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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 : 3. 파리의 또 다른 삶의 공간-메트로 스케치

정택영



거리의 갓 구워낸 구수한 빵 내음을 맡으며 파리의 메트로 입구로 발을 옮기면 모든 행인들의 가슴을 휘감는 듯한 첼로의 낮은 음과 함께 클래식 성악이 마음을 사로 잡습니다.

같은 지하철을 두고 런던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레일웨이로, 뉴욕에서는 서브웨이, 파리에서는 메트로라 부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대도시가 형성되었기에 붙여진 이름 같습니다.


110년도 넘은 파리의 지하철은 땅 위에서의 일상만큼이나 많은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프랑스에 파리는 없다’고 말 할 정도로 파리엔 이방인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지중해를 끼고   인접된 북아프리카 지역 사람들뿐만 아니라 중동, 코스타리카 등지의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렇듯 서로 뿌리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 자연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매너와 배려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둘러맨 가방만 스치거나 앞사람 뒷굽을 부딪쳐도 ‘빠르동-미안합니다’, ‘실례했습니다’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옵니다.

가끔은 이곳이 외롭게 맞이한 노인들의 조촐한 생일파티장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문지 위에 와인 한 병과 소시지를 펼쳐놓고 기나 긴 시간을 무언가 담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봅니다.

아마 인생에 대해, 그리고 집 나간 아들이야기와 실직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색다른 점은 자주 메트로 내에서 마주치는 음악인들이 많다는 점일 겁니다.

클라리넷이나 색소폰, 아코디언뿐만 아니라 오랜 연륜을 기록한 듯 낡은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연주하는 음악인들 말입니다. 


그들 얼굴에서 체면이나 부끄러움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모두 관객이라는 듯, 바이올린의 현을 유연하게 저어댑니다. 그곳이 그들의 직장이고 생계를 이어주는 마당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표정은 어느 음악당의 오케스트라에서 본 그 진지한 프로 뮤지션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음악을 들으며 행인들은 주머니에서 동전 한 닢을 꺼내 악기 케이스에 넣습니다.

감미로운 음의 선물에 보답이기도 하며 빵을 같이 나누자는 무언의 배려가 스며 있는 동전으로 보였습니다.

 

한잔의 와인에 취한 채 의자 뒤 켠에 스러진 걸인, 포옹하는 젊은이, 연주하는 음악인,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툼한 책에 빠진 철학자, 야채가방을 둘러맨 검은 살갗의 아낙네, 그리고 긴 부츠를 신은 금발의 파리지엔느………….

 

파리의 메트로 안은 가끔은 퀴퀴한 지린내와 엎지른 와인냄새로 자욱하지만 그곳에 삶의 고단한 흔적이 그림자처럼 박제되어 벽에 붙은 대형 포스터와 함께 잔상을 남깁니다.

 

어둑한 파리의 메트로에서 삶이 흐르는 인생의 세느강을 봅니다. 

 

                                     

                                     정 택 영 (화가, 국제창작예술가협회(ICAA)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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