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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 : 12. 자유의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파리의 야경

정택영

이 세상에는 세 가지의 빛이 존재합니다. 햇빛, 조명 빛 그리고, 심연의 빛이 그것입니다. 빛이 있기에 삶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만일 이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운 곳이라면 더 이상 희망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햇빛이 비취는 동안 모든 지구촌 도시의 모습들은 비슷합니다. 거기에 삶과 웃음과 애환과 소망이 살아 숨쉽니다. 더 가진 자든 덜 가진 자든 각자에게 주어진 대로 개인의 역사를 써 갑니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도시의 모습은 해가 서녘으로 가라앉으면 곧 어두움이 내려앉고 도시의 얼굴은 또 다른 모습으로 화장을 합니다. 밤이 되면 도시는 어둠과 조명 빛이 서로 공존하면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도시의 밤은 빛으로 살아나고 빛으로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Paris night scenery, 50x40cm, waterdolor on paper, 2009 

  

한 해의 끝에 선 파리에 겨울 밤은 샹제리제 거리의 가로수 가지마다 장식된 조명들로 화려하고 낭만적인 겨울 풍경을, 파리 시민은 물론 전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선사합니다.

그 빛은 현란하거나 눈을 자극하는 빛이 아니라 우리의 옷소매로 목덜미로 조용히 파고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그런 빛입니다.

파리거리 조명들은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장식되어 도시 전체가 조화롭게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다양한 형형색색의 공간을 연출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파리의 겨울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계절로 거리마다 영롱한 빛의 축제로 이어집니다.

어둠이 침몰하는 파리의 거리에 빛의 세상이 펼쳐지고 캐롤이 울려 퍼집니다.

 

지구촌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맞이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노엘이라고 부릅니다.

노엘(NOEL)의 뜻은 프랑스어 누벨(Nouvell) 즉, 기쁨의 외침 또는 탄생, 소식이라는 뜻이 줄어서 생긴 말로성탄절 즉, '큰 기쁨의 좋은 소식'입니다.

크리스마스란 말은 바로 ‘그리스도의 미사 Christes Masse’라는 뜻에서 온 것으로 ‘그리스도를 예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Paris Noel, 29x21cm, waterdolor on paper, 2009 

 

크리스마스는 나라마다 달리 불립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나딸(Natal), 스페인에서는 나비다드(Navidad)로 불립니다.

여기서 나딸과 나비다드는 출생을 의미하는 영어 네이틀(natal)과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음을 알게 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나딸, 나비다스, 노엘이 우리말 ‘(아이를) 낳다’ ‘놓다’는 말과 발음이 비슷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여하튼 노엘은 빛의 축제와 함께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만듭니다.

모두가 밝은 빛으로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마법의 성같이 변한 라파예트 백화점과 샹젤리제 거리를 환호하며 조명등이 밝힌 환상의 밤거리에서 꿈의 나래를 펼칩니다.

이 축제가 누구를 위한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세상을 향해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와 구원을 위해 오신 그리스도를 위한 축제임을 잊은 듯, 사람들은 마냥 즐겁기만 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쁜 가족들의 웃음 뒤편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홀로 남은 이들이 거리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모습을 적잖이 봅니다.

 


 Paris night scenery - enfants, 29x21cm, waterdolor on paper, 2009 

  

그들도 같이 삶을 기뻐할 권리가 있음에도 세상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서로 나누는 온정이 메말라간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햇빛이나 조명의 그 밝기보다 더 마음 속을 밝힌 빛이 밝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이들은 겉치레와 외양에 힘을 기울여도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데는 인색합니다.

가장 확실한 소유는 움켜쥔 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베푼 온정 속에 있습니다.

파리의 거리에 조명 빛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을 보며 모두의 마음에 밝은 빛이 켜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빛의 향연을 펼친 도시는 다시 내일을 낳기 위해 조용히 침묵 속으로 잠깁니다.

내 마음을 밝힌 에펠탑의 조명등처럼 말입니다.

  

                                                                                 Winter 2009 정택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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