리에서 연 ‘팀프리뷰아트쇼’도 100만, 200만 원대 작품을 표방해 판매에 큰 성과를 이루었다. 이러다 보니 올해 나온 미술 작품들은 대작보다 소품으로, 성향은 팝아트적이거나 극사실주의 작품으로 흘렀다. 편한 그림, 꽃 그림, 화려한 색의 그림, 작가의 손재주가 많이 들어간 그림들이 주종을 이뤘다.

실제 아트페어도 연이어 고객을 끌며 미술시장 호황을 입증했다. 1월 신세계아트페어 아트펀드스타작가전, 3월 한국현대미술제(KCAF), 4월 한국구상대제전&아트서울전, 5월 서울국제아트페어(KIAF), 7월 아트스타100인축전, 9월 아트옥션쇼와 대한민국미술제(KPAM), 10월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AF), 화랑미술제,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11월 한국미술현장과 검증(AFAS), 12월 서울오픈아트페어, 아트대구 등 각종 아트페어가 연중 끊이지 않고 줄을 이었다. 마니프의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라는 어느 아트페어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미술이 이제는 대중을 향해 손짓하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미술계 뉴스가 시장 소식으로 주류를 이루니, 기획전이나 개인전은 소멸되는 느낌이 든 것은 아쉬웠다. 언론은 시장 동향에는 경쟁적으로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조명돼야 할 전시에는 무관심한 듯했다. 여기에서 잘 팔리는 작가가 무조건 좋은 작가로 오인될 수 있었고 원로 중진작가는 밀렸다.

6. 전시공간의 폭발적인 증가
미술시장에 대한 유례 없던 폭발적 관심으로 전시공간이 급증했다. 2007년에 새로 생겨난 전시 공간은 전국에 107개, 서울에만 74개였다. 성격별로 보면 미술관이 13개, 화랑이 75개, 기타 대안공간, 카페 갤러리가 19개 새로 생겼다. 특이한 현상은 서울에서 최근 3년간 신설 전시 공간의 50%는 종로구에 생겼는데 올해 신설 공간은 강남구가 28개로 종로구(26개)를 앞섰다는 사실이다. 특히 10월에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오페라갤러리가 여덟 번째 지점을 서울에 개관할 정도로 우리의 미술시장에 관심이 커졌다. 특히 청담동이 새로운 갤러리촌으로 부상했다. 청담동 네이처포엠 건물은 박여숙화랑, 미화랑, 마이클슐츠갤러리, GALLERY 2, C파인아트갤러리, 오페라갤러리, 조현화랑 서울점 등 총 7개의 전시 공간이 들어서 강남의 화랑 빌딩이 됐다. 서초구에도 새 갤러리가 8개나 생겼다. 또 기업들이 건물 전체를 설치미술로 꾸미거나 로비에 작은 갤러리를 꾸미는 경우가 늘어났다.
올해 새로 생긴 곳 중 박물관ㆍ미술관은 불교중앙박물관, 대전광역시 이응노미술관,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경기 고양시 아람미술관, 제주 현대미술관,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전남 담양 명지미술관, 경남산청 이갑열현대미술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등이다. 또 가나아트갤러리 부산, 박여숙화랑 제주, 갤러리 눈 창덕궁점, 본화랑 관훈동점, 조현화랑 서울점 등 주요 갤러리가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낸 경우도 많았다. 한편 국내 화랑의 해외진출이 활성화됐는데 중국 베이징에 갤러리현대, 아트사이드, 금산갤러리, 물파스페이스, 홍콩에 카이스갤러리, 상하이에 샘터화랑, 뉴욕에 아라리오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금산갤러리가 일본에 스페이스 355라는 전시 공간을 냈다.

