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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lue, 그리움을 담은 김환기의 파란 하늘

김달진

미술산책 / 미술을 가까이 하는 삶은 행복하다-13

Blue, 그리움을 담은 김환기의 파란 하늘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관 관장) www.daljin.com



우리가 말하는 파랑은 한문으로 靑이고 영어로 blue 이다. 파란 물감이나 빛깔은 계절로는 봄이며, 그에 대응한 신수(神獸)는 청룡이다. 음양오행의 우주관을 가졌던 동양은 예로부터 청색을 오행 가운데 목(木)으로써 동쪽을 상징하는 동시에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색, 생명과 신생을 상징하는 색이자 만복을 기원하는 색으로 귀히 여겼다. 우리에게 파란색은 바다와 하늘로 대표된다. 이 파란색은 차가움, 깨끗함, 신선함, 싱싱함, 청결함의 심리적 이미지에 심원, 명상, 냉정, 영원, 성실, 젊음 등을 상징한다. 한편 우울하고 슬픈 날을 blue day 라고도 부른다.



이 파란색이 그림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스페인 태생의 20세기 대표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1900년초 파리로 나오며 초기에 ‘청색시대’가 있었다. 파리 뒷거리 몽마르트르를 무대로 하층 계급의 사람들을 모델로 어렵고 어두운 분위기를 묘사해냈다. 프랑스 니스 태생의 이브 클랭(1928-1962)은 “푸른색이야말로 비물질적인 형이상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무한한 의미를 지닌다”는 신념을 가지고 각별한 집착과 작업으로 연결되어 자신만의 울트라마린블루(IKB)를 천명하는가하면 블루톤의 모노크롬 작업이 활발히 연구되는 등 현대미술의 한 단상으로 자리 잡기도 하였다. 클랭은 파랗게 칠한 벽면, 바닥에 뿌려진 파란 안료, 푸른 물감을 칠한 알몸 여자를 캔버스 위에 뒹글게 해서 나온 해프닝 누드화도 남겼다.



김환기(1913-1974) ‘푸른빛’은 그의 전 예술생애에 걸쳐 연구, 실험된 예술 표현의 결정체였다. 김환기는 한국의 산월과 항아리, 사슴과 같은 자연상과 전통기물 등을 구체적인 모티브로 작업하던 초기시절에서 1964년 뉴욕 이주 후 순수한 색 점으로 작업하던 말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꾸준한 청색주조의 화면을 추구하였다. 자연의 형태를 거부하지 않은 채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요소를 추출, 하나의 점으로 응축하여 그의 화제畵題와 화력畵力을 집중하던 뉴욕시절, 김환기의 청색조는 전면점화로써 절정을 맞는다.
이때 김환기는 블루와 그린을 넘나드는 맑간 옥빛, 청자의 비취색에 가깝던 초기의 푸른색에서 쪽빛의 청색 혹은 심해深海의 청회색으로의 다양한 변화를 이루었다. 원은 그전의 항아리, 달과 등가의 것이고, 직선은 산을 표현하는 점선과 동질의 것이다. 거기에다 색감은 그전에 이룩한 수준 높은 미의 구현 그 자체이다. 이처럼 정리되고 요약된 회화 속에서 한사람의 예술가가 시대에 충실하고 자기에 충실함으로써 도달한 하나의 미의 경지를 제시하였다. 그 속에서 생의 의미와 감각의 희열을 느끼게 되며 거기에 공감대가 있다.



김환기는 1950년대 파리 체류시대를 거쳐 1965년 뉴욕으로 건너가 활동하다 그곳에서 타계한 코스모폴리턴이었다. 외국에서의 세월이 점점 길어질수록 그림들은 점점 더 자신의 더욱 깉은 내면을 이야기 해 주는 것 같다. 선은 마치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수평선처럼 가장 단조로워지고 면은 마치 한국 남해안 섬들처럼 더욱 작고 더욱 외롭게 반짝이고 있다. 그의 색은 철저히 바다 빛깔처럼 파란색의 변화로 변해 버렸다. 우주는 파란색으로 단조롭게 펼쳐져 있고 존재들은 섬들처럼 보석같이 반짝이며 외롭게 외롭게 서로에게 손짓하며 서있다. 그는 그리운 사람들을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하늘의 별빛처럼 빛나는 기호로서 추상화하였다.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 대상을 수상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 많은 사각이 하나같이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 박힌 점이 모두 다른 표정을 지니고 있다. 점 하나 하나로 집약적으로 찍어나가며 그 자신도 결국은 하나의 점으로 귀의하여 빛을 발하고 있다.

