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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갤러리에 도착했어요

정영숙

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갤러리에 도착했어요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첫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 책에서, 슬라이드에서만 봤던 명화들을 감상하는 즐거운 발걸음은 지금도 내 몸으로 기억되어 있다. 가는비가 내리는 피렌체 어느 거리 작은 미술관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들어갔었다. 그때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20세기 구상조각의 거장 마리노 마리니(Marino Marini)의 작품이었다. 말 형상을 단순화한 조형미에 빠져서 한 동안 바라보았고 리플렛을 보며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그때의 감동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갤러리에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작품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관람하거나 필자의 그 때 여행길처럼 우연하게 관람하며 상황에 따라 작품과 만나면 된다.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라는 시는 사랑에 대한 기다림으로 보편적으로 해석되는데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이입시켜도 어색하지 않다. 
갤러리에 들어가는 길은 첫 사랑에게로 다가가는 통로이다. 매체를 통해 관심있는 전시를 체크하거나, 갤러리 인근에 약속이 있어 가는 길에 잠시 들러가는 곳, 그곳이 그날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위해 내가 사랑으로 다가가는 지점이다. 미술은 작가들의 열정과 철학이 반영된 고도의 시각이미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능력에 따라 표현방식의 스펙트럼이 광범위하다. 미술감상에 있어 작품을 이해하려는 분석보다는 진정으로 좋아하려는 감성의 끌림이 중요하다. 첫 사랑에 대해서는 비평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독자는 공감할 것이다.  
전시장에서는 작품과 첫 대면을 권한다. 전시정보 유인물(팜플렛, 평론, 기획글), 명제표, 도슨트 설명 등은 2차적이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여러가지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유발되어 명제표를 확인하고 유인물을 주지하게 된다. 전시공간에 따라 도슨트 설명으로 궁금한 부분을 해소하거나 뜻밖의 감상의 단초를 얻게 된다. 도슨트가 없는 곳에서는 큐레이터, 디렉터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다. 갤러리스트에게 말을 걸기는 쉽지 않다. “이런 질문해도 될까?”라는 어색함이 발길을 돌리게 하는데 그렇다면 작품과 친해지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떤 질문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 사소할 것 같은 작가의 성별, 나이 등도.. 작품은 작가의 성향을 대변하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작품 재료에 따라서도 독특한 형상,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재료에 관한 질문이 많은 편이다. 작품 감상의 핵심적인 요소 중, 작품내용에 대해서는 그 전시의 전문가인 갤러리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접하면 가장 효과적인 작품 감상이 이루어진다. 그 후에 작품을 다시 한 번 감상해보라. 첫 만났을 때의 어색함이 다소 해소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갤러리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비율이 높은 전시 첫날, 특히 오픈식시간 즈음에는 다른 관람객보다 먼저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에게 다가가작품 설명을 직접 듣는 방법도 있다. 갤러리에서 준비한 전시연계 프로그램 <작가와의 토크>를 활용하면 심도 있는 작품감상 접근이 된다.  
필자는 전시기획에서 관람객과 작가와의 만남을 중요시 한다. 오픈날,작가는 어렵게 준비한 작품을 보여주고 갤러리는 효과적인 전시를 위해많은 노력을 기울린다. 오픈 날 초대한 귀빈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뒤풀이까지 제공한다. 작품과 가장 많이 소통해야 할 오픈식에서 작품 내용을 풍부하게 접하기는 쉽지 않다. 예식장에서 신
랑신부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하객들과의 식사로 축하를 전하는 풍경이랄까. 이와 별도로 갤러리는 관람객이 작품을 적극적으로 감상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위에서 언급한 작가와의 대화도 있고, 비평가 초대, 디렉터가 직접 설명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갤러리에 비치된 양식에 간단한 정보를 기입하면 메일이나 문자로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받는다. 작가와 만남에 참석할 경우는 여행으로 친밀해지는 사람들의 관계처럼 작품을 가깝게 즐기는 지름길이 된다. 또한, 교육프로그램에는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이 가장 일반적이다. 관람객의 눈 높이 맞은 작품설명과 작품 감상의 이해를 돕고 전시에 적극 참여케하는 체험프로그램은 오감으로 즐기는 미술감상이다. 미술관/갤러리 웹사이트에서 관련정보를 확인하고 예약해보자.  

20세기 초 파리의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는 인상주의 작품에서부터 당시 무명이었던 세잔, 피카소, 마티스에게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원자이자 아방가르드 정신이 깃든 갤러리리스트였다. 요즘 시대에도 부모님들은 자녀가 순수미술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볼라르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대 학부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학교에 가는 대신 그림과 판화가 전시된 진열창을 따라 몽펠리에 강변을 어슬렁거리며 거니는 것이 법학 공부보다 휠씬 흥미로웠다고 한다. 갤러리역사에 초석을 다진 볼라르는 개인의 감정에 충실한 작품감상이 발전되어 훌륭한 후원자로써 미술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미술애호가 이충렬은 <그림애호가로 가는길>저서에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라고 작품감상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어렵고 불편할 때, 억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기 바란다. 첫 인상에 호감이 가는 사람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 잠재된 나의 선호도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듯이 작품도 저절로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봄이 되면 꽃이 저절로 피어나듯이 복합문화공간 내 갤러리는 작품 감상 뿐만 아니라 차와 식사, 공연관람 등 다채로운 문화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서울 인근에 있는 해이리, 양평 강가 주변, 그리고 제주도에도 있다. 바쁜 일정에 쫓겨 갤러리를 찾기 어렵다면 이와 같은 공간에로의 약속도 챙겨볼 일이다. 
근대이전 갤러리는 저택의 회랑에 작품을 걸어두고 손님에게 보여주는 의미였다. 이처럼 특수층과 귀족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미술품이 일반화된 시기는 인상파 작품이 소개되었던 19세기 말경이다.
갤러리의 역할은 작품전시, 작가발굴, 작품판매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에는 200여개의 화랑이 신설된 만큼 미술을 접하는 공간도 확장되고 있다. 백화점식으로 운영되는 갤러리도 있지만 특정 장르와 작가를 중심으로 한 전문갤러리도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부분은 회화, 입체 등 복합적으로 전시하며, 장르별로는 미디어전문갤러리, 사진전문갤러리, 판화전문갤러리, 공예전문갤러리 등이 있다.      

갤러리를 다녀간 후, 전시에 관련된 자료를 챙겨서 읽어보고 감상 했던 작가 중에 특히 기억나는 작가가 있다면 관련 도서와 인터넷를 이용해서 살펴본다면 적극적인 복습감상이 된다. 미술전문가도 첫 대면하는 동시대미술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다만, 허리우드 영화나 예술 영화의 특성처럼 미술에도 지역별 ,내용별 특성이 있고 트렌드가 있어 미래미술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갤러리를 찾는 큰 장점은 짧은 시간내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접근할 수 있는 점이다. 훌륭한 음악가의 노래와 연주를 코 앞에서 듣는 것처럼. 각기 다른 질료에서 오는 독특한 마티에르, 입체일 경우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공간감을 통한 감상, 영상이 경우는 당연히 전시장에서 감상이 기본이다. 녹화된 영상으로 무용을 바라보는 눈빛은 공연장에서 무용수의 온 몸에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는 생생함은 감동의 깊이가 다른 영역임을 말해준다. 하이라이트 
뉴스로 중요 장면을 시청하는 스포츠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긴장감, 기대감,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환호성은 현장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음을 공감할 것이다. 갤러리에 함께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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