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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성 : 보는 것과 듣는 것, 아름다운 것

정택영


우리의 일상이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보고 듣고 냄새를 맡으며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무엇을 본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인식되는 일입니다. 우선 볼 눈이 있어야 하며, 빛이 있어야 하며, 볼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물의 대상을 본다는 것은 다만 겉껍데기를 보는 것에 불과 합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본다는 것은 눈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아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음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눈은 보고 있어도 그 사물의 실체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보다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한 욕망을 그치지 않았고 그 욕망은 우주를 비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었고 몇 달 후 티토프가 하루 동안 지구 궤도를 비행했으며 1년 후 미국의 존 글렌이 지구 궤도를 돌았고 인류 최초로 암스트롱은 달에 착륙해 신비에 찬 비경을 보고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그들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았고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우주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지구에서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 그 이상을 볼 수 있거나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딛고 사는 이 지구 상에 모든 아름다움이 다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아름다움을 보고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 나가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음에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고 향유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것이 현대인들을 고독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치우쳐 보아야 믿고 만져야 믿는 습성으로 잘 길들여져 있습니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는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사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는 것에 무게를 두고 사는 삶은 남들의 시선이 매우 중요합니다. 겉치레가 많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겉치레로 판단하게 됩니다.듣는 것도 모두 다 진실은 아닐 것입니다. 들을 수 있는 것은 말, 음악, 새들의 지저귐 동물의 울음소리, 등일 것입니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주어 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해석이나 비교나 편견 없이 개입시키지 않고 그냥 듣는 것이며 그럴 때 듣기는 관념의 틀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듣고 보는 행위는 이해하기 위한 것이며 이해를 통해 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인식의 근간이 되는 것은 오감에 의존하며 언제나 시공의 제약 속에 있어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감에 육감과 영감이 또한 동원되어 이해와 상상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와 영상예술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교묘히 합치시킨 아주 훌륭한 미디어이자 텍스트일 것입니다. 조형예술과 문학, 시낭송과 마임, 중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의 앙상블 등을 통해 마음과 영혼에 쌓인 녹과 먼지를 털어낼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미쳐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아름다움의 순간들을 자신의 것으로 가슴에 가득 담아 삶의 풍요를 느끼시기를 빌어봅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많은 세계가 기억의 저 너머에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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