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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아트페어 초대 출품 단상

정택영



아트페어 초대 출품 단상

Thinking on the Participating at Art Fair in these days


한 아트페어의 조직위원회로부터 아트페어에 초대한다는 공문서를 메일로 받고, 파리에서 작품을 포장하여 귀국한 후 아트페어 전시 준비를 했다.

해외에 거주하다 보니 국내 갤러리들과의 소통이나 접촉이 어려웠고 게다가 우후죽순처럼 많아진 각종 아트페어에 초대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트페어에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출품을 해놓고 전시장을 지키면서 대중들의 반응을 유심히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좋은 기회라 아니할 수 없다.



............


'아트페어 Art Fair'란 글자 그대로 '미술시장'이다.  

우리나라에 아트페어가 상륙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미술품 유통시장 구조이지만 초기에 아트페어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화인아트 Fine Art'라고 불리는 이 영역의 회화작품들이 순수회화라고 이미 교육되어 왔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미술장터에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이 그리 순수한 모습이 아니라는, 과거의 전통적이고 고정된 인습과 관념에서 기인하리라 생각 된다.


어쨌든 이제 한국사회에 미술시장이라는 아트페어가 견고하게 자리 잡았고 대중들도 큰 관심거리가 되어 각종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술작품들을 파는 시장터이기 전에 예술작품을 펼친 곳이 아트페어 전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 북적이는 수많은 인파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들이 작품을 감상하러 나온 인파인지 아니면 '친구 따라 강남에 온 사람들'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대중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아트페어는 그 성격이나 규모 상 전시된 부스도 많을 뿐더러 참여작가의 수도 많기 때문에 전시된 작품 수가 수천 점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이 미술장터에 나온 수많은 대중들이 충분한 감상시간을 갖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주마간산격으로 한 부스를 훑어보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고, 보다 진지한 자세로 작품을 들여다보며 감상하는 사람들은 가뭄에 콩 나듯할 정도로 드물고 황급히 둘러보고 지나가는 뒷모습을 목격하게 되면 출품한 작가로서는 씁쓸한 뒷맛을 애써 감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심지어 어느 관람객은 부스에 붙은 작가 이름을 보고 잘 알지 못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지 아예 부스를 지나쳐 다음 부스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매정한 모습으로 급히 등을 돌리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전시된 작품 수가 너무 많아서 빠른 시간 안에 훑어보고 나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좀 더 근원적인 원인을 상고 해보면 현재 한국의 미술 또는 '예술교육이 소홀'하던가 아니면 '예술교육의 빈곤'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아무리 바쁜 일상과 스케줄에 움직이는 현대인이라 하더라도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장에 나왔다면 적어도 전시된 작가가 다룬 '주제 Theme or Title' 나 '기법 Technique', 그리고 이 작가가 쓴 '재료 medium'는 무엇을 사용했는가 등을 살펴볼 여유가 있어야 하리라 생각 된다.


그렇지 않고 '말 타고 산을 누비는 식의 주마간산 격'으로 발은 걷고 눈은 작품 앞을 후다닥 지나치면서 대충대충 훑어보는 것으로는 미술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갤러리나 참여작가 모두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자세를 바꿔나가고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생각 된다. 

갤러리의 입장에서 아트페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작가 브랜드와 트렌드의 형성이다. 아트페어를 통해 판매되는 미술품은 판매액과 함께 소개되고 브로셔를 통해 작가와 소장자가 함께 소개되기도 한다. 이름있는 소장자가 작품을 소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를 띄우고 트랜드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을 갖 졸업한 대학생들의 졸업작품까지 시장에 등장하며, 갤러리들은 작가의 연령을 자꾸 낮추는 추세인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은 작품가로 사람들의 관심을 부추기고 갤러리들은 이러한 관심을 유도하여 '거품'을 형성한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작가의 입장에서 아트페어에 작품을 내놓는 것은 일종의 프로필 관리가 될 수 있다. 한편 상상하기 힘든 높은 가격 때문에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은 꿈에도 못 꿀 일반인들은 아트 페어를 통해 미술품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작가가 아트페어에 참여한 횟수를 팜프렛이나 리플렛에 상세하게 기록하여 자신의 화력 art activities career을 드러내는 것이 관례가 되었지만 과연 아트페어라는 미술장터에 작품을 연이어 내놓고 팔아온 경력이 작가로서의 화력과 예술가로서의 걸어온 길에 얼마나 유익하고 자랑거리가 될 일인지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 아닌가 한다.


미디어들의 집계와 발표에 의하면 이제 한국사회도 미술시장 규모가 수 조원을 오르내릴 만큼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음을 알게 된다.


차제  此際 에 미술품의 구매와 콜렉션으로 이어지는 작품 소장가의 활동이 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 간에 전시장에 나와 작품을 대하고 감상하는 자세와 품격도 함께 성장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다만 나 혼자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정택영어록 

202111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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