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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30. 승자와 패자에 대한 단상

정택영


파리팡세 : 30. 승자와 패자에 대한 단상
 
파리의 연말은 빛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해의 마지막 달을 맞기 위해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봅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는 모습들입니다.
행복을 꿈꾸는 자는 반드시 행복할 자격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이 필수요건은 아니지만,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누구든 경제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운 이는 없을 것입니다.
파리는 이맘 때가 되면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세일 기간으로 보통 1월 둘째주 수요일부터 겨울 세일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대책으로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파리관광청은 이번 겨울 세일을 예년보다 1개월 가량 앞당긴 12월1일부터 시작해, 내년 2월말까지 한달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는 소식과 함께, 센강 유람선사들도 각종 특별행사를 벌이고 전통의 리도쇼도 할인을 내걸었다는 소식입니다..
내년 1월 중순에는 파리 시내 박물관들을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 패스도 할인되고, 글로벌 경제 위기와 한파로 매일 타전되는 소식들은 긴축재정과 허리띠를 졸라 맨다는 소식들로 가득 찹니다.
12월의 크리스마스를 맞기 위해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가수 찰리 윈스턴의 점등식으로 이제 빛의 축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찬란한 빛으로 수놓은 파리의 밤거리는 아름답고 풍요롭게 보이지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은 아니며, 평등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거리의 뒤켠에 웅크리고 차거운 밤공기를 몸으로 맞아가며 긴 밤을 지새는 홈리스들이 듬성듬성 보입니다.
잘 살아보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그것이 또한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궁극적 목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서로 자신의 소유를 불리기 위해 인심이 사나워지기 시작합니다.
점점 경쟁은 심화되어 가고, 사람들의 마음은 마른 갈대 잎처럼 서걱거리기만 합니다.
이제 사회는 무한 경쟁사회로 치닫고 부의 축적이 한 국가의 브랜드 가치로 매겨지며, 그것이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말해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지구촌은 첨단 기술력으로 부의 승패가 갈라지며 국가든 사회든 첨단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해 치열한 인재 스카웃 전쟁이 벌어지고,
정보문화 사회가 경쟁력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예술도 경쟁의 글로벌 구도에서 예외가 아닌 현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봅니다.
문화와 예술, 기술과 테크놀로지,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정서를 고양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신자본주의 시대가 낳은 이러한 경쟁사회는 정신적 문화활동과 창의력조차도 재화를 창출하는 도구로 전락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가 그리 쉽지많은 않습니다.
문화전쟁이 낳은 것은 역시 마음의 강퍅함일 것입니다. 모두가 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로 팽배해 갑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강한 것만이 승자가 아닌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 안에 두개의 강자와 약자가 살고 있습니다. 치아와 혀- 바로 그것입니다.
종종 음식물을 씹다가 치아가 혀를 깨물기도 합니다. 언제나 강자는 치아인 듯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치아는 점점 허물어져 가고 마침내 몇 개의 치아만 남습니다. 늘 약자처럼 보였던 혀는 세월이 가도 그 형태와 기능을 그대로온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강퍅한 것을 이기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노자는 그의 도덕경에서 유지승강柔之勝剛, 약지승강弱之勝强이라 적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승자가 늘 이기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승자란 실수했을 때 자신의 잘못이라고 시인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자이지만, 패자란 실수했을 때 남에게 탓을 돌립니다. 너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승자는 아랫사람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에게도 사과할 인격이 갖춰져 있지만, 패자는 자기보다 약하고 못한 사람에게도 고개를 숙일 줄 모릅니다.
승자는 경쟁에서 저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패자는 이기고도 은근히 염려 합니다.
승자는 과정을 위해 살고, 패자는 결과를 위해 삽니다.
참으로 승자라 함은 큰 마음을 지닌 자로 '자신의 탓'이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는 용기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지체 없이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임을 바삭거리는 거리의 낙엽을 보며 생각에 잠겨보는 것입니다.
www.jungtakyoung.com
greatart@hanmail.net

<정택영 (화가,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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