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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비전문가의 전문가화 시대

정택영

비전문가의 전문가화 시대
The age of professionalization of the Layman


Van Gogh's Chair – A HANDSHAKE IN THOUGHT science centre



지난 7월 29일 고흐는 떠났다.

On July 27, 1890, Vincent van Gogh went out to paint in the morning carrying a loaded pistol and shot himself in the chest, but the bullet did not kill him. He was found bleeding in his room.

27일 자신의 가슴에 겨눈 권총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은 고흐를 죽이지 않았고 방으로 돌아온 그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On July 29, 1890, Vincent van Gogh died in the arms of his brother Theo. He was only 37 years old.

29일, 고흐는 그의 동생 태오의 팔에 안긴 채  37세의 고단한 생을 마감했다.

그날은 슬픈 날이었으며 동시에 그의 고통과 가난을 동반한 고난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고흐의 그 빛나는 눈빛과 표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세상을 등진 지 130여 년이 흘렀고 이 땅에 미술은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있다.

이 땅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예술계 소식과 미술 전시 소식을 모두 섭렵해 읽고 볼 수는 없다.
누군가의 관심과 노력에 의해 부분적이거나 특정된 소식을 접하게 될 뿐이다.

과거에는 신문이나 TV 매체를 통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전시 소식들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SNS가 발달된 지금은 여러 매체와 경로를 타고 전시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대중들은 전시장에 가기 전에 미리 관심을 둔 전시를 선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전시소식에 관련한 프리뷰 또는 리뷰를 전하는 사람들이 미술을 전공했거나 미술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활동해온 분들이 전하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미술 전시소식을 전해주는 네티즌들은 대개가 미술 비전공자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분이라도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전시 작품들을 많이 보고 작가를 탐구하고 미술사의 흐름을 탐독하게 되면 미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자기 견해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미술 비전공자가 전시 소식을 전하면서 단순히 육하원칙에 의한 어디서 언제 누가 하는 전시 소식을 전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자신의 사적 견해와 평론가를 무색케 만드는 담론까지 곁들여 전시소식을 논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더욱이 한 작가에 대한 평을 언급하는 것은 단지 글쓴이의 독후감 감상문이거나 사적 일기가 아니며, 이러한 논평이 SNS상에 공개가 될 경우에는 글쓴이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화가가 전시회를 갖기에는 긴 세월동안 작품 제작에 시간을 쏟아붓고 각각의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나 세계에 대한 작가의 자각과 내적 성찰들이 작품에 녹아들기 때문에 그 작가에 대해 얇은 지식이나 미적 감정에 의해 작가론이나 담론을 언급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자기 관심과 자기 취향에 맞는 작품전시만을 골라 전시장을 찾고 거기에 더하여 사적 감정으로 접근해 작품 감상평을 써서 SNS 상에 타전을 하게 되면 이것을 접하는 대중들은 자신의 판단력을 배제한 채 전달자의 감정과 입장이 되어 특정된 전시 소식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칫 사견이 비대해지면서 편견이 될 수도 있거니와 전시를 펼친 작가 본인의 조형적, 미학적 배경과 전혀 다른 담론을 언급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시소식 전달자는 미술이라는 전문적 특성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고 지나친 사적 견해나 그 작가에 대한 예술세계에 관한 논의는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전시 소식 관련 전달자는 미술에 대한 해박한 전문지식과 세계 미술사의 전개와 시대적 특성, 미학과 예술학, 색채심리학이나 조형이론, 형태심리학, 현대미술론 등에 대해 이미 통달한 분들이어야 할 것이다. 
미술평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어야 할 것이고, 평론가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심을 버리고 작품 그 자체만을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미술비평이란 통찰이며 현상 너머까지 보는 눈, 깊이 생각한 결과에 대한 자기 판단과 전문가적 견해를 솔직하게 문자화시키는 힘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술계에 이런 전문인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 관련 전달자가 매마른 것은 현실에서 오는 말못할 어려움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미술인이 미술인을 더 사랑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미술인을 사랑하는 것은 진정 미술인들이어야만 한다.

<파리팡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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