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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화가도 18번 그림이 있다

김달진

미술산책 / 미술을 가까이 하는 삶은 행복하다-12
화가도 18번 그림이 있다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관 관장) www.daljin.com

꽃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 개인전이 6월21일까지 서울 관훈동 통인가게 5층 통인옥션갤러리에서 한 달간 열렸다. 온갖 꽃들의 향연으로 가득 찬 화면, 물감튜브에서 갓 짜낸 빨강, 파랑, 녹색, 노랑 등의 원색의 강열함과 금방이라도 묻어 날 듯한 생생한 물감의 마티에르 등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원근법을 생략하여 눈앞에 가득 채워지고 느껴지는 사물 하나하나의 생김과 움직임 속에는 꽃과 나무, 물과 하늘, 새와 나비 등 작가의 마음으로 들어온 설악의 사계절이 충만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설악산에 묻혀살며 ‘설악의 화가’ 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 꽃을 살펴보면 산나리, 초롱꽃, 파랭이, 이름모를 꽃들이 사실적인 세밀한 묘사보다는 세부 풍경을 과감히 생략한 채 자연을 재구성한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다.
올해 72세인 김화백은 젊은 시절 추상화에 앞장섰던 작가가 전혀 새로운 화풍으로 변신하여 처음 낯설어 했었다. 어느 새 화랑, 옥션에서 최고의 인기 잘 팔리는 작가로 자리잡아 화랑가에서 없어 못판다는 소문이 났다. 이번 그림값을 화랑에 문의하니 10호 이내는 호당 400만원으로 거의 금년 신작으로 전시 19점이 판매실적도 좋다고 대답했다. 그 영향으로 화단에 꽃 그림이 유행이다. 꽃그림이 많아졌다는 것은 지금까지 주로 꽃을 다루어오던 작가들이 많았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의 수요가 급증하니까 너도 나도 꽃그림에 매달린 결과임이 분명하다. 꽃 뿐만 아니라 사과, 복숭아 등 과일 그림도 인기가 높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 다면...,” 사람들은 많은 노래들 중에서 저마다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있는 18번이 있는 것이다. 화가들도 많은 소재 중에서 즐겨 그리는 그림이 있다. 어느 화가하면 무엇으로 인상지어 지는 표지(標識)그림인 셈이다. ‘산그림’하면 유영국, 박고석, 김영재, 김종복, 이상국... ‘장미그림’은 김인승, 황염수, 장두건, 박영성... ‘미인도’는 김은호, 장운상, 김흥종, 주민숙... ‘나비그림’은 남계우, 이경승, 정진철... ‘소나무’는 허건, 이영복, 이호신, 이승숙... 또 ‘물방울’은 김창열, ‘보리’는 이숙자, ‘모래’는 김창영, ‘성냥개비’는 조돈영, ‘계란’은 최부동... 유영국의 경우 거의 산 하나에 평생을 걸었던 작가로 사실적인 산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변모되어 왔다.
 
1970년대 우리 화단에 유입되었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주의)도 사물의 한 부분을 사진 이상으로 더 실감하게 재현해 시선을 끌었다. 고영훈의 돌, 김강용의 시멘트 벽돌, 송윤희의 테이프, 이석주의 담벽, 주태석의 철로, 지석철의 소파쿠션 등. 최근 들어 안성하의 과자그림, 윤병락의 과일, 이정웅의 붓, 등 몇몇 젊은 작가의 인기가 치솟았다.
올 여름 성남아트센터에서 극사실주의 그림 기획전이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안병석의 '바람결' 시리즈는 화면에 스크래치한 흔적이지만 보는 사람은 갈대밭의 일루전(illusion 환영)을 느끼게 한다. 같은 소재를 그렸지만 화가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이다.
 
이 18번은 공모전에서 수상이나 어떤 계기로 소재를 물고 늘어지거나 실험과정에서 나오기도 한다.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지켜보면 변모되고 있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씨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유럽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명하다. 그림 속의 물방울은 흘러내릴 듯 보는 사람들은 진짜같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본다. 이 물방울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 중 하나는 '골부인(骨夫人)'에 얽힌 것이다. 1970년대 경기가 좋던 시절 부동산 투기에 모인 복부인(福夫人)과 상통하는 말로 미술품의 진정한 감상과 가치를 모르는 채 그저 돈이 된다고 믿고 골동품(骨董品)과 그림을 사 모으는 부인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림 가격을 호당 크기로 계산하는 관습에서 내용보다는 물방울의 숫자에 관심을 가졌던 한 골부인은 될 수 있으면 물방울이 많이 그려진 그림을 선호했다나? 이 경우, 화가의 18번이 묘하게 왜곡된 사례라 하겠다. 김창열씨는 현재도 바탕에 한자를 쓰고 이 물방울을 그리고 변모해가고 있다. 화가는 자신의 18번이 좋아서 그리는 것일 게다. 넓은 범주에서의 미술애호가 혹은 감상자 여러분들, 스스로의 시각체험에 있어서도 18번을 가져 보심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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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누아르 Renoir> 5.28-9.13 서울시립미술관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는 관능과 환희의 인상주의 미술의 선구자다. 19세기 후반기 미술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뛰어난 대가들 가운데서 ‘비극적인 주제를 그리지 않은 유일한 화가’로 일컬어지는 르누아르는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라는 예술철학으로 무려 5,000여 점이 넘는 유화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1985년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전시 작품의 질과 양적인 면에서 르누아르 전시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이다. 100여 점에 달하는 르누아르의 작품은 인상파의 보고로 알려진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 워싱턴 국립미술관 등 전 세계 40여 공공미술관과 개인소장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루어졌으며, 전시구성은 8개의 테마로 나뉘어 르누아르 예술의 총체적인 이해가 쉽도록 꾸며진다. 르누아르 예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T.02-1577-8968  www.renoirseoul.com)
 

만화_한국만화 100년전> 6.2-8.23 국립현대미술관
만화_한국만화 100년전은 한국 현대사와 함께 호흡하며 만화로 역사 직접 겪어온 초기 만화가들의 만화부터, 동시대의 정치, 산업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를 거듭하는 현대만화의 다양성까지, 한국만화 100년의 시대적 변모를 살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한국만화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250여명의 작품 1,500여 점과 만화적 감성과 상상력으로 작업하는 현대미술 작품 6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초기의 한국만화를 조망하는 ‘한국만화 100년의 역사 - 한국만화의 흐름’, ‘장르 만화’, ‘크로스오버 – 미술과 만화의 경계 너머’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이루어졌다. (T.02-2188-0638)
 
영국현대미술전 London Calling: Who Gets to Run the World 6.10-7.22 토탈미술관
런던콜링전은 영국미술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영국미술에 있어서 런던의 영향력을 살펴보고 특히, 런던에서 형성되는 영국미술에 대해서 얘기하는 전시이다.
영국미술을 이야기할 때 런던의 미술을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런던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부터 형성 되어진 미술적 환경으로 전세계 작가들과 미술관계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러한 점들은 런던 미술계를 발전시키게 가능했고 영국 미술을 국제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국제도시인 런던에서 형성된 영국의 미술을 소개하기 위해서 참여작가를 영국에서 태어나 자라난 작가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그들이 국제적인 환경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며 영향을 받아 어떻게 작업에 연결시켜왔는가를 보여준다. (T.02-379-3994)
 
- 삶과 꿈 2009.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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