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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성 : 새로움의 의미 What does it mean for

정택영


새로움을 향한 소망을 가슴에 품고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사자성어로 임진 새해를 맞았습니다. 이 맘 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송구영신이나,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신년사를 하기 마련입니다. 지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한다는 송구영신은 이제 그 진정한 뜻을 모르면서도 너무 자연스레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寒燈耿耿漏遲遲(한등경경루지지), 送舊迎新了不欺.(송구영신료불기)'찬 겨울 밤 등불은 깜빡이고 물시계의 시간은 더디 가건만, 옛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은 맞는 일은 속임(어김)이 없구나.'라고 당(唐)나라 말기로부터 송(宋)나라 초기에 걸쳐 살았던 대학자이자 시인인 '서현(徐鉉)'의 詩句(시구)에서 나온 말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화 속에 현대인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분주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이미지를 먹고 사는 시대입니다. 150여 년 전쯤 독일의 철학자 포이엘바흐는 이미 그가 살았던 시대에 21세기에는 '사람들이 사물보다는 이미지를, 실제보다는 상징을, 오리지널보다는 복제를, 존재보다는 외양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의 미래예측은 정확했습니다. 오늘날의 삶은 순간의 판단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때입니다.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대입니다. 언어보다는 문자로 이미지를 설명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액정모니터 속에 한정된 텍스트를 입력해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 일상화 되다 보니 언어구사력도 문장력도 서정성이나 미사여구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언어나 서술적인 묘사가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으로 몸값이 매겨지고 브랜드 가치를 사고파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브랜딩 해야 돈이 되고 재화가 되어 남보다 더 잘 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창조성이 중시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개발된 콘텐츠가 재화로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새로움에 대하여 헤겔은 시간적 현상으로서의 새로움은 현재, 즉 여기 지금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질 들뢰즈는 '의미의 논리 시간성이란 방식을 아이온과 크로노스라는 두 가지 시간들의 역설적인 관계에서 혁신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새로움'에 대하여 깊이 생각을 해보고자 합니다. 새로울 신(新)자는 新은 석析이 의미부이고 辛(매울 신)이 소리부로 이루어진 그림글자입니다. 析은 갑골문에서 도끼(斤 . 근)로 나무(木 . 목)를 쪼개는 모습을 그렸고, 이로부터 分析(분석)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新은 땔감이 원래 뜻이지만 이후 '새롭다'는 뜻이 생기자 땔감을 나타낼 때에는 薪으로 분화하게 됩니다. 新이 새롭다는 뜻을 가진 것은 나무(木)는 공구(斤)로 加工(가공)을 하게 되면 다양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 인간에게 유용한 쓰임새로 재탄생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그림글자 속에서 새롭다는 의미는 도끼로 나무를 쪼개듯이, 겉껍질을 벗겨내면 하얀 속살이 나오는 나무의 모습처럼, 겉 모양을 벗겨내고 그 내면에 고여있는 진실을 꺼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나무에 생채기를 내면 그곳에서 새롭게 새순이 돋는다(립立)는 의미를 그린 그림글자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은 속내를 드러내기 보다는 겉모습을 더 숭상하고 있으며 겉으로 판단한 것들로 모든 가치를 매기고 그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새롭게 한다는 것은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라 속마음, 즉 내면의 진실을 끄집어 내어 다듬는 일을 의미하는 것임을 깨달아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 마음에 시기심(猜忌心)이 있어서 남의 좋은 점을 밝혀서 칭찬하기보다 질투(嫉妬)하고 험담(險談)하기를 즐기는 속성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이 더 자주 눈에 뜨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칭찬에 인색(吝嗇)했으면 TV에 '칭찬합시다'라는 프로가 생겨났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猜忌(시기)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나 능력 따위를 샘내고 미워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猜는 본디 疑懼(의구), 곧 의심하고 두려워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忌도 같은 뜻이지만 시猜보다 정도가 심한 것을 가리킵니다. 시猜는 나중에 推測(추측), 곧 미뤄 짐작한다는 뜻이 새로 생기게 됩니다.시기猜忌는 질투嫉妒와 주로 나란히 쓰입니다. 질투嫉妒도 시기猜忌와 비슷하지만 다른 말로 嫉(시기할 질)은 몹시 미워한다는 뜻인데 본디 그저 疾(병 질)이라고만 썼지만, 疾病(질병)을 싫어하는 마음에서 갈라져 나온 탓에 疾에는 싫어하거나 미워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달리 妬(강샘할 투)라고도 쓰는 妬(강샘할 투) 때문에 猜忌와 嫉妒의 뜻이 비슷하면서 다른 것입니다. 강샘은 夫婦(부부)나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다른 사람을 좋아할 경우 생기는 감정을 가리키는 말로 媢嫉(모질)이나 妬忌(투기)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상(中傷)을 받기도 합니다.


장두노미(藏頭露尾)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속으로 감추면서 들통 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빗대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남의 말에 귀 기울여주기보다는 헐뜯기를 즐기며 구차한 변명과 핑계와 구실을 찾습니다. 이런 마음으로는 새롭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해를 잘 시작하기 위해 덕담을 해주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입니다. ''송무백열(松茂栢悅)' -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즉, 남이 잘되기를 바라고, 칭찬을 많이 하는 덕(德)을 기르도록 힘쓰면 모두가 윈-윈 하는 상생의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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