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파리팡세 : 17. 애플과 앱의 시대에서

정택영

파리팡세 : 17. 애플과 앱의 시대에서 

 



 

Living in the Age of Apple and App...


서울에서의 개인전 초대로 오랜만에 찾은 조국은 실로 빛나는 발전과 변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칠흑의 밤을 밝히는 오색영롱한 디지털 광고판 조명들, 세련된 서체들로 잘 정리된 간판들과 인테리어 장식들, 역동적인 발걸음, 방금 사 입은듯한 깨끗하고 정갈한 패션,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세련되게 디자인된 고급승용차들, 이러한 것들이 듣기만 하던 ‘디자인서울’이란 슬로건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양지 뒤에 드리운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청결을 표방하며 없앤 행정가들의 발상으로 실종된 거리의 쓰레기통, 속도와 환경에 걸맞지 않은 지하철 스피커에서 흐르는 전통악기연주 시그널, 찾아보기 힘든 오랜 세월의 이끼 낀 전통건축물들, 그리고 잃어버린 향수 어린 풋풋한 정감들, 무엇보다 이색적인 정경은 도처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떨군 채 아이패드에 파묻혀 서있거나 걷거나 앉아있는 모습을 볼 때였습니다. 
오랜 지인들 소식이 그리워 핸드폰에 내장된 번호목록을 찾아가며 연결을 시도했을 때, 적잖은 이들이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번호를 삭제하는데 주저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건 마치 수년 전 이세상을 떠나신 부친께 늘 용돈을 부쳐드리기 위해 낡은 수첩에 적어놓았던 계좌번호를 지우지 못했던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땅엔 존재하지 않는 이가 사이버 세상에서 살아있음을 깨닫게 될 때, 그것은 하나의 아이러니였습니다. 우리는 결국 두 세상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애플 회사는 전 지구촌 시민들을 하나의 네트에 연동시켰고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앱으로 사람들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음을 봅니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크게 이슈화 되면서 불거진 ‘직업 구하기’는 잡스 Jobs의 성과 묘한 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잡스는 입양아로 자라났고 사과농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으며, 중고컴퓨터를 수집해 PC회로 기판을 납땜을 할 정도로 실무 경험에 밝았습니다. 스텐포드대학 졸업식장에서 외친 그의 말은 이제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 끊임없이 배움을 갈망하고, 우직하게 걸어가라’는 충언일 것입니다.


전시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와 거리의 사람들과 퐁피두 센터 2층 도서관과 파리 1대학 도서관에 파묻힌 대학생들을 바라봅니다. 이들 표정에서 급히 서두르거나 이글거리는 능력 이상의 갈망을 발견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로뎅이 말했던 것처럼, ‘느리고 천천히 떨어져 바위를 뚫는 물방울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한 그 의연한 모습들로 차분하기만 한 파리의 거리를 거닐어 봅니다.


파리시내 남쪽에 위치한 시테 국제유학생 기숙사단지에 전 세계에서 온 2만 여명의 대학생들과 마주칩니다. 각 나라들은 기부에 의해 지어진 기숙사관에서 경제적인 큰 부담 없이 자신의 전공공부에만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봅니다. 각양각색의 대학생들은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자신의 나라 풍물과 전통문화를 소개하며 축제의 날을 맞이해 민간외교로의 교류를 하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아직 한국유학생기숙사관은 여기에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부문화가 정착이 안된 이유나, 소유권에 대한 문제들, 아니면 불어권에 대한 소홀한 판단과 그에 따른 정책의 일환으로 파리한국유학생기숙사관은 방기되어왔거나 무관심으로 잊혀진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비록 등록금이 비싸 다니다 중퇴를 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다닌 리드 대학에서 수강한 타이포그래피, 서체 디자인 과목이 밑바탕이 되어 그의 애플 컴퓨터 개발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미래를 열어갈 대학생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기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똑똑히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임을 말입니다. 


【정택영(화가/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Paris에서~

 

www.jungtakyoung.com

www.facebook.com/takyoungjung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