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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 : 5. 파리 거리의 조형물들 속에서

정택영

우리는 세 개의 공간 속을 살아 갑니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 그리고 가상공간 말입니다. 내부공간은 가족의 사랑과 애환이 깃들은 가족사가 기록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은 각자의 취향과 가족들이 빚어놓은 모양대로 공간이 가꾸어지게 마련입니다. 외부공간은 모든 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개인의 의견이나 취향보다는 한 사회나 공공의 목적에 의해 설계되고 가꾸어진 공간입니다. 그러기에 모두를 위한 공간의 시설물들이 모든 이들의 취향과 생각에 다 들어 맞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쩌면 그런 공공시설을 입안하고 시공하는 일의 책임자들에 의해 대중들은 그대로 따라가게 되며 결국은 그러한 틀 속에 잘 길들여지게 됩니다. 외부공간은 그 집단의 의식과 문화적 성숙, 그리고 환경 적응력을 마련해 주는 아주 중요한 공간임에 틀림 없습니다. 가상공간은 분명히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그 공간 속을 드나들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한 공간이며 이 공간 속에서 가공할 정보의 교환과 새로운 사실들을 아주 빠르게 얻어내는 공간입니다.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파리의 바깥공간은 어느 곳을 가도 조형미술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랑팔레 광장 한가운데 드골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동상이 점잖게 앉아 있거나 근엄한 자세를 취한 것이 아니라 아주 경쾌하게 걷는 포즈로 조각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마치 사람 인(人)자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 드골의 모습처럼 아주 경쾌하게 걷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수많은 인파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생애를 살아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절대 휴식은 곧 죽음’이라고 한 파스칼의 말이 생각을 스칩니다.

그리고 파리의 다른 곳에서 수없이 보아온 동상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대부분 걷고 있는 모습이나 용맹스런 기마상 모습들입니다. 역동적이며 경쾌한 모습의 조각들이 도처에 세워진 모습을 봅니다. 



  

동시에 한국의 조형물들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의 외부공간에서 위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동상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왜 동상으로 조각해 기릴만한 대상이 없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마지못해 준공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설치한 조각들, 억지스레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선 추상조각들, 그 조각상에 간판을 기대어 보이지 않는 조각들, 난해한 미니멀 추상조각들, 조화롭지 못한 이질적인 소재들로 결합된 조형물들, 그리고 그 작가의 유명세만을 드러낸 채 그 주변공간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거대한 조형물들을 떠올려봅니다.



퐁피두 센터 옆에 조성된 스트라빈스키 분수대- 그 안에 열 여섯 개의 움직이는 조각들이 물을 뿜어냅니다.

빨간 입술, 여인의 푸른 모자, 불새와 뱀, 그리고 신화 속의 여인 사이렌 등이 물을 뿜으며 빙글빙글 돕니다.사람들은 물을 뿜는 어릿광대들의 유쾌한 무도회를 즐기며 삶의 희열을 느끼는 듯합니다.

우리가 태어난 까닭은 시름과 고뇌, 시기와 격노가 아니라 바로 이 시간을 기뻐하고 생의 충실한 열매를 맺기 위한 건강한 노동임을 이 분수대 물줄기에서 듣습니다.


절대 휴식은 곧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정 택 영 (화가, 국제창작예술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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