7. 신정아 씨 학력위조 파문
전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 실장이자 전 동국대 조교수였던 신정아 씨가 7월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으로 선임된 후 학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국대 임용 당시 학위증ㆍ성적증명서를 제출했으나 예일대 박사과정 입학 및 졸업 사실이 없으며, 캔자스대 학사 3년 중퇴가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동국대는 8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신정아 씨를 파면했으며 광주비엔날레는 큰 타격을 받았다. 신정아 씨의 파문은 단순한 학력위조 사건만이 아닌 정계 핵심인물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 이로 인한 성곡미술관에 거액의 기업 후원금 유치 등으로 권력형 비리로 확대됐다. 두 사람은 구속됐고 기업들은 미술 후원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사건으로 학계 및 사회 유명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게 돼, 2007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연말에 홍익대 이두식 교수의 일본 박사학위에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8. 이중섭, 박수근 위작사건
지난 2005년 서울옥션에 출품된 이중섭 화백 그림의 진위논쟁으로 시작된 본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가 한국고서연구회 고문 김용수 씨로부터 압수한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그림 2,834점이 모두 위작으로 판명나면서 결론 내려졌다. 한국고서연구회 고문 김용수 씨가 10월 구속 수감됐다. 이뿐 아니라 4월 유명작가 108점을 위조해 팔아 온 복모 씨를 구속하고, 9월에 박수근 작품을 베껴 판매한 서모 씨를 구속했다. 12월에는 한국고미술협회 부회장이 돈을 받고 수십만 원짜리 불상을 100억 원대 진품으로 감정을 해주어 구속됐다. 일련의 사건은 미술품에 대한 불신을 낳고 미술계에서는 위작 유통을 근절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9. 미술대전 심사비리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 후 KBS에서 미술대전 비리의 연이은 보도 이후, 대한민국미술대전의 2006년 입상과정에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음이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5월 제자와 후배로부
터 금품을 받고 이들의 작품을 입상시켜준 혐의로 당시 한국미술협회 간부, 작가 등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미술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실망과 분노로 들끓게 했다. 이에 문화관광부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등 정부 시상을 중단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미술대전에 지원금을 축소했다. 사실 미술대전 비리에 대한 소문과 병폐는 새로운 것도 아닌데 개선이 되지 않는 게 문제였으며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10. 삼성 비자금으로 미술품 구입
김용철 변호사가 11월 삼성비자금 폭로에서 삼성이 비자금으로 고가의 해외미술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하면서 미술계가 다시 한 번 술렁이는 계기가 됐다. 처음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그림 <행복한 눈물>(시가 715만 달러, 2002년 11월 당시 환율로 약 86억 5,000만 원)과 프랭크 스텔라의 미니멀 그림 <베들레헴 병원>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됐고 미술품 거래과정에 서미갤러리가 부각됐지만 삼성은 작품 소장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 차명계좌에서 거액의 금액이 국제갤러리로 입금된 것을 확인 발표했다. 기업 미술관과 비자금의 연결고리도 핫이슈로 등장했다.

11. 아르코 아트페어 명암
세계 5대 아트페어의 하나로 손꼽히는 스페인 아르코 국제현대아트페어(Feria Internacional de Arte Contemporaneo:ARCO)에 아시아 국가 최초로 한국이 주빈국 초청을 받았다. 2월 마드리드의
대형박람회장 이페마(IFEMA)에서 주빈국 외 총 30개국의 272개 화랑(해외 188, 스페인 84)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은 ‘코레아 아오라(Corea Ahora/Korea Now)’를 주제로 총 15개 화랑, 9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문화행사는 아르코 15개 화랑의 출품, 한국 현대미술 특별기획 7개 전시, 퍼포먼스로 김금화와 서해안풍어제, 안은미댄스컴퍼니, 어어부프로젝트 공연, 앙상블 팀브, 한국영화 특별전 상영, 한국문학포럼 4회 행사 등이 포함된 대규모였다. 게다가 대통령의 첫 스페인 방문, 국회의원들의 방문으로 국가적인 행사로 스페인에 한국을 심었다.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판매율을 기록,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해외진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주빈국 진행과정 중 마찰로 김선정 씨와 실무자 전원이 사퇴하고, 새로 선임된 커미셔너와 스페인 조직위 측과의 의견 조율이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주빈국 참여 행사에 신정아 씨가 큐레이터로 채용되고 예산이 30억 원으로 책정돼 비리의혹을 받는 등 불협화음이 다소 들려왔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12. 공공미술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면서 아름다운 환경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가 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공공미술ㆍ공공디자인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작가를 참여시킨 도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쾌적한 환경으로 재탄생된 지역도 있지만, 그 목적을 달성치 못하고 주민의 불만이나 충돌 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좋은 환경’을 위해 가장 고려돼야 하는 것은 그 공간에 살고 있거나 이용할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를 미리 예상하고 그 반응을 헤아려야 한다. 또한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들의 기준과는 다른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야 하므로, 국내 도시 디자인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해외유수 건축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것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 해외건축가의 “외국 유명 건물의 디자인을 흉내낸 듯한 빌딩들을 짓는 데만 열 올리지 말고 한국의 자연에 어울리는 상징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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