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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성 : 현대인과 행복론- 1 Moderns eudemonics in these days-1

정택영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본질적으로 행복해지고자 하는 소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인간의 모든 노력은 어쩌면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행위들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성공하기를 원하고 잘 입고 잘 살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좀 더 멋있고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노력이 문화를 꽃피우고 패션을 발전시켜온 것입니다. 


파리는 패션의 도시라고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색적인 패션의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관심을 갖고 보면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모피코트를 치렁치렁 걸치고 나온 여인들이 그리 흔치 않다는 사실입니다. 동물보호협회 단체들의 반대운동과 사회여론의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여 생긴 결과라는 생각도 듭니다. 방한용품이나 사치품을 만들기 위해 한 해에 4천만 마리의 밍크와 다른 동물 수백만 마리가 죽어가며 밍크의 털이나 가죽이 비싸기 때문에 인공사육이 되고 있는 곳이 6천여 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밍크는 좁디 좁은 공간에서 자라 코트로 만들어지기 위해 실신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진다고 합니다. 이유는 죽은 상태에서는 가죽이 덜 부드럽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코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70여 마리의 밍크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좌절하며 인간의 욕망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사람은 개를 칭찬하게 된다고 한 철학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이 발명되어 나오는 현대사회의 삶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선뜻 답을 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의 삶은 늘 불안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불안의 요인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돈이라는 문제가 걸려 있음을 엿보게 됩니다. 모두가 돈 때문이라는 이유와 변명과 당위성을 주장합니다. 위에 언급한 모피코트도 결국은 고가품으로 큰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현대인이 불행감에 시달리는 것은 그의 삶의 방식, 가치관, 태도에 의해 좌우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남들의 눈에 잘 보이고자 꾸미며 그러다가 안되면 저주하고 등을 돌리는 모습들을 봅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입니다. 우리의 행복이 우리 스스로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남들의 시선에 달려 있기에 불행한 것입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한 그대는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으며,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그 때 비로소 세상의 물결은 그대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영혼은 마침내 평화를 찾는다'고 헤르만 헤세는 읊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감을 가로막는 또 다른 것에는 불안이 있습니다. 좋은 자동차를 구입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구입 후 얼마 뒤면 인간의 소유욕은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나는 우매한 인간의 불안이며 자본주의는 더욱 더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여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부적 평가에 따라 속물근성을 드러내고 가볍기도 하며 연약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사랑의 결핍이 불안을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와 부와 권력을 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것입니다. 속물은 독립적인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데다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하게 됩니다. 남의 의견을 갈망하는 심리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것이 곧 오만인데 그 뒤에는 공포가 숨어 있습니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줄어들수록 더 낫게 살 수 있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하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 박사는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불행을 멈출 수는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파는 곳은 분명 없습니다. 또한 불행을 멈출 수 있다 해도 그 불행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아무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불안의 원천인 것입니다. 좋은 직업을 가지려는 것, 사회적인 지위에 대한 욕망, 성공을 추구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들 입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불행한 것입니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요구로 재어진 성공을 좇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의 길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다는 논어 학이편에서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인정하는 자부심을 가져야만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하면 대개는 화를 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바보' 라는 영어의 silly의 어원은 고대 영어 selig에서 왔으며 이 말의 뜻은 'to be blessed, happy, healthy and prosperous' 즉, 축복 받고,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공한' 이란 뜻입니다. 

결국, 행복이란 바보같이 우직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며 즐기며, 자부심을 갖고 오늘을 기쁘게 살아가는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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