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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아카이빙 시대

정택영



자신이 소신을 갖고 하던 일을 우직하게 하나만 파고 들면 성공하는 시절이 있었다.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은 투잡, 쓰리잡 등 멀티플레이어가 대세가 된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고전으로 치부된다.


소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우보만리 牛步萬里 나,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고 <열자>에 나오는 우공이산 愚公移山,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 磨斧作針 등,


이러한 말들은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 같은 고사성어로 들린다. 오늘이 어제가 아니듯 매순간 바뀌고 있는 이 바쁜 시대에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우매한 인간은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시대에 돌입한 현실의 삶도 '일을 너무 빨리 하고자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욕속부달 欲速不達'이란 성어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미 50여 년 전부터 일찌기 미술계 소식을 꼼꼼하게 모아 스크랩을 만들고 참고작품들을 일일이 오려서 두꺼운 앨범을 만들어 보관해오던 청년이 있었다.

그후, 이 청년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술자료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국미술의 역사와 미술계의 소식들을 상세하고도 체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일에 젊음을 바쳤다.


어느덧 중년에 이르러서는 그간의 많은 경륜과 그러모은 미술자료들을 집대성하고 이를 디지털화시킴으로써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설립하고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위한 발판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전국의 수많은 미술계 인사들과 석.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그 어디서도 찾기 힘든 자료보물들을 탐색하고 의도한 논문이나 칼럼.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마침내 그는 도끼를 갈아 반짝이는 바늘을 만드는데 다달았다.

지난 1월 9일 한국박물관협회 신년교례 행사에서 박물관·미술관인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2023 박물관·미술관인 신년교례회’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였고, 여기서 아트 아카이브를 집대성했다는 공로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과연 '한 우물을 팠던' 이 청년이 마침내 그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한 아트 아카이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힘은 우직한 그의 성품과 부단한 노력, 성실성, 그리고 앞을 내다본 그의 선견지명에서 가능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는 나와는 고향이 같은 동향인으로 오래전부터 그의 우직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아왔기에 오늘날 영예의 대통령상을 가슴에 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우직하고 성실하게 한 우물만 파는 도전징신을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전문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보며,

2023년 새해벽두에 한국박물관협회 신년교례 행사에서 미술자료 집대성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신 김달진 관장님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택영어록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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