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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10. 소통의 현대 사회학

정택영

파리팡세 : 10. 소통의 현대 사회학 

 



 

가령, 이성친구나 자녀들과 또는 선후배와의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대가 충분히 그 뜻을 알아듣고 대화 하고 있는지 점검해 봅니다.
“잇걸, 빠링 허우, 취집, 이미지케이션, 초식남, 엣지녀, 그루밍 족, NG족, 오바족, 루비족, 노무족, 오픈 소스 문화 환경 아래서…………”.

당신은 지금 대화에서 쓰이는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고 상대방과 소통하고 있는지 곰곰이 반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된다.”고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에 의해 통제되고 움직이는 사회로 진입했으며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 정보는 소통의 요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녀와의 대화에서 그 세대들이 일상으로 쓰는 현대 용어를 모르고 대화를 하려 한다면 어느 순간 그 자녀는 대화의 마음에 빗장을 잠글 것입니다. 왜냐고요? 소통의 단절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생성되는 것이므로 그것을 인식하고 배워나가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그대는 고립의 섬에 남겨지게 됩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잇걸은 It’s the girl의 속어로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젊은 여성을 칭합니다. 빠링 허우는 80 후後, 즉 중국의 80년대 후반의 세대들을 지칭하며, 취집은 취직과 시집을 더한 말, 이미지케이션은 이미지 업과 커뮤니케이션의 합성어이며, 초식남은 일본에서 유래된 말로 ‘언니 같은 오빠’를 일컫는 것이며, 엣지녀란 다른 사람과 확실히 구분될 만큼 세련되고 멋있거나 비범한 느낌이 나는 여성을, 그루밍족이란 외모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며 자신을 가꾸는 남성을, NG족이란 ‘No Graduation’의 약자로 충분히 졸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음에도 취업이나 진로 등의 문제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을 뜻하며, 오바족이란 회사원과 아르바이트(Office+Arbeit)의 합성어로 투 잡을 가진 현대인을, 루비족은 상쾌함(refresh)과 특별함(uncommon), 아름다움(beauty)과 젊음(young)의 영어 앞글자를 딴 신조어로, 자신의 삶을 가꾸는 데 열성적인 중장년 여성층을 일컫는 말, 노무족 (No More Uncle)은 외모에 큰 관심을 갖고 더 이상 아저씨로 불리길 원치 않는 중장년 남성층을, 오픈 소스 문화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개발자의 저작권리를 지키면서 그 코드를 누구나 열람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이미지로 소통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언어나 글자가 아닌 이미지에 의해 하나의 대상이 기억 속에 사실로 자리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견을 한 사람은 이미 150 여 년 전쯤, “앞으로 다가올 세대들은 실재보다는 상징을, 사물보다는 이미지를, 오리지널보다는 카피를, 존재보다는 외양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한 독일의 철학자 포이엘바흐(Ludwig Feuerbach)였습니다. 과연 그의 예견대로 지금 이 시대는 사물보다는 이미지를 더 믿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 이미지가 실재를 떠나서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삶을 지배하는지를 역설한 사람은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로 이미지가 실재를 반영하고 감추면서 변질시키며 부재를 감추고 관계를 끊으며 시뮬라크르 simulacre를 이룬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현대인들은 이미지를 먹고 살고 사물의 본질보다는 상징을 더 신뢰하며 원작보다는 복제품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도처에 이미지의 범람을 목격하며 복합 미디어에 잘 길들여져 있습니다. 이미지는 사물의 허울이라 말할 수 있으며 어떤 것의 실재를 대신하면서 실재보다 더 그것을 실감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이미지를 쫓으며 탐닉하고 열광합니다. 그들의 초점은 작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모니터와 액정 화면에 맞춰져 공상과 환상을 즐기며 현실과 맞바꾸기도 합니다.
만일 그대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자신의 계발을 위해 노트 한 권을 채울 만큼 메모나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 바로 공책을 준비하시고 검색을 통해 소통을 위한 언어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그것만이 소통의 통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Paris에서~

 

글․그림: 정택영(화가) greatart@hanmail.net
www.jungtak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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