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파리팡세 : 드로잉에 대한 나의 단상 - 윤진섭 초대전에 부쳐 2021.5.13 ~ 6.16-

정택영

드로잉에 대한 나의 단상

- 윤진섭 초대전에 부쳐 2021.5.13 ~ 6.16-


photo : Posed from left Professor, artist Hee-Kyung Kim Suwon University, Jin Sup Yoon Professor, art critic, artist, curator and Takyoung Jung Paris-based artist at 'Jin Sup Yoon’s invitational exhibition'- title “Art of Doppleganger YOON Jin Sup” at the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SeoulJune 3 Thursday

2021


N 갤러리 '미술아카데미'에서의 <상상력의 힘-수직으로 세운 철도와 인간의 욕망>이란 주제로 특강을 마치고 쏟아지는 빗속을 헤치며 모든 일을 접어 놓고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향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층에 마련된 전시장을 들어서니 평론가이자 작가인 윤진섭 선생님과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김희경 교수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전시를 축하해준 후, 전시된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간 팬데믹 사태 속에서 긴 시간동안 드로잉 작업을 해왔는데 족히 6천 여 점은 넘을 것이라며 그 중에서 50여 점을 골라 이번 전시에 출품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콜렉터들에 의해 거의 다 팔린 상태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의 드로잉 작품들은 그 표현기법이나 발상에서 막힘이 없이 각각의 화면 위에서 물 흐르듯 유영하듯 했다. 


일제 강점기에 영향을 받았던 앞서 살았던 선배 화가들이나 대학교수들에 의해 한국에서는 단지 소묘 素描 정도로만 소개가 되고 교육 되고 인식 되어 기껏 일본에서 수입해 들여왔던 아그리파나 쥬리앙, 비너스를 본떠 모조한 흰 석고들을 닮게 그리면 그것이 좋은 드로잉으로만 치부해왔었던 이 드로잉 개념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화가들의 부단한 노력과 각성으로 인해 과거 일본식 석고데셍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작가의 조형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자유자제로 표출해내는 다양한 기법의 드로잉들로 발전하고 변모하게 되어 이제는 드로잉 작품들이 주도권을 쥐고 군림하던 서구의 드로잉 세계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실 드로잉 drawing 이란 미술용어의 영어 동사 draw 란 사전적 의미는 <그리다, 당기다, 끌다, 가져오다, 뽑아내다>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드로잉 Drawing은 대상으로부터 핵심적인 조형요소나 작가의 아이디어를 통해 창의적인 지적 활동을 의미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드로잉의 개념이 단지, '그리다' 라든가 '대상을 베끼다'는 단순한 조형개념을 넘어서 작가의 조형의지와 작업의도,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미학적 요소를 밖으로 토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 드로잉 자체로서도 회화적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데 하나의 설계도면 역할을 하기도 하는 중요한 조형예술분야의 한 장르이기도 한 것이다.

이미 미술계뿐만 아니라 평단에서도 세간에 널리 알려져있는 윤진섭 선생님은 이미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분야에 당선됨으로써 평론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 당시 급변하는 한국사회와 그에 공명한 한국 현대미술인들의 여러 양태를 예리한 시각으로 비평활동을 펼쳐왔고, 평론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왔으며 광주비엔날레와 서울 국제미디어 아트비엔날게,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국제 규모의 대형 미술행사 기획자로서도 폭넓은 활동을 전개해왔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미학 석사를 취득한 후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학원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밟아 졸업 했다. 그는 또한 1970년대 한국 전위미술의 아방가르드였던 'S.T'에 참여했고 한국행위미술의 개념과 이론을 구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1977년 선보였던 <서로가 사랑하는 우리들> 퍼포먼스는 그전까지의 논리적이고 관념적이었던 작품과는 달리 참여적이고 유희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그 의미가 크다 아니할 수 없다.


이렇듯 광범위한 예술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 활동을 펼쳐오던 윤 작가가 이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은 단순히 그 자신의 드로잉 작품들을 공개하여 전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척박한 한국미술계 속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미술 아카이빙 분야의 시효가 된 '걸어다니는 미술박사'로 잘 알려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후원회장 직을 맡으면서 그 직책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번 출품작 50점 모두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 기증하여 돕고자 하는 매우 중차대 하고 속 깊은 뜻이 담긴 전시회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드로잉작품들은 전형적인 드로잉 회구들로만 그려진 것들이 아니라 때로는 먹물에 담갔던 막대기나 빗자루, 종이를 말아 먹물을 찍어 제스쳐를 한 드로잉 작품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다양한 재료와 도구, 기법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엿보게 되었다.

그의 이번 드로잉 전시회로 이미 평론가로 그 위상을 굳게 자리매김 한 그의 명성이 화가로서도 한국현대미술에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전시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등 현재 처한 여러 정황들 속에서 뜻하지 않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지속적인 발전과 그 운영에 큰 모멘텀으로 쌓은 견고한 주춧돌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2021. 6. 4 Friday <파리팡세 정택영 2021>


takyoungjung.com

jungtakyoung.org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