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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19. 변화의 허실

정택영

파리팡세 : 19. 변화의 허실 

 



 

현대 사회의 특징을 굳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속도, 다양성, 네트워크, 융합 등으로 규정지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경쟁일 것입니다. 그것도 현대사회는 무한경쟁 즉, 캐터필러(caterpillar, 다리가 여럿 달린 곤충을 빗대 생긴 무한궤도)의 시대임을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가 모든 영역에서 경계가 무너진 글로벌 시대로의 진입에서 비롯된 현상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지구촌은 저렴해진 통신비용과 로지스틱스 시스템의 발달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에 힘입어 전 세계 어디서나 거의 비슷하게 동질화 되어 있고, 사람들의 취향도 거의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테크놀로지의 발달으로 누구나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대의 생활환경으로 눈은 높아져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만 가고 삶은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구 저 켠, 한국의 발전상은 이제 지구촌의 보편적인 화제거리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한류와 더불어 유럽과 미국 젊은이들 사이를 몰아붙인 한류바람은 이제 한국이 동양의 어느 구석에 붙어있는지 조차 잘 모르던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며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는지 골똘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대학 강의와 디자인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는 스티브 얼라드는 ‘너무 빠른 변화는 문제’가 있다는 진단과 조언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서울시의 한 재건축지구에서 시위가 지속되는 속에서 공격적인 건설사가 움직이자 평온했던 서민 거주지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서울의 빨리빨리 문화가 서울을 망친다며, 마치 자신의 장점을 억지로 버리려는 도시처럼 비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어딜 가나 똑 같은 유리로 뒤덮인 빌딩이 넘실대는 도시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전통 가옥이 늘어선 지역에서는 마치 화석 단층을 보듯이 그 시대의 특징과 양식을 지닌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력적인데 이런 장점을 지나치게 빠르게 없애려 한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첨단이라는 것과 뉴 트랜드가 언제나 좋은 것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전통이란 단어 tradition의 어원은 라틴어traditionem로 명사 tradition 에서 왔으며 이는 delivery, surrender, a handing down 배달, 인도, 전수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trans 'over' + dare 'to give” 즉, 다음 세대로 물려준다는 두 말의 합성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현대란 의미의 modern 말은 라틴어 modo에서 유래된 것으로 바로 지금'just now”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실패를 통해 얻은 소중한 자료와 기술을 후대에게 건내 준다는 전통과 바로 지금이란 의미의 현대가 서로 어우러질 때, 모든 문명과 문화 예술은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발할 것이며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입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파리 시내 뒤켠의 고색창연한 건축물 사이를 지나며 생각에 잠겨봅니다. 왜 이들은 새로운 첨단 공법의 현대건축물을 높다랗게 쌓아 올리면서도 몇 백 년이나 되어 구석에 건물부스러기가 쌓여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가 말입니다. 그 속에서 화석의 선명한 켜처럼 지나간 풍상의 흔적을 발견하며 선조들의 정신과 혼을 이어받기 위함일 것입니다.
낙엽을 밟으며, 전통 없이 예술이란 목자 없는 양떼일 뿐이며, 혁신 없이는 다만 죽은 시체일 뿐이라고 한 윈스턴 처칠의 말을 되새겨 보곤 합니다.

정택영/화가,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Pari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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