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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37. 나무와 사람, 그리고 파캉스 소고

정택영



나무와 사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월화수목금토일 月火水木金土日 달, 불, 물, 나무, 쇠, 흙 그리고 태양.........

이 중에 인간과 가장 친화적인 우주적 존재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나무일 것이다.


'휴식을 취한다'는 '쉴 휴 休 자'를 파자해 보면 <사람 인人 변>에 <나무 木>자가 합해져서 이루어진 글자임을 미루어, '사람이 나무 곁에서 쉬어가는 모습'의 그림을 글자로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무 목 木'은 줄기를 중심으로 잘 뻗은 가지와 뿌리를 그린 그림이며, 林(수풀 임)과 森(나무 빽빽할 삼)은 木을 중첩해 의미를 강화한 경우로 ‘나무’라는 원래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다.

나무는 인간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이를 이용해 ‘위치’나 ‘방향’을 표시하기도 했다. 가령, 末(끝 말), 本(밑 본), 朱(붉을 주) 등은 木에다 위, 아래, 가운데 부위를 표시하는 부호를 붙여 만든 글자들임을 알 수 있다. 동쪽; 東(동녘 동)은 해가 나무에 걸린 모습에서 해 뜨는 쪽을, 날 일日+나무목木 (고,호)(밝을 고)는 해가 나무 위에 위치한 모습에서 한낮의 밝음을, 杳(어두울 묘)는 해가 나무 아래로 떨어진 어둑해진 때를 의미한다.

또 나무는 인간 생활의 기물을 만드는 더없이 중요한 재료로 쓰였다. 나무는 다양한 목재품은 물론 울타리(樊•번)나 기둥(柱•주)이나 악기(樂•악)의 재료로, 염료(染•염)로, 심지어 저울추(權•권)나 거푸집(模•모), 술통(樽•준), 쟁반(槃•반) 등을 만드는 데 쓰였다.

그래서 材(재목 재)는 갖가지 재주(才•재)로 기물을 만들어 내는 나무(木)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樊은 원래 아랫부분이 공(두 손 마주잡을 공)으로, 두 손으로 나무 울타리를 엮는 모습을, 악 樂은 나무와 실(요•요)로 만든 악기를, 염 染은 나무에서 채취한 여러(九•구) 염료를 물에 담가 染色(염색)하는 모습을 그린 글자이다.


부드럽다는 柔(부드러울 유)는 창(矛•모)의 자루로 쓰는 나무(木)는 유연성이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그림글자로, 창은 강함의 상징이지만 창이 강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연한 나무를 써야 한다는 것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유지승강 柔之勝剛>는 노자의 <유지승강> 주장과 일치한다.


이러한 나무가 제대로 자라려면 심을 때부터 제대로 심어야 하는데, 植(심을 식)자는 바로 곧게(直•직) 심어야 한다는 뜻으로, 우리가 자녀들을 가르치고 양육할 때 바르게 자신의 삶을 가꾸고 곧게 걸어가도록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사랑이자 의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녀의 교육에 게을리 한 사람은 반드시 노년기에 엄청난 마음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매를 아낀 부모는 노후에 그 매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탈무드의 교훈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바야흐로 바캉스 계절로 접어드는 계절이다.

불어 “바캉스 vacance”란 말은 라틴어 vacatio, 즉, ‘어떤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란 말에서 왔으며, 이 말의 뿌리 vein 의 라틴어 vanus ‘텅 빈, 무의미한’이란 말에서 생겨났음을 미루어, “복잡다단했던 삶의 모습을 잠시 접고 마음을 텅 비워 새로운 마음으로 전환할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가 녹아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산을 찾고 숲에서 쉼을 갖는 까닭을 우리는 나무에게서 배우게 된다.


어저께 '꼬뜨 공원 Le Parc du Coteau'을 거닐다가 거대한 '레바논 삼목' 나무를 발견했다. 수명이 900년이나 되며 높이가 40m나 된다는 기록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솔로몬 왕이 왕궁을 지을 때 레바논으로부터 운송해다가 사용한 바로 그 나무였음을 기록을 통해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900년 ! 이 레바논 삼목 앞에서 한없이, 한없이 작아만 보이는 나 자신을 보았다.

나무,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 사람이 베어가면, 남은 그루터기마저도 사람에게 내주며 앉아 쉬어가라 말 없이 말하는 나무에게서 거대한 우주의 섭리와 대자연의 신비스러움과 격 格 (인격, 품격, 국격, 자격)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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