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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팡세 : 어머니, 나의 어머니!

정택영



어머니,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냄새로 기억 된다.

나의 어머니에게는 내 기억에 또렷이 각인된 냄새가 있다.

그것은 화장 후에 남는 그런 향이 아니라 삶이 듬뿍 배어있는 그런 질박한 향기이다. 향이라기 보다는 누구에서서도 맡을 수 없는 어머니 고유의 후향嗅覺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어머니가 시집 오실 때 해오셨다는 3단 경대 서랍을 열어보면 맨 위 서랍 속에는 대여섯 개의 빗들이 들어있었다. 성글은 빗, 참빗, 옹근 빗 등 각각 용도가 달리 쓰였던 빗들이다. 서랍을 열면 그윽한 동백향이 서랍 속에 배어 있었다. 외출하실 때면 머리기름으로 동백유를 바르고 단장을 하셨다. 밥을 짓기 위해 나무불을 지피던 매캐한 연기내음이 앞치마자락에 늘 배어있는 나무 탄 냄새와 동백유가 뒤섞여 배어있는 어머니 냄새는 5일 장이 설 때 사람들로 북적대던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눈을 감고도 어머니를 찾아낼 수 있던 그런 냄새였다. 

그게 나의 어머니 냄새이다.

내가 여섯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구십 일 세가 되신 옆집 친척 할아버지에게 데려다가 그로부터 한자 천자문을 배우게 하셨다. 이미 기력이 다하신 파리한 그 할어버지는 옛날 향교의 교장을 지내신 분이었기에 비록 몸은 쇠했으나 기억력은 청년 못지 않을 만큼 좋아서 나에게 천자문과 소학 등을 가르치시기에는 충분했다.

한자를 배우고 나서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한자뿐만 아니라 영어나 국어 등 어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유년기에 익혔던 한자실력은 훗날 대학교수가 되어서도 내가 가르치던 예술분야는 물론 인문학 분야의 전문용어나 그 뜻을 해독하고 탐구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 옆집 할아버지는 내 생애에서 첫번 째 스승이 되셨고, 어머니는 나의 최고의 멘토가 되셨다.

어머니가 연세가 드시면서 점점 눈이 나빠지시기 시작함을 알게 되었다. 바느질이나 다림질, 음식을 준비하실 때 부엌에서 더듬거리던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지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연로하면 자연스레 눈도 나빠지고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 자연 현상이고 인생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지금 이 세상 분이 아니시다.

어머니 냄새로 내 가슴은 가득하다.

지금 나의 회한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안경을 해 드리지 못했던 불효가 나를 서글프게 한다.

안경만 맞춰드렸어도 바느질 하실 때 손가락을 그리 많이 찔리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어머니의 냄새가 오늘따라 짙게 나는 것은 어머니께서 오늘 나를 낳아주셨기 때문에 더욱 그윽하다.

오늘이 있게 해주신 어머니께 한량 없는 큰 감사를 바친다.


20211206월

#정택영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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