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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12. 변화를 꿰뚫는 눈

정택영

 

 

파리팡세 : 12. 변화를 꿰뚫는 눈 

 

 

두 부류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유목적 삶을 사는 경우와 정착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삶이 불안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찾은 사람들은 변화 보다는 그것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모든 삶에 안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삶은 움직이는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모든 이들의 삶에는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도구를 바꿔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말합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사용했던 직업적 도구, 지식, 기술, 타고난 재능, 이 모두는 하나의 도구들이며 그 도구는 점차 새롭고 더 진보된 질을 요구 받게 됩니다. 위기crisis와 비평criticism은 같은 어원으로 새로움에 직면하거나 의문에 봉착할 때 가치혼란이 오는 현상이며 이것을 위기의식이라 일컫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대중화 시대 바로 전, 사람들은 거실의 책장에 브리태니커 대영 백과사전 27권을 유리 장 속에 진열해 놓고 뿌듯해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영문판 브리태니커는 많은 지식인들에게 중요한 지식의 보고이기도 했습니다.
브리태니커는 230년 전에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탄생되어 1920년 소유권이 미국으로 넘어간 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백과사전으로 명성을 지켰고 누렸습니다.
자녀교육에 관심을 쏟는 부모들을 공략하여 가공할 액수의 매출을 올리며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기도 했지요. 그런 명성을 지녔던 브리태니커가 1994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한 데에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글로리아가 CD롬으로 백과사전을 내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CD롬의 출현으로 브리태니커는 업계 3위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 출판업계의 뿌리를 뒤흔들 만큼 큰 환경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들은 그러한 변화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경영진은 새로 나온 경쟁사의 CD백과사전이 한갓 슈퍼에서 파는 삼류 백과사전의 내용에다가 무료 오디오와 동영상을 합쳐놓은 저질품 정도로 폄하해 판단했고, 고객은 변함없이 브리태니커의 명성과 품질을 택해 줄 것으로 믿고 있기만 했으므로 이 회사는 그 후, 한 개인 사업자의 손에 아주 헐값에 팔리게 되었습니다.
변화의 바람이란 비단 브리태니커의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던 공룡 같던 브랜드나 회사들이 이슬처럼 사라져 간 것들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위기란 그 동안 다져온 가치관과 전통에 대한 미련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보고 읽지 못함으로써 닥쳐오는 현상일 뿐입니다. 어쩌면 안일함과 변화에 대한 무시로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직업, 새로운 전문가 집단이 눈을 뜨고 나면 매일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곤 하는 요즈음 입니다.
엊그제 에펠탑 앞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12미터를 자유낙하 해 세계 신기록을 세운 타이그 크리스씨는 이 짧은 성취의 순간을 위해 많은 밤을 새면서 2년의 세월을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합니다.
최근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 발표했는데, 그 중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한식 일식 중국식 요리를 혼합시킨데다 프랑스식 조리법을 가미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세간을 놀라게 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장씨의 경우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신세대 사람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변화의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 옵니다. 지금 우리는 이 시대를 읽는 눈을 떠야 할 때입니다.

Pari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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