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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케치 : 29. 파리의 ‘어른애’들- 그 눈빛 속의 의연함

정택영

어느 도시든 도시의 색깔이 있습니다. 그 도시의 색깔에 의해 사람들의 성품이 지어집니다. 현란하고 격정적인색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행동적이고 부산스러워 보이며 끊임없이 일렁이는 물결과도 같아 보입니다. 도시는 소리에 의해 성격 지어지기도 합니다. 소란하고 왁자지껄한 도시의 표정 속에서는 정적인 분위기를찾아보기 어렵고 소리가 도시를 삼킨 듯 동요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도시의 표정은 늘 변화무쌍하며 그 표정을 짓는 것은 빌딩이나 시설물들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입니다. 그 거대한 도시의 물결, 유유히 흐르는 센 강처럼 파리의 표정은 늘 새로운 사람들로 가득 차 일렁이고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시는 각양각색의 색깔들과 소음으로 생의 열기를 뿜고,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론가를 향해 키보드를 치듯 경쾌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모두가 살아있음으로 아름답기만 한 정경들입니다. 그 속에서 반짝이는 순수의눈빛을 발견합니다. 어린이의 눈빛, 바로 그것입니다. 파리 시내 어느 곳에서든 어린이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곤 합니다. 그들이자라 또 이 도시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이 어린이들은 비록 어리지만 어른들 눈총을 살만큼 울음보를 터뜨리고함부로 행동하거나 응석받이로 버릇없이 구는 어린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분명 어린이인데 그 의연한 자태에서 평소 그의 부모들이 어떻게 키우고 양육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광장에서든 쇼핑상가에서든, 메트로 안에서든 관공서에서든 그들의 몸짓과 표정은 어린이 같은 순진무구함이동공 속에 가득 고여있지만 난폭하거나 무례한 행동, 버릇없는 행동이나 보기 민망하게 떼쓰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는 듯합니다.


파리의 어린이들이 이처럼 의연한 태도로 그 행동거지가 잘 다듬어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곳의 어린이들은 그 부모가 지정해 준 좌석이나 자리를 곧잘 지키는 모습을 봅니다. 그 자리를 이탈해 이곳저곳을 마구 헤집고 다니거나 난장판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개의 부모들은 이 어린이들을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양육을 합니다. 이들에게는 어린이가 단지 어리다고만 지레 여기지 않고 그 아이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올바른 어른으로 성숙되도록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숙함의 배경에는단지 부모들의 헌신과 끊임없는 사랑 외에도 주변의 이웃들, 사회 구성원들, 매스컴이나 TV제작자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앙상블을 이루어 내는 모습을 봅니다. 이들이 연령적으로나 육신적으로는 아직 덜 자란 어린이에불과하지만 이들의 교육방법은 하나의 주제를 던져놓고 바로 답을 유도해 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대화를통해 토론을 할 줄 아는 아이로 만들고 그가 자라서 논쟁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양육되고 자라난 아이들이 이 도시에 주인들이 되어있을 때, 도시는 성숙한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게 된다는사실을 보게 됩니다.

 


“어린이를 젖은 시멘트와 같다”고 비유한 사람은 미국 아동심리학자인 하임 기너트 였습니다. 어린이에게 무엇이 보여지든 그대로 찍힌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는 분명 어른들이 보여주고 남긴 모습이 그대로 찍혀 굳은 시멘트일 것임이 분명합니다. 파리의 어린이들 맑은 눈빛 속에서 세련되고 성숙된 파리지앵의 미래가 보이곤 하는 것입니다.


월간에세이 2011년 5월호

정택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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