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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성 : 말의 힘- 2 The Power of Words

정택영


-말은 곧 행동의 다른 얼굴이다-

사람의 행동은 세가지 모습으로 남에게 비쳐지게 됩니다.

잠자는 모습, 깨어 행동하는 모습, 그리고 말하는 모습이 그것입니다.

그의 행동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은 그의 성품과 개성을 알게 됩니다.

행동하는 모습은 곧 말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손한 태도는 겸손한 말을 하는 것과 같으며, 거친 행동은 거친 말을 내뱉는 것과 같은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말이란 곧 행동의 거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폴란드 문학의 아버지 J. 레이는 '말은 마음의 초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마음 먹은 대로 말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입니다. 침묵으로 하는 행동도 말하는 행동 이상으로 그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말은 곧 행동의 또다른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호모 로퀜스'란 사람이 언어적 동물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고귀한 까닭은 우주 속의 삼라만상 중에 유일하게 언어와 말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어행동의 메커니즘은 마음에서 태어나 뇌에 전달된 명령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언어를 위한 뇌의 활동은 두 가지 영역에서 이루어지는데,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의 이해를, 브로카 영역은 언어의 발화를 담당합니다. 

인격이 성숙된 소양의 사람은 이 두 부분이 전두엽과 유기적으로 교류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본능, 감정의 뇌인 가장자리계의 지배를 받기 쉽습니다. 쉽게 화를 내는 경우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감정처리가 잘 안되는 경우입니다. 

대개의 경우, 한 입에서 다양한 말과 상반된 말들이 생산됩니다.

부정적인 말, 모호한 말, 중언부언 반복하는 말, 말과 행동이 다른 이율배반적인 말, 남을 비하하는 말, 쓴 말, 충고의 말, 교묘한 말, 달콤하나 본질을 벗어나는 감언이설,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말들이 숲 속의 초목처럼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 인간세상의 모습일 것입니다. 


남을 칭찬하고 남을 세워주며, 용기를 주고 아름다운 말을 하는 사람, 품위 있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서 고귀한 인격을 봅니다.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와 달리,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사람, 남을 비난하는 사람, 자신의 뜻을 강력하게 내세우며 공격적인 언어를 생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은 많아도 안되고 너무 하지 않아도 의사전달이 어렵게 됩니다.

중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일진대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채근담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아는 사람은 말이 없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지자불언 언자부지)라고 노자 老子는 설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은 상대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말 하는 사람이 있고 듣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잘 들어주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잘 듣지 않는 사람에게 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마이동풍 馬耳東風 이라 말합니다. 말의 귀에 동풍이 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 흘려버리고 잘 듣지 않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는 상호교감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동화되지 않으며 거리가 좁혀질 수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가고 결국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대화의 맥이 끊기게 되는 것입니다.

열등감이 마음 한 가운데 자리잡은 사람은 말을 쉽게 하고 남의 말을 즐기며 쉽게 비판하고 욕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정신분석학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의 무의식에 깔린 열등한 부분을 남에게 투사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채근담에는 말에 대하여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口乃心之門 (구내심지문) 입은 곧 마음의 문이니, 

守口不密 (수구불밀) 입을 엄밀히 지키지 못하면, 

洩盡眞機 (설진진기) 진정한 비밀이 다 새어나가고 말리라. 

意乃心之足 (의내심지족) 뜻은 곧 마음의 발이니, 

防意不嚴 (방의불엄) 뜻을 엄밀히 막지 못하면, 

走盡邪蹊 (주진사혜) 모두 사악한 길로 달려가고 말리라고 말입니다. 


마음의 문이 열려야 서로의 교감으로 가까워지고 사랑을 할 수 있는데, 그 첫 문이 바로 입이며, 그 입으로 말을 해야 소통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남에게 한 손가락으로 힐난 할 때, 세손가락은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옷감은 염색에서, 술은 냄새에서, 꽃은 향에서, 사람은 말투에서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독일 속담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질병은 입을 좇아 들어가고, 화근은 입을 좇아 나온다고 태평어람 太平御覽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아름다운 말, 즐거운 말, 남을 칭찬하는 말을 함으로써 품격을 높이고 고매한 성품을 쌓아가면 우리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삼사일언(三思一言), 즉 세 번 생각한 후 한마디를 말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입에서 태어난 어려운 곤경도 능히 피해갈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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