이에 환기미술관은 2008년 김환기가 일생을 통해 추구했던 푸른색에 관한 미감이 후대로 이어지는 모습을 조망하는 동시에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당대 작가들의 진지한 조형의식과 제작의지를 재발견하여 예술적 시야를 공감하고 열린 대화를 나누고자 공모기획전을 가졌다. 이 <푸른빛의 울림>전을 통해 12명이 ‘푸른빛’에 관한 당대의 예술 담론과 작업 양상을 살펴보고 김환기의 조형의식과 예술정신을 오늘의 예술세계 속에서 반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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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 6.29-9.17 덕수궁미술관

Fernando Botero(77세)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풍만한 양감을 통해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킴으로써 20세기 유파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여 라틴미술의 거장으로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작품 89점과 야외 조각작품 3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로 인해 그의 화풍은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더욱이 그의 조형관은 중남미 지역의 정치, 사회, 종교적인 문제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경향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5부로 나뉜다. 1부 ‘정물&고전의 해석’은 전통적인 작품에 대하여 연구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보테로식 화면으로 재탄생 시켰고, 2부 ‘라틴의 삶’은 라틴문화를 이루는 배경과 라틴 문화의 보편적 모습을 다루는 작품. 3부 ‘라틴 사람들’은 라틴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서정성 어린 화면으로 담아냈으며, 4부 ‘투우&서커스’는 극적인 요소와 긴장감, 그리고 화려한 조명 뒤 고독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마지막 5부의 ‘야외조각’은 회화와 마찬가지고 과장된 비례의 풍만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작품 3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우리는 보테로의 밝고 유쾌하며 풍만한 요소 속에서 미술의 즐거움을 맛 볼수 있다. 사족으로 현대미술의 어려움에 주눅 들었던 사람은 부담없이, 자신이 비만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은 위안을 삼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시이다.(T.02-2022-0600)


드로잉 조각 : 공중누각전 7.9-8.30 소마미술관

Drawing Sculpture : Build house in the air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으로는 양감과 물성 그리고 공간감을 들 수 있으며, 이 중에서도 핵심적인 개념으로는 양감을 들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의 전통적 개념이면서 핵심적 개념인 양감을 결여한 조각, 가급적 실체감과 물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조각을 통해서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그 범주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물질에 대한 최소한의 흔적만을 견지한 이번 전시 작품들은 부드러운 조각과 공간설치작업으로 압축 해 볼 수 있다.


출품작가는 강영민, 김세일, 장연순, 전강옥, 박선기, 함연주 6명이며 조각가, 공예가이다. 주제는 공중에 떠 있는 신기루, 허무하게 사라지는 가공의 사물 등을 뜻하는 공중누각이다. 일반적 의미는 부정적이지만, 조형적으론 긍정적인 의미와 생산적인 의미로 전유되어 예술의 특수성에 맞춰 자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것이다. 사족으로 소마미술관에는 <슈박스(8월16일까지)>와 드로잉센터에서는 외국작가 두명이 참여한 <나무가 종이를 만나다(8월30일까지)> 전시를 함께 볼수 있다. (T.02-425-1077)



괴물시대 6.24-8.30 서울시립미술관


괴물은 고금을 막론하고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꾸준히 탄생되어 왔다. 괴물로 외화된 ‘불협화음적인 시선 Dissonant Visions’ 을 통하여 관람객들의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미술 경향을 읽어내는 숨겨진 코드 중 하나가 바로 ‘불협화음(Dissonance)’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시대의 ‘괴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괴물은 19세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추하거나 공포스러운 것이라기보다는, 악덕·광기·비이성·위반 등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일탈을 공중 앞에 드러내 보여 경고로 삼아야 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culture)와 기술(art)이 만들어 낸 근대의 지식의 산물인 괴물은 모두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타자로 표상된 존재라는 특성을 지닌다.
현대사회의 재앙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과 더불어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세계 속에서 기존의 합리적 질서와 가치는 혼미를 거듭한다. 현대 미술에서 다양하게 표상되는 괴물의 형상을 통하여 우리들 현대인의 내면 깊이 존재하는 비인간적인 야만성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T.02-2124-8800)

- 월간 삶과 꿈 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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