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팡세 : 11. 마술과 상상력의 힘 

삶이 힘겹고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수록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어지길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사 속에 세상을 바꿔보려고 시도한 사람은 무수히 많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려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것임을 그 후에 깨닫게 됩니다.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알게 된 것은 우리가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 뿐이라는 것’이라고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로스트는 고백하고 있습니다.
좌절에 부딪치며 곤경에 처하고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요술지팡이나 마술상자라도 자기 앞에 뚝 떨어지길 바라는 공상을 하게 됩니다.
결혼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행중인 노부부 앞에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묻습니다. 할머니는 지도를 꺼내 보이며 이곳을 다녀오고 싶다고 하니 비행기 티켓 두 장이 무릎 위에 놓여졌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묻자 한 30년 젊은 여자와 살아봤으면 하고 답하자 조금 뒤, 할아버지가 90살로 되었다는 유머를 기억하실 겁니다.
한때 마술을 통해 속이 후련할 정도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책이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마법과 주문을 통해 하늘을 나르는, 바로 헤리 포터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의 생각을 형성하고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데 이것은 눈으로 보는 영화나 비디오 게임보다 글자를 읽을 때 더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그 뿐 아니라 어릴 때 받은 영향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인격을 형성하고 그 이후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릴 때 어떤 내용에 노출되었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헤리 포터 4편이 출간되었을 때, 전 세계의 서점 앞에서 수백만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개시하자마자 책을 사갔다고 합니다. 마술학교 기숙사에 입학한 11살 마술사 헤리 포터는 대대로 마술집안으로 모든 교사들은 마술을 하며, 학생들에게 일대일로 흑암의 요술과 신법을 가르칩니다. 점치는 법, 별자리 보기, 약 제조하기, 주문외우기, 저주하기 등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피를 마실 때 능력을 얻는다는 것과, 귀신과 대화하는 것 등이 모두 악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일상적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요. 이 책은 세계 6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억 5천만 부 이상 판매됨으로써 사상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읽고 자라는 아이들이 마술을 단순히 흥미로운 게임 정도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한마디로 친근한 소재를 사용하여 아이들의 마음에 마법의 신출귀몰하는 힘과 놀라움, 선과 악의 대결에서, 악한 세력을 악으로 분별하지 못하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마법의 공허함일 것입니다. 마법魔法의 魔 자는 음소 마麻와 귀신 귀 鬼자를 합성한 글자로 demon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분명코 마법은 선함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호리는 기괴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중에 돈이 생기기 전에 지금 신은 신발이 맞지 않을 만큼 딸 제시카가 커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정도로 빈곤했던 작가 조앤 롤링은 니콜슨 카페에 나가 글을 씁니다. 8만 단어에 이르는 방대한 원고를 복사할 비용이 없어서 가까스로 구한 구식 타자기로 손수 두 번 타이핑했다는 에피소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지금 그는 포브스지 선정 전세계저명인사 100위에, 세계 최고 부호클럽에 선정이 됐었고 허버드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2009년 프랑스 레종 도뇌르 슈발리에 5등급 훈장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이라고 강연하기도 했습니다.
상상력은 분명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내면에서 성취한 것이 우리 밖의 현실을 바꿀 것’이라고 그리스 철인 플루타크는 이미 언급을 했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상상력의 힘이 바깥 세상과 연결되어 있고 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Paris에서~

글․그림: 정택영(화가) great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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