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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와 손글씨

정택영

Column from Takyoung Jung on the biweekly newspaper ParisJisung, Paris 
<파리팡세 Paris Penseur - 정택영 칼럼>

“SNS시대와 손글씨”
The era of SNS and the handwriting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이 말은 국제선 승무원 '미즈키 아키코'가 쓴 책명이다. 
일등석에 탑승한 사람들은 남에게 펜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필기구를 지니고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First class의 승객들의 행동과 습관을 면밀히 관찰해보니 그들은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 있고, 모두 자신만의 필기구를 지니고 다닌다는 것이다. 메모는 최강의 성공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록하는 습관은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 보존 해주고 그 정확성으로 상대방에게 신뢰를 준다. 그만큼 때를 놓치지 않는 기록과 메모의 습관은 우리 삶을 더욱 알차고 성공의 길로 인도하는 도구임에 분명하다. 
디지털시대를 맞은 오늘날, 사람들의 삶은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고 날이 갈수록 진화해가는 첨단 디지털기기들에 의존한 채 메모하는 습관을 많이 상실해 가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정해진 약속 일정이나 순간에 떠오른 아이디어도 머리 속에 기억한다고 했다가도 조금 지나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것이 요즘의 현대풍속도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가능했던 암기능력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거의 대부분의 데이터들을 스마트폰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열어 확인하는 생활습관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열어보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과거에는 손글씨로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존해왔다. 손글씨 속에는 그 사람의 심성과 특징까지 고스란히 배어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글쓴이의 성품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손글씨란 말미에 ‘씨’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말에 ‘-씨’가 붙는 말이 여러 개 있다. ‘마음씨, 말씨, 글씨, 솜씨’ 등이다. ‘씨’는 언어학적으로 ‘나타내는 것’ 또는 '씨氏' 라는 문자 속에는 '위하여 얻는다.' 라는 뜻이 들어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말을 ‘삼가자’는 뜻이다. 생각이 말을 낳고 행동을 낳게 되므로 ‘말의 씨’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말씨’와 ‘글씨’는 매우 중요하다. 말씨는 ‘말투’와는 느낌이 다르다. 말씨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을, 말투는 평소 습관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고운 말씨를 쓰는 것, 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말씨와 관계된다. 글씨와 ‘글투’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글씨는 글의 모양을 나타내는 반면 글투는 글을 쓰는 태도나 습관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시험지나 프린트지는 가리방 がりばん(版)을 사용해 인쇄를 하였는데 이것은 등사판 또는 원지를 긁는 철판 위에 기름종이를 올려놓고 철필로 글씨를 쓴 다음 실크판 위에 고정해놓고 롤러로 밀어 잉크가 철필로 쓴 글씨 아래의 종이로 새어 나오게 하는 인쇄기법의 하나였다. 그 당시에는 글씨를 잘 쓰는 필경사가 우대를 받는 시대였다. 그러나 오늘날 개인이 프린터를 가질 만큼 흔해빠진 디지털 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필경사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글씨 쓰는 일이 적어지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또 보내고는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고 있는 ‘글씨’는 따뜻하고 정성이 느껴진다. 역설적으로 머지않아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우대 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마음씨’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마음씨가 곱다’‘마음씨가 착하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모두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마음씨를 알 수 있는 것은 행동을 통해서이다. 외모보다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 속에 ‘씨’가 붙은 낱말들을 통해 어휘의 풍부함과 독창성 그리고 다양성을 느끼게 한다.

소셜네트워크(SNS)시대라고도 불리는 오늘날의 사회는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시작된 또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이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SNS를 이용하고 있고 또한 이를 통해 동시다발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을 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중에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는 '친구들은 어떤 전공과 과목을 공부할까? 라는 궁금증으로 온라인상에서 친구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첫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친구들의 전공과목을 알 수 있는 코스 매치course match, 학내 여학생들의 '얼짱' 프로그램인 ‘페이스 매쉬 face mash’가 바로 페이스북의 단초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도 SNS를 통해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SNS를 통해 그 사람과 연락을 할 수 있지만, SNS가 가지는 많은 장점 외에 단점 역시 존재한다. 오프라인과는 달리 SNS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 모든 사람과 인맥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식습득과 정보수집의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빠르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신속성, 이동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정보전달이 가능하기에 1인 미디어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개인정보 노출과 악용은 SNS의 문제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불분명한 정보의 확산으로 SNS에서 퍼진 소문은 순식간에 확산이 되어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문제점 중 하나이다.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작은 루머는 결국 침소봉대해져서 남의 인격을 손상시키고 삶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SNS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발전시킨다면 우리 생활에 밀접한 연관을 맺는 도구가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이제 대중들에게 보편화된 시대현상 속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나가야만 한다. 또한 글자를 입력하는 습관에서 필기구로 직접 메모를 쓰는 손글씨를 써나가는 습관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만년필을 지니고 다니며 어디서든 만년필로 쓰고 서명을 해주기도 한다. 교육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만년필로 글씨를 쓸 때의 촉감이 뇌로 전달되어 기억력이나 암기력을 향상시키고 감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볼 때 손글씨를 써나가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실행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만년필을 선물하거나 하나씩 사 쓰는 것도 메마른 이 첨단 디지털 시대에 절실한 감성 복원 방법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정택영 (화가/ 파리팡세 칼럼니스트)
takyoungj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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