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파리팡세 : 21. 동이불화同而不和 하는 사람들

정택영

파리팡세 : 21. 동이불화同而不和 하는 사람들 

 



 

불과 반 백 년 사이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 원조를 하게 된 급성장한 나라로, 세계 경제 10대 대국으로 발전한 모범이 되는 나라로 자주 소개되는 자랑스런 나라-바로 한국입니다.
주지하듯이,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경제협력개발기구)는 개방된 시장경제와 다원적 민주주의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 간 경제사회 정책협의체로 이 기구에 가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문화적 수준의 뒷받침이 없이는 OECD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따라서 한국이 여러 면에서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이제 세계 지구촌 곳곳에 정착해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한인타운을 형성하여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잘사는 사람들로 비춰진 것이 사실입니다. 문화와 스포츠에서, 자동차와 서비스 마케팅에서, 첨단 과학과 디지털분야에서 이제 한국의 브랜드는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기만 한 조국의 발전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해외 이민사회의 모습을 보면 화합하는 분위기 보다는 분열의 모습으로 양분되어 이전투구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어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합니다. 한국인이 정착해 일군 한인사회에서 대표단체장 선거나 공공기관의 건립 등의 사안을 놓고도 동포사회는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양분되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이미지를 드러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왜 한국인들은 공동 사안을 놓고 화합을 하지 못하고 분열하는가를 놓고 깊이 생각해 봅니다.
그 연원을 파헤쳐보면 여러 요인이 상존하지만 무엇보다, 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간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평준화 교육이란 이름으로 대학 진학의 합격여부를 평가하고 대학의 서열화로 직장에 입사할 때 불이익을 당하는 논리가 지속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편가르기와 양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문벌 門閥’, 학벌學閥 간의 파벌派閥로 양분되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지만, 동이불화同而不和란 서로 같은 듯 무리 지어 다니지만 어울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논어에 이른 말입니다. 군자는 화합하면서도 부화뇌동하지 않지만, 소인은 부화뇌동할 뿐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화和와 동同을 논어에서 엄밀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즉, 화는 각자가 지닌 자기만의 특성을 다른 이와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동은 각자가 갖고 있는 특성을 지닌 채 다른 이와 융합하지 않고 같은 척 꾸미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화이부동은 삶 속에서 도리에 맞으면 서로 화합하고, 도리에 맞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며, 동이불화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각자의 이익이나 기호가 같을 동안에만 어울릴 뿐이고, 이해가 달라질 경우 언제든지 부화뇌동한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한국인의 심성 그 근저에는 동이불화 속성이 깊이 내재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러한 심성은 정책과 집단 행동의 성향으로 인해 자리잡게 되는데, 법과 규율로 행동을 제한하는 경우와 개방된 사회 규범과 모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회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한 쪽은 규정한 사람의 기준대로 움직여야만 하는데, 이 경우 무언가 할 수 있는 범위는 규정한 사람의 능력 내에 있고 우연성을 기대할 수 없는 통제가 기본이 되는 사회가 되어 버립니다. 이런 사회에서 새로운 생각이나 창의성은 일탈이 되기 때문에 사회는 천천히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반면 몇 가지를 제외하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사회는 예측은 불가능 하나 어떤 방향으로든 빠르게 움직이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전자의 사회현상으로 길들여져 있던 탓에 규정에 의한 사고와 행동의 통제로 사고와 창의력이 굳어있는 것입니다.
창발성(Emergence)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결합이 복잡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을 의미입니다. 인간의 뇌를 예로 들면 하나의 뉴런은 인식능력이 없지만 수십억 개의 뉴런이 결합하게 되면 자기 인식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창발성은 명령을 내리는 조정자 없이 각 부분의 의사소통으로 자기 조직화를 이루게 되고 이러한 밑으로부터의 힘은 예기치 못한 기능을 발현하는 힘을 말하는 것입니다. 창발성이란 수많은 개별 행위자들이 어떤 지도자의 계획이나 명령 없이 국지적인 법칙에 따라 상호작용함으로써 시간이 갈수록 영리해지고 변화하는 환경의 구체적 요구에 대응해 스스로 질서를 찾아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집단 지성과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을 것입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할 수 있고 창발성(emergence) 이론은 이 명제로 집약 됩니다. 그동안 우리는 전체를 더 작은 부분으로 쪼개가면서 분석한 뒤 그 결과를 종합해 전체 구조를 파악해왔습니다. 예컨데, 개체는 집을 지을 능력이 안 되지만 집합체는 이를 훌륭히 수행하는 흰개미 집단과 같은 현상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창발성은 구성 요소들이 개별적으로 갖지 못한 특성이나 행동이 이들을 모아 놓은 전체 구조에서는 자발적으로 갑작스레 출연하는 현상을 이르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모두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하는 상호 연결된 다수의 요소들을 동시에 취급해야 하는 '조직적 복합계'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며 이미 널리 알려진 로렌츠의 나비효과, 만델브로의 프랙탈 이론, 프리고진의 카오스 이론 등이 모두 조직적 복잡계 연구 영역에 속하는 문제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지구촌 환경은 인터넷 통신수단의 첨예한 발달로 월드와이드웹이라는 거대한 미로를 통해 수억 명의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있어 새로운 형태의 창발이 일어날 조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트윗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들이 자기조직화 시스템의 특징인 상호피드백, 이웃과의 상호작용, 패턴인식 등의 작용이 일어나면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전혀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껏 효율적이라고 믿고 있던 하향식(top-down) 사고에서 벗어나, 상향식(bottom-up)으로도 집단지성의 힘이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이 발생할 때만 모이고 함께하려는 극히 소극적이고 작은 생각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이고도 커다란 공동체 인식에서 비롯된 큰 마음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가 절실한 때임을 이 계절의 끝에 서서 쌓여가는 낙엽을 밟으며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정택영/화가,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Paris에서~

 

www.jungtakyoung.com

www.facebook.com/takyoungjung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