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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24. 우리 삶 속의 화살과 방패

정택영

파리팡세 : 24. 우리 삶 속의 화살과 방패 

 



 

현존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위한 직업을 갖고 있게 마련이며, 현대사회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직업 군들이 있습니다. 이 직업들은 이미 멸종된 직업들이 많으며 새로운 신종 직업들 또한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천 여 년 전쯤 화살과 방패를 만드는 직업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矢人豈不仁於函人哉 시인기불인함인재(화살을 만드는 사람이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矢人惟恐不傷人(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函人惟恐傷人(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이 상할까 걱정한다)
故術不可不愼也(그렇기 때문에 예술 또는 기술을 가진 자들은 신중히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맹자는 그의 공손축편 公孫丑篇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직업의 두 속성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그 제조한 결과물에 의해 사람을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직업과 사람이 상할까 걱정하는 부류들이 그것입니다. 무기, 화약, 폭발물 마약, 음란사이트 등 제작자들이 그 전자의 것이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온갖 생산품과 문명의 이기들을 제조해 내는 일이 그 후자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언급한 것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기술을 가진 자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술과 예술은 어떤 관계 속에서 발전되어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술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ē), 라틴어 아르스(ars), 영어 아트(art), 독일어 쿤스트(Kunst), 프랑스어 아르(art) 등도 일반적으로 일정한 과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숙련된 능력 또는 활동으로서의 ‘기술’을 의미하였던 말로서, 오늘날 미적(美的) 의미에서의 예술이라는 뜻과 함께 ‘수공(手工)’ 또는 ‘효용적 기술’의 의미를 포괄한 말이었으며, 이러한 기술로서의 예술의 의미가 예술활동의 특수성 때문에 미적 의미로 한정되어 기술일반과 예술을 구별해서 ‘미적 기술(fine art)’이라는 뜻을 지니게 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예술이라는 의미가 기술과 구별되었던 것은 대략 3백 여 년 전부터의 일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공산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테크닉이란 의미로서의 기술과는 달리 인간 삶의 질을 높여주고 정신세계를 고양시키는 특수한 분야의 활동을 예술이라고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독특한 개성과 창의성을 통해 창조정신을 발현해오며 자신의 지적 활동을 전개해 오는 자들입니다. 이들의 창작활동과 그 결과물들은 대중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기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빈치나 피카소 샤갈 등 회화 작가들뿐만 아니라 건축과 조각, 영화예술, 사진, 비디오영상, 오페라, 무대예술, 성악과 기악, 번역과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어왔습니다. 예술이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당대의 사회를 이루는 모든 분야 속에서 과학과 철학과 함께 예술이 늘 어깨를 함께하며 상호 영향을 교류하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예술은 모든 창의력을 기르는 단초가 되기도 하며 현대사회에서의 예술이란 더없이 중요한 컨텐츠 개발의 발상 근원지로 여기고 있습니다. 20세기에 필적할 과학적 성과를 이루었던 아인슈타인 박사도 상상력이란 지식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즉, 이론 중심의 사고에서 상상의 힘으로 그 중심축이 이동되는 사회의 한 현상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가고 역사는 쓰여지며, 그 역사 속에 예술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숨쉬고 있음을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프랑스 사회에 적을 두고 작품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들로 장르간의 협업과 새로운 공연, 연출을 통해 풍성한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분명, 예술작품들은 대중과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신선한 충격과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며 삶에 새로운 자양분을 부어줄 것입니다. 우리네 삶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예술과의 만남은 한층 우리의 정신세계를 고양시켜줄 것입니다.
‘발견을 향한 실재 항해는 새로운 풍경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막셀 프로스트는 말합니다. 새로운 눈을 갖는 다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눈이란 영혼으로 향하는 관문입니다. 이번 첫 재불예술인의 축제로 14일부터 16일까지 주불문화원에서 펼쳐질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과의 만남을 이루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예술가의 역할이란 마치 연인과 같아서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그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미국의 문학가 제임스 발드윈의 말을 상기해 보면서 말입니다.

【정택영/화가,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Pari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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